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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제1장 들물에 - 바다와 사람 제2장 제주 해민이 진상선을 몰았던 이유 1. 제주를 목마장으로 만든 조선 2. 제주 진상품을 실어 나른 바닷길 제3장 한국 최장 해상 표류, 생존의 기록 1. 진마선 출항과 표류 2. 31일 1만 7천 리, 조선 최장의 해상 표류 3. 표류를 이겨 낸 제주인의 해민정신 제4장 섬과 섬, 생명의 네트워크 1. 제주 해민을 구한 참섬 주민들 2. 참섬과 제주를 잇는 바다 인연 3. 참파 왕국의 오래된 기억 제5장 후에 왕궁으로 가는 길 1. 표류민을 살려준 귀부인 2. 바다를 건너간 태자 피살설 3. 호이안에서 후에로 4. 제주 해민과 국왕의 만남 제6장 17세기 베트남 사람들의 삶 1. 국제무역항 호이안 2. 벼를 세 번 거두는 나라 3. 사람과 함께 살아간 원숭이와 코끼리 4. 제주 해민이 본 베트남의 풍속 제7장 상까지 치른 제주 해민의 귀환 1. 베트남에서 죽은 세 사람 2. 중국 상인과 일본 상인의 다른 선택 3. 중국 연안을 따라 이어진 귀향길 4. 죽은 줄 알았던 제주 해민의 귀환 제8장 날물에 - 바다의 기억 참고자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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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양 사상 최장의 표류
1687년 가을, 제주 해민 스물네 명은 나라의 명으로 진상마를 싣고 육지로 향했다. 그러나 추자도 해역에서 광풍을 만나 돛과 노를 파도에 뺏기고 키마저 손상되면서 배는 방향을 잃었다. 그들은 31일 동안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식량은 물론이고, 마실 물도 없이 극한의 상황을 견딘 끝에 베트남 호이안 앞바다의 참섬에 닿았다. 참섬 주민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뒤 호이안으로 옮겨졌고, 하이반고개를 넘어 후에에서 베트남 국왕을 만났다. 이후 다시 호이안으로 돌아와 귀향에 이르기까지 열 달 가까이 더 머물렀다. 이들의 열여섯 달은 현재까지 기록으로 확인되는 우리나라 해양 표류사 가운데 시간과 거리 양면에서 가장 길고 먼 표류이다. 이 여정에서 제주 해민들은 특별한 힘을 보여 준다. 거센 풍랑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굳센 의지와 함께 살아남으려는 마음이다. 스물네 명은 서로 의지하며 죽음의 바다를 건넜다. 서로를 격려하고 붙들며 끝까지 함께 버틴 모두의 의지와 헌신이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후손을 자처하는 저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마침내 기록 속의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게 했다. 저자는 제주 화북포와 추자도 해역을 찾고, 베트남의 참섬과 호이안, 다낭과 후에, 미선을 답사했다. 귀향길을 따라 중국 절강성의 온주와 영파, 주산군도와 보타산까지 발걸음을 이어 갔다. 글로는 한 줄에 지나지 않는 사건도 그 땅에 직접 서면 전혀 다른 울림이 된다. 문헌은 사건을 전하고, 현장은 그 사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제주를 떠나 표류하고, 베트남에 이르러 호이안에 머문 뒤 다시 중국 연안을 따라 북상하여 제주로 돌아오기까지. 약 460일에 걸친 긴 여정이었다. 그 길은 제주 해민의 표류길인 동시에 동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바닷길이었다. 제주는 동아시아 여러 해역으로 뻗어 나가기에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은 섬이었다. 계절풍과 해류를 타고 한반도와 중국, 일본과 유구 등 여러 지역으로 바닷길이 이어졌다. 제주 사람들은 전복과 미역을 거두고, 말과 귤을 실어 나르며 바깥세상과 이어졌다. 탐라 바다는 섬을 가두는 경계가 아니라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주 해민 스물네 명의 표류 이야기만을 복원한 기록이 아니다. 바다를 통해 이어졌던 동아시아 해양 세계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340여 년 전 이름 없는 제주 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오늘로 이어 보려는 작은 항해이다. 『지영록』, 『해외문견록』, 『주영편』, 『탐라문견록』,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은 김대황 일행의 표류 여정을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그들이 어디를 지나갔는지는 알려 주지만, 바람의 냄새와 파도 소리, 낯선 곳이지만 처음 섬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과 고향을 다시 바라보았을 때의 마음까지 전해 주지는 못한다. 1687년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다르다. 그러나 바람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도, 희망도,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제주의 바람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먼바다로 내몰았고, 어떤 사람들은 끝내 그 바람을 이겨 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남긴 항로를 따라 바다 깊숙이 잠들어 있던 표류의 기억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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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본향은 국제항로가 이어지던 서귀포 대포(大浦)다. 자신의 DNA를 잊지 않고 제주의 해민정신을 찾아나선 치열한 학문적 열정이 빚어낸 결실이다. 진상을 바쳐야만 했던 제주민들, 그 결과 많은 표류가 빚어졌으며 저 멀리 베트남까지 바다의 노마드로 떠돌았다. 섬이면서도 의외로 바다연구가 덜 이루어지는 풍토에서 글로벌로 나아가는 바다연구의 거보를 내딛는다. 바다연구는 글로벌일 수 밖에 없다. 해양실크로드 거점이었던 호이안 등을 오갔던 저자의 발품과 박람강기의 지적 편력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제주 해민 24명의 족적을 본격 집대성한 연구성과이다. 지리학과 역사를 공부한 저자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가 해 오는 일련의 연구가 제주해민사, 더 나아가 제주해양사의 큰 물줄기로 나아가서 글로벌 해양문명사 연구의 빈 고리를 채워 주는 큼직한 노둣돌이 되리라 믿는다. - 주강현 (해양문명사가, 포르투갈 Academy de Marinha 원사, 전 제주대 석좌교수·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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