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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삐딱하게〉
1. 『팔묘촌』이 되어버린 아내 2. 아내, 그리고 데니스 3. 스킨헤드 퍼플 4. 엉, 엉, 난임 치료 힘들엉 5. 괜찮킹 6. 아쓰코의 건강 이정표 7. 호러 출산 8. 아이라부유 우리 아이 단편 〈한밤중의 스패출러〉 |
Risa Wataya,わたや りさ,綿矢 り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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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것보다도 양성이라고?! 임신이잖아! 정말 잘됐다, 유이!!”
밝게 말하자 유이는 이를 전부 드러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 “감삼다.” 감삼다? 설마 ‘감사합니다’라는 뜻인가?! 양성이 나왔다는 것, 다시 말해 유이가 임신했다는 사실은 기쁘다. 눈물이 날 만큼 기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아내의 상태가 이상했다. ---「1. 『팔묘촌』이 되어버린 아내」중에서 “왔어, 유이? 왜 이렇게 늦었…… 으음?!” 누구냐 넌!! 어쩌다 보라색 빡빡머리가 된 거야?! 게다가 웬 무늬까지 새겨져 있고! 차에 치인 것 같은 둥근 바퀴 자국이 빡빡머리 전체를 감싸고 있다! “완전 죽이지? 이 머리!” 양손에 여러 개 들고 있던 묵직한 비닐봉지를 현관 바닥에 툭 내려놓고, 유이는 자기 빡빡머리를 양손으로 자랑스럽게 문질러 보였다. ---「2. 아내, 그리고 데니스」중에서 ‘임신하면, 나비가 되어 날고 싶다.’ 네 번째 체외 수정이 실패한 직후에 올린 게시글이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비가 되어 날고 싶다니. 번데기에서 빠져나와 날개를 편 모습이 지금의 아내인 걸까? 꼼꼼함이 사라지고 거침없는 느낌이 강해졌을 뿐 기본적인 필체는 똑같은 것처럼, 임신 전후로 돌변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아내도 사실은 과거의 그녀에서 이어지는 존재다. 그렇다면 설령 나비가 된 뒤의 모습이 어떻든 나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고생에 고생을 거듭한 아내의 바람이 지금의 모습인 거니까. ---「4. 엉, 엉, 난임 치료 힘들엉」중에서 “아무리 돈이 없다고 누가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겠냐, 이 멍청아아아아아!”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져 흠칫하며 돌아보니 유이가 야유를 날리고 있었다. “난 국가에 말하고 싶어. 출생률을 올리려고 하지 말고 출생률에 맞춘 정치를 하라고!!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 좋아하시네, 그냥 평범한 정책밖에 안 펼치면서 엄청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한 슬로건만 내걸지 말라고!!” ---「4. 엉, 엉, 난임 치료 힘들엉」중에서 “유이는 강연할 때 난임 치료 중이든 임신 중이든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이 되라고 모두에게 말했잖아. 그럼 유이는 어떤 모습이 되고 싶었어?” 유이는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을 주르르 흘리더니, 우는 눈가를 손으로 감싸며 대답했다. “강한 모습…….” 임신한 뒤로 지금까지 봐왔던 유이의 행동을 떠올려 본다. 그래, 강해지고 싶어서 그랬던 거구나.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렸지만, 알아내서 후련한 기분 대신 저녁놀 같은 쓸쓸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6. 아쓰코의 건강 이정표」중에서 “젠장, 젠장,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청춘을 다 날려먹으면서 공부만 했는데, 한창 일해야 할 가임기에는 전부 그만두고 애만 낳으라니! 그건 아니잖아! 젠장!” “유이, 아파서 힘든 건 이해하는데, 다른 분만실에도 임산부가 있을 테니까 너무 젠장젠장 하지 않는 게…….” “이 몸도 일 관두기 싫었다고!” ---「7. 호러 출산」중에서 “왜 이렇게 귀엽냐, 너!! 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잖아!” 그렇게 외치는 유이와 정확히 똑같은 심정이었다. 굳게 닫힌 작은 눈은 두 개의 선 같았고, 약한 목소리로 울고 있었고, 얼굴은 새빨갛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늘었고, 특히 팔다리에는 아예 근육이 붙어 있지 않았고, 손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처럼 작았다. 마취 부작용으로 열이 나서 체온이 38.5도까지 올라갔다고 하니까, 우리 아이도 보통 이상으로 뜨끈뜨끈해서 꼭 고기 찐빵 같다. 이 아이가 아무리 크게 자라도, 나보다 훨씬 힘이 세져도, 처음 태어난 지금의 연약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7. 호러 출산」중에서 “걱정하는 것보다 낳는 게 쉽다고 하잖아.” “그렇지.” 침대에 누운 유이의 힘없는 손을 잡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라였어.” 유이의 고개가 힘없이 툭 꺾이더니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유이……!” 눈을 감은 그녀에게서는 스으읍스으읍 하고 살짝 코가 막힌 숨소리가 들려왔다. 출산은 새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어머니가 생명을 나눠주는 행위라고 하던가? 눈부시게 낳아…… 빛을 나눠준 거라고. 그 빛이란 피와 살이다. ---「7. 호러 출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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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걸까?
