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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괴담록
처녀귀신부터 나폴리탄까지, 한국 괴담의 모든 것
전혜진 저
동녘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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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괴담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귀신의 원한, 억울함, 소망
한국 괴담 변천사

2장 우리 학교에 귀신이 있다: 학교 괴담
우리 학교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
학교 터와 공동묘지의 상관관계
화장실의 귀신들
자정, 학교 시설물들은
작년에 죽은 그 친구, 아직 학교에 있다
학생의 인권과 괴담의 흥망
대학교에서도 괴담은 계속된다

3장 사라진 히치하이커와 으스스한 소문들: 도시전설
사라진 히치하이커와 죽은 사람을 태운 택시
교통사고 괴담
흉가 이야기
사람을 닮은 어떤 것들
내 다리 내놔!
노동 현장의 괴담
불평등한 사랑과 성, 여성들의 한

4장 살인, 납치, 침입에 대한 공포: 범죄 괴담
어린이 유괴 사건과 홍콩할매 귀신 소동
인신매매 괴담
연쇄살인 사건과 살인 괴담

5장 억압된 청춘, 귀신이 되다: 군대 괴담
군대에서 만난 수많은 귀신들
폐쇄적인 최전방 지역의 공포
국군은 죽어서도 말하지 못하고

6장 우리는 모두 그날을 기억한다: 대형 참사와 집단 트라우마 괴담
전쟁과 학살, 괴담이 되다: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
돌아오지 못한 아빠 괴담: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백화점이 무너진 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괴담보다 더한 현실, 사회적 타살: IMF 괴담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수학여행 괴담과 세월호 참사

7장 공포가 유희가 될 때: 놀이가 된 괴담
귀신을 부르는, 만들어진 강령술들
설정만으로 괴담을 만드는, 규칙 괴담

나가며
주

저자 소개 1

全慧珍

SF와 스릴러, 사회파 호러 작가. 라이트 노벨 「월하의 동사무소」로 제1회 이슈 노벨즈 공모전 편집부상을 받고 데뷔한 이래 부지런히 소설과 비소설, 만화 스토리를 써 왔다. 단편 소설 「파촉, 삼만 리」로 제5회 중국 청두 국제 SF 콘퍼런스인 ‘100년 후의 청두’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홍등의 골목』, 『아틀란티스 소녀』, 『바늘 끝에 사람이』, 『마리 이야기』 등을, 만화 『레이디 디텍티브』, 『리베르떼』, 웹툰 〈PermIT!!!〉의 스토리를 썼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컨베이어 리바이어던」, 「낫 서울, 낫 소울」, 「Legal ALEIN」
SF와 스릴러, 사회파 호러 작가. 라이트 노벨 「월하의 동사무소」로 제1회 이슈 노벨즈 공모전 편집부상을 받고 데뷔한 이래 부지런히 소설과 비소설, 만화 스토리를 써 왔다. 단편 소설 「파촉, 삼만 리」로 제5회 중국 청두 국제 SF 콘퍼런스인 ‘100년 후의 청두’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홍등의 골목』, 『아틀란티스 소녀』, 『바늘 끝에 사람이』, 『마리 이야기』 등을, 만화 『레이디 디텍티브』, 『리베르떼』, 웹툰 〈PermIT!!!〉의 스토리를 썼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컨베이어 리바이어던」, 「낫 서울, 낫 소울」, 「Legal ALEIN」 등 단편 소설에 주력하여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고전 문학에서의 귀신 이야기, 1990년대 전후 한국 순정 만화의 메시지와 스타일, 다양한 장르의 서브컬처와 지금 여기의 사회적 문제들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다.
「Missing」도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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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135*210*30mm
ISBN13
9788972972396

책 속으로

괴담은 과거에서부터 수많은 세월을 거쳐 누적되고 윤색되며 우리에게 도달한 이야기들이자, 지금도 현실을 반영하며 주변에서부터 만들어져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외된 사람들과 피해자들의 이야기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형성된 어떤 집단의 이야기이다. 그 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우리는 지금 여기 우리가 좋아하는 괴담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식으로 모습을 바꾸며 계속 우리 곁에 있어왔는지를 걸음을 멈추고 잠깐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 굳게 닫힌 무의식과 비일상의 문을 열기 반 걸음 전인 이곳에서.
--- p.5

귀신은 ‘괴담’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형상이자, 우리가 두려워하는 죽음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귀신들은 어떤 사유로 죽은 뒤에도 이 세계에 미련을 갖고 산 사람의 앞에 나타나거나 때로는 사람들을 해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국가와 지역에 따라 귀신들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 p.13

