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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는 더하는 말, 브랜드는 빼는 말
01 브랜드가 서로 닮아 가는 시대 02 브랜드 디자인은 무엇을 해 왔나 03 AI가 만든 아이덴티티에서 빠지는 것 04 프롬프트가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 이유 05 AI 시대 브랜드 디자인을 위한 CAS 모델 06 네이밍과 브랜드 언어 07 심벌과 아이덴티티 시스템 08 컬러·타이포그래피의 일관성 09 브랜드 경험과 확장 10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 |
黃允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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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를 꾸미는 데 집착할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AI가 가장 쉽게 복제하고 평균화해 버리는 시각적 유행의 자장 안에 갇히게 된다. 반면 브랜드가 품은 고유한 신념과 고집스러운 맥락은 단순히 데이터를 짜깁기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고 지켜 온 시간의 결이자,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인간적인 결함과 확신이 빚어낸 생명력이다. 로고라는 형태가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의 내적 무게감으로 승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껍데기의 경쟁에서 벗어나 알맹이의 밀도를 채우는 작업만이 복제의 시대에 브랜드가 생존할 유일한 탈출구다.
--- 「01 브랜드가 서로 닮아 가는 시대」 중에서 AI에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결과물은 얼핏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비례는 반듯하고 색채는 조화로우며, 목업(Mockup)을 입힌 적용 예시까지 매끄럽게 딸려 나온다. 그런데 무언가 결정적인 것이 빠져 있다. 완벽해 보이는 AI의 브랜드 디자인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이 기묘한 ‘불쾌한 골짜기’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불쾌한 골짜기’라는 표현은 원래 로봇 공학에서 나온 말이다. 로봇이 사람과 조금 비슷해질 때는 호감이 오르다가, 지나치게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지점에 이르면 오히려 거부감이 치솟는 현상을 가리킨다. AI가 만든 브랜드 아이덴티티 앞에서 느끼는 감정도 이와 닮았다. 완성도는 사람이 만든 것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만큼 높은데, 그 안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위화감이 남는다. 로봇 공학에서는 그 골짜기를 넘어서기 위해 움직임의 미세한 결을 다듬는다. 브랜드 디자인에서 그 골짜기를 넘어서는 방법은 다르다. 표면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표면 아래에 있어야 할 결정을 채워 넣는 것이다. --- 「03 AI가 만든 아이덴티티에서 빠지는 것」 중에서 그래서 막상 AI에게 브랜드 네이밍을 맡겨 보면 상황은 오히려 더 까다로워진다. 선택지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깊은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는 순식간에 열 개, 스무 개의 세련된 후보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입에 착 감기는 발음, 등록 가능한 도메인, 그럴듯한 의미까지 갖춘 매끄러운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 방대한 목록에는 정작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 결여되어 있다. 바로 ‘이 이름을 선택함으로써 향후 무엇을 말할 수 없게 되는가’에 관한 제약과 배제의 정보다. --- 「06 네이밍과 브랜드 언어」 중에서 시각적 기표에만 기댄 브랜드는 매체의 확장을 견디지 못하고 표면에서 소진된다. 반면 단단한 철학과 태도로 올라선 브랜드는 시대와 매체가 어떻게 바뀌어도 길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브랜드를 처음 설계할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시각적 패턴이나 로고를 완전히 뗄 수밖에 없는 전혀 낯선 매체 앞에서도, 우리 브랜드가 취해야 할 태도를 명확히 말할 수 있는가.” 만약 그 질문에 머뭇거리게 된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원리는 아직 깨지기 쉬운 표면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 「09 브랜드 경험과 확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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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요구하지 말고, 뻔한 것부터 지워라
친환경 브랜드에는 잎사귀가 등장하고, 도가 사상을 표현하면 태극 문양이 나온다. AI가 만든 로고는 세련되고 완성도도 높지만 어딘가 본 듯하다. 프롬프트에 조건을 추가하고 참고 이미지를 늘려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획일화의 원인을 AI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습관과 기계의 통계적 생성 방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찾는다. AI는 학습 데이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각적 패턴으로 수렴하고, 인간 역시 익숙한 상징을 먼저 떠올린다. 저자는 중국 후난대학교의 브랜드 디자인 수업에서 이 문제를 발견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금지하고 학생들에게 종이와 펜만 주었다. 이어 태극, 연꽃, 수묵화 등 흔한 상징을 금지어로 지정했다. 익숙한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은 비로소 대칭, 순환, 경계 없음과 같은 추상적 원리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AI를 활용한 결과물은 이전과 전혀 달라졌다. 유가의 수기 개념을 자기 성장 서비스로, 불교의 윤회를 새로운 장례 서비스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네이밍과 심벌, 색과 활자, 확장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사고의 방법을 제시한다. 프롬프트는 조건을 더해 결과물을 정교하게 만들지만, 브랜드의 독창성은 당연한 답을 제거할 때 시작된다. AI에게 무엇을 더 요구할 것인가보다 먼저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디자인의 차이는 생성 능력이 아니라 선택과 배제의 능력에서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