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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법정
한국사 인물논쟁 개정판
함규진
포럼(FORUM) 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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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교양서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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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서문
역사법정, 재판은 시작됐다

<제 1법정> 김유신
<제 2법정> 신돈
<제 3법정> 어우동
<제 4법정> 임꺽정
<제 5법정> 광해군
<제 6법정> 박정희

여론조사

저자 소개 1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으로는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토마스 프랭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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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함규진
1969년 서울에서 출생.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상 인물 역사’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논문에는 「예의 정치적 의미」,「유교문화와 자본주의적 경제발전」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히틀러는 왜 세계정복에 실패했는가』, 『록펠러 가의 사람들』, 『팔레스타인』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498057

책 속으로

어우동은 20대 후반인가 싶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성격을 따지기가 어려웠다. 언뜻 보기에는 별로 미인 같지 않았으나, 찬찬히 보다 보면 한없이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풀어 내려서 어깨에서 가슴까지 구불구불 감겨 있는 머리채는 처량해 보이기도 하고, 독기를 숨긴 뱀처럼 보는 사람을 유혹하는 듯도 했다. 가느다란 눈은 소녀의 눈처럼 해맑았다가, 다음 순간 고양이의 눈처럼 교활해졌다. 도톰한 붉은 입술은 교태를 띤 듯, 하지만 사심 없이 바라볼 때는 그저 건강하게만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녀의 목이었다. 늘씬하고 희게 빛나는 목에는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주홍글씨를 연상케 하는 그 자국이야말로 그녀를 저승으로 오게 한 교수형의 밧줄 자국이었고, 그것은 마치 방금 새겨진 듯 선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보기 드문 미인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방청석은 다소 소란했다. 대략 분위기가 정리되자, 먼저 인수대비가 일어섰다. 좌중을 압도하는 엄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고,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안녕들 하시오. 나는 청주 한씨 가문에 태어나, 후일 덕종대왕으로 추존되는 분께 시집와, 소혜왕후와 인수대비의 직첩을 받았던 사람이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앉은 것은 한 여성을 심판하기 위함이오. 여성으로서 같은 여성을 심판한다는 일이 내킬 리는 없소. 그러나 이 여성은 마땅히 단죄되어야 하오. 남성들의 잣대로가 아니라, 같은 여성으로서 말이오.”
“어우동은 명문 사대부집의 딸로 왕족에게 시집간 몸이었소. 그러니 먹고 입는 데 부족함이 있었겠소? 여염집 아낙네들처럼 진종일 일하느라 허리가 굽었겠소? 읽을 책, 그림 그릴 종이가 아쉬웠겠소? 당시 절대 다수의 여성보다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었고, 남편이 돌아간 과부도 아니었음에도 어우동은 외간남자와 눈이 맞았소. 그래서 소박을 맞고는 근신하기는커녕, 도리어 물을 만난 고기인양 척족에서 종놈까지 보이는 대로 사내를 끌어들여 음욕을 채우기에 급급했소. 자신의 동물적인 욕망을 채우기에만 바빴던 여자를 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오?”
“물론 정욕은 인지상정이오. 당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정욕이 더 절제를 요구받았던 면도 있소. 그러나 무절제하게 정욕을 채우는 데 몰두한 점은 아무리 봐도 좋게 봐 줄 수가 없소. 사실 훌륭한 업적을 세워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보자면, 정욕을 억제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경우가 많소, 저승에 와서 들으니 서양의 단테라는 사람은 한 여인에 대한 못 이룬 사랑을 위대한 시편으로 엮었으며, 베토벤이라는 사람도 사랑의 아픔을 토대로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하더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여인네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소? 본 검사의 경우에도 갓 스물에 과부가 되었으니 외로움으로 말하면 피고보다 몇 배는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나는 홀로 보내는 시간을 아껴 성현들의 경전과 부처님의 말씀을 널리 배웠고, 성현들의 가르침을 정리해 [내훈]으로 남기고, 불경은 직접 손으로 베낄 뿐 아니라 팔도에 흩어진 목판을 구해 경전을 찍어내는 일에 힘을 쏟았소. 모두가 시아버님이신 세조대왕과 시어머님이신 정희왕후님을 받들어 모시고, 아드님이신 성종대왕을 훈육하면서 해낸 일들이오. 듣자니 어우동에게도 남다른 글재주가 있다 했는데, 왜 그 글재주를 살려 역사에 길이 남을 여류 시인이 될 생각을 아니했단 말이오?”

--- p.123~

출판사 리뷰

역사는 평가 속에서 발전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현대사에서의 박정희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지만, 과거 신라의 김유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비판과 옹호로 양분되는 인물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인물 논쟁은 항상 풍요로운 인문학의 배경이 되며,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져오는 장점으로 자리매김한다.

