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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에 눈을 뜨는 아이
2. 자신을 태울 나무 3. 강 마을 개구쟁이 4. 신선대의 첫 번째 이야기 5. 싹트지 않은 배추씨 6. 까치밥 7. 구정물을 마신 스님들 8. 스님의 친구들 9. 자신을 속이지 말라 10. 바가지 스님 11. 자기를 바로 봅시다 12. 퇴설당 13. 성철스님이 남긴 선물 |
무염(無染), 벽록檗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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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앞뒤가 유난히 불룩한 모과동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과동자야, 모과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 나무라고 부르지. 천 년을 살아도 늘 아기처럼 푸르게 살기 때문이야." "스님, 그래도 저는 나이를 먹을래요. 그래야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게 무어냐?" "잃어버린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그러니? 그렇다면 암자에 오는 아주머니 신도들을 다 네 엄마라고 생각해라. 차츰 네 엄마 생각이 나지 않을거다." "큰스님, 정말이에요?" "나도 그랬다. 절에 오는 사람들을 스승처럼, 부모처럼, 형제처럼 여겼다." 모과동자가 스님 방에서 나오고 나자, 기다리던 젊은 스님들이 들어갔는데 성철스님의 꾸중하는 소리가 났다. 수행을 잘못한 젊은 스님들로서는 성철스님의 꾸지람을 듣고 벌을 받는 새벽 시간이었다. 그 중에는 늦잠을 잔 스님도 있었다. 모과동자는 옹달샘으로 가서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얼굴을 씻었다. 샘물에 내려와 졸던 새벽 별이 깜짝 놀라 모과동자의 두 눈 속으로 들어갔다. 모과동자는 맑고 찬 새벽별이 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 pp.34-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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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를 쓴 작가 정찬주는 1998년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장편소설로 집필한『산은 산 물은 물』을 발표한 바 있다. 진정한 동화는 어른도 감동시킨다고 믿는 작가가 이번에는 동화의 틀을 빌어 큰스님의 진한 향기를 되살려 놓은 이유도 어린이와 성인 독자 모두에게 보다 깊은 감동을 주기 위해서이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모과동자는 엄마와 떨어져 해인사에 살고 있다. 개구쟁이 모과동자는 나무꾼 김 노인이 암자 뒤 숲 속에 쓸모없는 나무만 골라 장작더미를 쌓는 이유가 궁금했다. 유달리 어린이를 좋아했던 성철스님은 모과동자에게 그 장작더미가 자기가 죽었을 때 몸을 태울 나무라는 비밀을 알려준다. 그 뒤부터 성철스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모과동자를 앉혀두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작가는 이 작품의 서술방식을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는 위인전 형식 대신, 주제별 일화를 중심으로 구성하여 독자가 흥미롭게 읽도록 했다. 각 장의 주제는 아이답게 호기심이 많은 모과동자의 끊임없는 질문에 드러난다. '성철스님도 나처럼 개구쟁이였나요?' '성철스님의 친구들은 누구인가요?' '남을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등등. 이 질문의 대답은 성철스님이 들려주는 일화에 있다. 용돈이 궁해지면 동네가 떠나가라고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대고 용돈을 받아냈다는 장난꾸러기 성철스님, 미물도 사랑했던 성철스님이 콩을 씹어 어린 산비둘기 '구구보살'에게 먹이며 키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지혜의 스승으로서의 성철스님보다는 인간미 넘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가야산 호랑이'로 불렸던 성철스님의 엄격함을 드러내는 일화도 있다. 성철스님은 찾아온 사람이면 누구나 3천배를 하고서야 만나주었던 일로 유명하다. 이는 3천 번 절을 하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겸손해지는 마음을 갖게 하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또 거짓말을 싫어하였던 스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유명한 정치인이든 동자승이든 누구라도 꾸중했다. 헛된 허영심을 버리도록 성철스님은 여대생의 화려한 금목걸이를 키우던 산비둘기에게 걸어주고 날려 보낸 일도 있었다. 병석에 누워서도 성철스님은 모과동자를 불러서 '다른 사람을 남모르게 도우며 살라.'고 하였다. 이것이 곧 부처의 참 모습이며 뜻이라는 것이다. "남을 돕는 방법은 천 가지 만 가지도 넘는다. 부자가 되어 재산을 나눠 주는 일도, 예술가가 되어 남을 감동시키는 일도 남을 돕는 일이다."라고 했다. 큰스님 자신은 세상 사람들의 죄를 대신 씻어주기 위해 새벽마다 일어나 108번 절을 하고 기도하였다. 돌아가시지 말라고 눈물짓는 모과동자에게 성철스님은 '죽음이란 헌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는 일과 같아서 두려워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다.'고 하였다. 헌 옷을 벗으니 오히려 홀가분해진다는 것이 성철스님이 남겨준 죽음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장난꾸러기 모과동자는 성철스님이 돌아가신 뒤에 의젓함을 갖춘 소년으로 자라났다. 헤어졌던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엄마의 편지가 있던 성철스님의 책상이 사라진 것을 보고도 모과동자는 울지 않는다. 대신 성철스님의 빈방에 남아 있는 작은 돌멩이를 큰스님이 주신 선물로 받아들인다. 성철스님은 떠나셨지만 모과동자의 맑은 동심에는 성철스님의 큰 가르침이 새겨진 것이다. 성철스님이 모과동자에게 들려준 이 일화들은 성철스님의 위대함이 평범한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며, 성철스님이 본래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잃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한다. 작가는 이 동화를 읽은 독자가 마음속에 진정한 스승으로서 성철스님을 모셔두기 바란다. 성철스님은 '진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평생 지켰다. 정찬주는 이 책을 읽은 독자도 자신과 한 약속을 마음에 도장자국처럼 또렷이 남기고 실천하기를 원한다고 지은이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모과동자와 성철스님』은 어린이에게는 성철스님의 넓고도 깊은 가르침을 준다. 또 이 동화책을 읽는 어른은 순수한 마음으로 사셨던 성철스님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게 된다.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어린이와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은 동화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