’임산부다움‘이라는 숨 막히는 프레임을 걷어차고 보라색 빡빡머리로 세상을 향해 어퍼컷을 날린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임산부에게 정형화된 이미지를 요구한다. 조신함, 희생, 자기 욕망을 지워낸 숭고한 모성애,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역대 최연소 작가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던 천재 작가 와타야 리사는 신작 『오늘부터 삐딱하게』를 통해 이 견고하고도 숨 막히는 사회적 편견의 벽을 가장 날카롭고 펑키한 블랙코미디의 문법으로 통쾌하게 부수어 버린다. 이야기는 4년간의 지난한 난임 치료 끝에 기적처럼 자연 임신에 성공한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남편 도시타카 앞에 나타난 아내 유이는 그가 알던 청순하고 차분한 여인이 아니었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영화 속 살인마처럼 광기를 보이며 울부짖던 아내는 급기야 보라색 스킨헤드로 삭발을 감행하고, 남자 같은 말투를 쓰며, 요란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사회가 기대하는 ‘착한 임산부’의 길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삐뚤어진 임산부가 되기로 선언한 것이다. 남편 도시타카는 아내의 급격한 성격 변화와 기행에 당황하여 미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우연히 들여다본 아내의 비밀 트위터 계정에서 그간의 처절했던 난임 치료 기록과 “임신하면, 나비가 되어 날고 싶다”라는 날것의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소설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묵직한 심리 드라마로 궤도를 전환한다. 유이의 폭주는 미친 짓이 아니었다. 호르몬의 격변 속에서, 그리고 가임기 여성에게 오직 출산만을 강요하는 세상의 시선과 임산부를 향해 무례하게 다가오는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처절한 ‘무장’이자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배려’라는 이름의 경력 단절, 고독한 남성의 육아우울증 저출생 국가의 서글픈 민낯을 가감 없이 응시하다 소설은 여성의 신체적 격변에만 머물지 않고 남편 도시타카의 내면으로 깊숙이 침투한다. 회사는 ‘육아 배려’를 핑계 삼아 전도유망하던 그의 커리어를 지방으로 밀어내고, 연고 없는 낯선 도시에서 그는 잠 못 이루는 밤과 육아우울증의 늪에 빠져든다. "국가를 위해 애를 낳으라"고 다그치면서도 부모 개인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시스템의 모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초보 부모의 서투름이 날것의 감각으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연인을 지나 마침내 ‘전우(戰友)’가 된 두 사람 임신과 출산에 가두어진 사회적 편견을 걷어차는 강력한 사이다 한 방! 『오늘부터 삐딱하게』에는 작가 본인의 출산과 육아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임산부의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불안과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코믹하면서도 날카로운 해학으로 풀어냈다. 난임 치료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외로움, 임신 후 겪는 경력 단절과 사회적 시선, 입덧의 고통, 출산의 피비린내 나는 공포, 육아책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 육아의 찌질함, 육아우울증과 직장에서의 경력 단절까지 오늘날의 부부가 맞닥뜨리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들이 와타야 리사 특유의 기발한 단어 선택과 유머러스한 필치로 숨 가쁘게 전개된다. “청춘을 다 날려먹으면서 공부만 했는데, 한창 일해야 할 가임기에는 전부 그만두고 애만 낳으라니! 그건 아니잖아! 젠장!”이라며 소리치는 주인공 유이의 일침은 독자들에게 시원한 청량감과 동시에 묵직한 공감을 안긴다. 『오늘부터 삐딱하게』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제트코스터에 올라타 길을 잃고 헤매는 이 시대의 모든 부부들, 그리고 세상이 정해놓은 ‘~다움’이라는 틀 안에서 숨 막혀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든든한 응원가다. 처음엔 아내의 광기를 두려워하던 남편이, 결국 아내의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는 결말은 깊은 감동과 연대감을 선물한다. 세상의 편견에 통쾌한 하이킥을 날리는 이 소설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 역시 세상의 눈치를 보느라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만의 보라색 머리를 당당히 드러내고 싶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