「역사법정」은 이러한 인물 논쟁의 중심에 있는 역사인물을 풍부한 사실적 자료와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하여, 가상법정을 통해 독자의 앞에 세운다.
저자는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반된 주장을 모두 싣고 독자에게 판단의 여지를 남기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도이다.
천상에서 벌어지는 가상 법정은 단군이 재판장을 맡고, 피고 6인과 관련된 인물들이 검사와 변호사를 맡아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 법정>
피고: 김유신 / 검사: 신채호 / 변호사: 김부식
‘김유신을 변명’하는 사람들은 당시 삼국에는 민족의식이 없었으며 삼국통일을 계기로 비로소 민족의식이 뿌리내렸고, 삼국간의 전쟁은 너무나 치열하여 민생의 피해가 극심했으며, 신라만이 아니라 삼국 모두가 승리를 위해 외세와 결탁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삼국간에 동족의식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만주와 한반도가 고스란히 이어지며 민족의 생활권이 넓게 유지되었더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도 일리가 있고, 신라의 경우 단순히 외세의 힘을 빌린 정도가 아니라 법제에서 땅이름, 복식까지 고스란히 중국의 본을 받음으로써 한반도와 한민족이 결정적으로 중국 문화권에 포섭되도록 만들었다는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제 2 법정>
피고: 신돈 / 검사: 정도전 / 변호사: 무학대사
공민왕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신돈은 염제신 등의 권신, 경복흥을 비롯한 문신, 최영을 비롯한 무신들을 숙청하며 조정을 일신했다. 하지만 권문세족이나 무신을 모두 쓸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또 개혁세력의 대표였던 이제현도 “문생이니 좌주니 하며 도당을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비판과 함께 탄압을 받았다.
‘인적 청산’에 이은 ‘제도적 청산’은 전민변정도감 설치, 순자격제와 산관 통제, 성균관 중영, 과거제도 개혁 등으로 권문세족의 세력을 억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일련의 개혁 조치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신돈 자신의 정책이었는지, 공민왕의 뜻을 대행했을 뿐인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신돈은 6년간의 집권 기간에 권력에 취해 스스로 문수보살이라고 내세우고, 각종 뇌물과 성상납을 받으며 타락의 극치를 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그를 제거한 세력들의 모함이라고 보는 쪽도 있다.

<제 3 법정>
피고: 어우동 / 검사: 인수대비 / 변호사: 황진이
‘조선시대 최대의 성스캔들.’
어우동이라는 이름에 따라다니는 이 타이틀이 그리 과장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조선조에는 음부(淫婦)의 대명사로만 통용되던 어우동의 이름은 현대에 들어와 재조명된다. 70년대에 동아일보에 연재된 소설 ??어우동??에서 방기환은 어우동을 ‘인형의 집을 나간 노라’에 대비했으며, 1985년 제작된 이장호의 영화 ??어우동??에서는 ‘권력자의 노리개가 되었다가 희생된 여자’라는 개념까지 추가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본격화된 페미니즘적 역사해석에서 그녀는 불합리한 남성중심적 · 봉건적 사회모순에 항거하며 ‘개인독립’을 향유한 선각자로 부각된다.

<제 4 법정>
피고: 임꺽정 / 검사: 박문수 / 변호사: 홍명희
임꺽정 사건에 대해 실록의 사관은 이렇게 평한다. “도적이 성행하는 것은 수령의 가렴주구 탓이며, 수령의 가렴주구는 재상이 청렴하지 못한 탓이다. 지금 재상들의 탐오가 풍습을 이루어 한이 없기 때문에 수령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권요(權要)를 섬기고 돼지와 닭을 마구 잡는 등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런데도 곤궁한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도적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너도나도 스스로 죽음의 구덩이에 몸을 던져 요행과 겁탈을 일삼으니, 이 어찌 백성의 본성이겠는가.”
임꺽정의 봉기는 민중적, 역사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개인의 불만을 비생산적으로 터뜨린 ‘객기’에 지나지 않았을까. 아니 그것이 ‘객기’일지라도 우리는 그의 자유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홍명희와 박문수의 공방을 통해 짚어본다.

<제 5 법정>
피고: 광해군 / 검사: 이항복 / 변호사: 허균
광해군은 조선왕조가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세자가 되고, 왕위에 올랐다.
광해군은 조선조 내내 폭군으로만 취급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비교적 일찍부터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일제시대의 식민사관 사학자 이나바 이와키치가 그 선두였는데, 그는 광해군의 외교를 ‘중립외교’로, 내치를 ‘실용적 개혁’으로 평가했다. 그의 해석을 1950년대 말 사학계의 거두 이병도가 다듬어 내놓으면서 일찍부터 광해군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1980년대부터는 “광해군은 개혁과 중립외교를 추진했다”는 내용이 국사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미국과 중국,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의 인기를 다시금 높이는 듯하다.

<제 6 법정>
피고: 박정희 / 검사: 장준하 / 변호사: 박종홍
1979년, 박정희의 영구차는 많은 국민의 눈물 속에 광화문을 지났지만 이후 상당 기간 그에 대한 평가는 별로 긍정적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에 들어 박정희를 재평가하는 ‘박정희 붐’이 이는데, 그동안 대안으로 여겨져 온 ‘민주화세력’이 87년 이후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컸다. 6.3 투쟁이나 유신반대투쟁에서 앞장서서 싸웠던 일부 소장 지식인들까지 그의 재평가 대열에 합류했고, 여론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심지어 ‘단군 이래 최고 지도자’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이후 소강 국면에 들었다가, 최근에 와서 다시 박정희의 재평가를 놓고 시끄러워진 상태다. 박정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이 시대의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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