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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Nikos Kazantz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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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진흙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무디고 둔하다. 영혼의 지각 능력은 조잡하고 불확실하기에 아무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이별은 얼마나 다를 수 있었을까.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조르바는 내가 그토록 오랜 시간을 찾아 헤맸으나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숨 쉬는 심장과 풍부한 말들을 쏟아내는 커다란 입과 위대하고도 야성적인 영혼을 지닌, 모태의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나는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안 믿어요. 오직 나, 조르바만 믿을 뿐. 내가 다른 것들보다 나은 게 있어서가 아니에요. (중략) 하지만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그래도 아직까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지요. (중략) 나는 오로지 이 눈으로만 보고, 이 귀로만 듣고, 이 내장으로 삭이는 것만 믿어요.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사라지는 거고 조르바가 죽으면 세상은 무너지게 되는 것이지요.”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행복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그 순간을 돌이켜보며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크레타 해안에서 행복을 느꼈고 그 행복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은 낭비였구나. 내가 배운 것,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걸레로 몽땅 지우고 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어가 저 위대한 진짜 알파벳을 배울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헌데 그놈의 상처는 참 잘도 아물더군요. 빨강, 노랑, 검정 천 조각을 굵은 실로 여기저기 꿰맨 돛을 보셨을 테지요.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찢어지지 않아요. 내 가슴도 마찬가집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여기저기 다 기웠지요.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지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겁쟁이가 된다. 이렇게 사소한 육체의 즐거움이 어쩌면 이렇게 빠르고 간단하게 정신적 즐거움으로 변하게 되는 것일까. 예술이란 사실은 마법의 주문인 것이다. 예술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의 살인적인 힘을 자극한다. 살인과 파괴, 증오와 타락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리고는 달콤한 노래로 다시 나타나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나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내가 찾던 광맥이 바로 이것인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믿음이 있어요? 그렇다면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신성한 것이 될 수 있어요. 믿음이 없다면?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나뭇조각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행복했다. 몸은 가벼웠고 마음은 햇살 아래서 사냥을 끝내고 잡은 먹이를 먹고 입술을 핥는 짐승처럼 여유로웠다. 마음과 몸이 느긋했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복잡한 문제의 답을 쉽게 찾아낸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어제 일은 기억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생각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건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조르바의 춤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무게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처절한 노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조르바의 인내와 민첩함, 그리고 긍지에 찬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민첩하면서도 맹렬한 스텝은 모래 위에 인간의 신들린 역사를 남겼던 것이다. 모든 것이 뒤틀렸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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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나는 소위 책벌레라 불리는 젊은 지식인으로, 몸으로 부딪치는 삶을 살아보기 위해 유산으로 물려받은 갈탄 광산 사업을 하기 위해 크레타 섬으로 가는 어느 항구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는 탄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60대 그리스인으로,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기에 나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크레타 섬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조르바는 어떤 사람인가? ‘왜?’라는 물음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자유는 어떤 의지나 이념이 아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본성과도 같은 것이며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말하는 사람, ‘자유’와 ‘열정’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으며 누구보다 본능에 충실한 사내였던 사람, 세상을 온몸으로 겪으며 행동하는 삶을 산 사람,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 극도의 슬픔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죽는 순간까지 자유로웠으며 영원히 자유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사실 조르바는 일자무식에, 가진 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60대 노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머리보다 몸이 시키는 대로 명쾌한 결단을 내리며, 모든 걸 포용할 줄 아는 넓은 가슴과 만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그 어떤 지식인의 사유보다 깊고 철학적으로 다가온다. 언어와 붓다에게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나 내 안에 갇혀 있던 영혼을 해방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조르바 덕분이다. 인생을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겁게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진리를 발견한 조르바를 보며, ‘나’는 조르바처럼 살고 싶었고 그의 열정이 늘 부러웠지만 모든 걸 다 내려놓진 못한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조르바는 큰 영감이 되었고, ‘나’의 인생을 좀 더 ‘즐기는 인생’으로 변화시켜주었다. 카잔차키스는 그의 자서전인 《영혼의 자서전》에서 “힌두교도들은 ‘구루(사부)’라 부르고 수도승들은 ‘아버지’라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라며 조르바를 언급했다. 이렇듯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인생에 있어 훌륭한 멘토이자 스승이었다. 조르바를 향한 카잔차키스의 애정은 그의 묘비명에도 잘 드러나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조르바가 카잔차키스 삶의 멘토가 되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은 독자 역시 조르바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자유롭고 열정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