전통적인 관념에서 귀신은 현실을 초월한 존재였고, 때로는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인간과 소통하고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였다. 이런 전통적인 귀신의 모습은 민담을 통해 세대를 넘어 구전됐고, 시대의 변화와 매체의 발달로 현대에 이르렀다. 193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와 전쟁, 근대화와 독재를 거치며 대중매체나 도시전설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큰 변화를 겪었다. 격변하는 시대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상식적인 질서로 파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귀신은 기괴하고 끔찍한 형상과 잔혹하게 인간에게 복수하는 존재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의미가 불명확하거나 맥락이 소거된 채 전해진 일본의 괴담들이 전통적인 괴담과 결합하며 비논리적인 형태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 pp.15-17

2010년 무렵을 기점으로 전국에 CCTV가 설치되며 어떤 장소에 귀신이 나왔다는 식의 목격 괴담은 줄어들었고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며 유사과학 괴담도 많이 사라졌지만,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1인 미디어로 인해 괴담의 확산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현재는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다양성에 있어서도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들이 일상적 이야기를 압도하고 있으며, 텍스트뿐 아니라 사진과 음성과 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에 AI 기술까지 더해지며 괴담에는 전에 없던 현실감이 부여됐다. 이야기의 해상도가 높아지며 흐릿한 모호함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던 기존 괴담들은 쇠퇴하고 사실 여부를 판별하기 힘든 형태의 괴담이나 가짜 뉴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p.45

2000년대 초반 유행한 괴담으로는 ‘자유로 귀신’ 괴담이 있다. 자유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난 줄 알고 차에서 내렸지만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들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유로 귀신 목격담을 이야기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된 괴담이다. 웹툰 〈신과 함께〉나 〈저승고〉에도 자유로 귀신을 모티브로 하는 귀신이 등장했다. 자유로에서 헤이리 방향, 즉 성동IC 북단은 군사작전지역에 속하다 보니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길에 아예 가로등이 없었다. 야간 주행 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2004년부터 가로등을 설치했지만 여전히 다른 고속화도로에 비해 어두운 편이고, 특히 문산부터 임진각까지는 가로등이 낡고 부족한 데다 강안경계 보안등만 설치된 구간도 있다. 강을 끼고 있어 안개가 자주 발생하고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나 폭주족들도 많이 다니다 보니, 운전자가 긴장해 착시현상을 일으켜 이와 같은 괴담을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 pp.128-129

옛날 어른들은 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나간다고 질겁을 하기도 했는데, 문지방이 안과 밖의 경계, 두 세계의 사이에 놓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세계의 경계에 선 것 같은 상태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은 장소와 연결된 환상이 되기도 한다. 한밤중에 학교 복도 몇 년 전 죽었다는 선배가 나타나고, 병원 복도에 환자복을 입은 귀신이 지나가고, 장례식장에서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움직인다는 환상은 이곳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라는 공간 인식에서 나온다. 한밤중에 학교 복도에 몇 년 전 죽었다는 선배가 나타나고, 병원 복도에 환자복을 입은 귀신이 지나가는 것도 복도가 두 장소 사이에 놓은 경계이기 때문이다. 택시가 괴담의 배경이 되는 이유 중 하나도 어떤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경계에 놓인 공간이자 외부와 독립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 p.142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 경찰, 장례지도사 등 죽음 가까이에서 일하는 직업군에는 특히 시체와 관련된 괴담이 많다.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살아났다는 식의 이야기부터, 투신 자살이나 대형 교통사고 등 시신이 크게 손상된 사고에 대한 공포를 자아내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하수도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수도 안에서 나는 소리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말 것, 어두운 곳을 헤드라이트로 비출 때 그 한가운데를 응시하지 말 것 등의 금기사항들이 전해진다.
--- pp.170-171

범죄 괴담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Crime stories’ 또는 ‘Crime legend’라는 명칭으로 스너프 필름, 장기매매, 쇼핑몰이나 테마파크 등에서 벌어지는 유괴에 대한 도시전설들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레딧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는 총기 난사 사건이나 전기톱 살인마 같은 이야기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은 어떨까? 범죄 괴담을 연구한 민속학자 염원희는 한국의 범죄 괴담을 소재에 따라 크게 유괴형, 인신매매형, 살인형으로 분류했다. 범죄 괴담의 유형이 미국과 다르게 확연히 나뉘는 것은 전통적인 민속 괴담과 일제강점기 시대 유래한 괴담을 지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괴담으로 형성되던 시기에 우리 주변 범죄들이 그대로 범죄 괴담의 원형이 되었기 때문이다.
--- p.192

빨간 마스크 괴담 열풍에는 몇 가지 성공 요인이 있다. 등장인물의 외모는 다르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앞서 유행했던 홍콩할매 귀신과 많은 면에서 유사했기 때문에 더욱 쉽게 어린이들의 문화에 흡수될 수 있었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혼자 있는 어린이를 공격하며 키나 덩치가 크고 괴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며 무서운 속도로 추격할 수 있는 빨간 마스크는 홍콩할매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질문의 내용이 추가되거나 혈액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등의 내용이 더해졌다. 이 무렵 가정용 비디오가 보급되며 일본의 전대물인 〈파워레인저 시리즈〉가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우주특공대 바이오맨〉, 〈빛의 전사 마스크맨〉 등의 제목으로 소개되었는데, 괴담에 빨간 마스크 외에도 파랑·노랑 등 색깔이 다른 마스크들이 추가된 것은 이런 전대물의 영향으로 보인다.
--- pp.203-204

국내를 배경으로 하는 인신매매 괴담 중에는 1980~1990년대 인신매매 범죄가 크게 횡행하며 사회적인 공포로 작용하던 무렵, 실제 사건 혹은 경험담이 구전되고 변형되며 형성된 경우가 많다. 인신매매 괴담에 주로 ‘봉고차’라 불리던 9~15인승 승합차가 등장하는 것은 당시 인신매매범들이 승합차를 범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뉴스나 학교에서도 밤에 으슥한 곳에 승합차가 서 있으면 조심하라고 꾸준히 경고했기 때문이다. 인신매매 괴담은 ‘엘리베이터 살인 사건’ 괴담과 더불어 사람들의 84퍼센트 이상이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이야기이다. 실제 사건과 소문을 바탕으로 형성됐다 보니 허구의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사람들도 실제 사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괴담은 실제 사건의 영향을 받아 구체성을 띠었을 뿐, 모든 게 사실은 아니다.
--- p.211

1970년대부터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아파트는 50년에 걸쳐 도시화의 상징이자 도시생활자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잡았다. 아파트로 귀가하던 여성이 범죄에 노출되는 이야기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여성이 귀갓길에 겪을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대변하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아파트에 사는 도시 사람들은 ‘이웃사촌’이라고 말하던 농경 문화권의 마을 사람들에 비해 이웃에 대한 정이 없고 무관심하다고 일컬어졌다. 아파트 살인 괴담에서 귀가하던 여성이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복도에서 문을 두드리거나 소란을 피워도 문을 열고 나와보는 이웃이 한 집도 없는 듯한 묘사는 이와 같은 세태 혹은 편견이 반영된 것이다.
--- pp.226-227

공포는 개인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군대 괴담은 단순한 재밋거리가 아니다. 공포를 통해 신병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선임의 말을 따라야 안전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동료 옆에 있어야 한다며 신병들을 가스라이팅하며 체제를 유지하는 프로파간다로서 기능한다. 이런 공포는 아이러니하게도 폭력의 역사를 소거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신병들은 선임들이 들려주는 괴담 속 죽음과 폭력을 비판하거나 구조적 모순을 깨달을 겨를도 없이 다시 선임이 되어 후임에게 군대의 폭력과 모순을 전승한다. 군대 괴담은 진실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갈등을 담아내지 못하고, 군대 괴담 속 인물들은 귀신의 억울한 사연을 고발하지 못하고 그저 무력한 방관자로 남는다.
--- p.259

삼풍백화점 괴담 중에는 사건 당일 우연히, 또는 어떤 초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죽음을 모면한 이야기가 많다. 이들은 삼풍백화점에 갈 예정이었지만 누군가 가지 못하게 막거나 약속한 사람이 오지 않거나 함께 간 아이가 칭얼거리거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의 이유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백화점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직후 백화점이 무너진다. 괴담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은 사건을 앞두고 울고 칭얼거리거나 경기를 일으키거나 검은 옷을 입은 괴이한 존재들을 목격한다. 이는 영혼이 맑은 어린아이들이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관념에서 온 것이다. 때로는 죽은 조상이 꿈에 나타나거나 직접적으로 후손을 백화점 밖으로 유도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한국 설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삼풍백화점 괴담은 매우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p.292

출판사 리뷰

한 맺힌 처녀귀신부터 장기 매매 봉고차 괴담까지,
한국 괴담 변천사를 따라가다

무섭고 기이한 이야기들은 그 시공간에 흐르고 있는 공포와 불안, 분위기와 가치관을 품고 있다. 조선 시대 산 사람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을 풀던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역사와 문화의 변화를 맞이하며 사람을 해치고 공격하는 귀신의 형태로 변화했다. 2000년대를 코앞에 둔 세기말에는 종말론과 오컬트가 유행헸던 한편, 인터넷이 보편화된 후로는 소문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게시물로 '가짜뉴스'에 가까운 괴담을 퍼뜨리게 되었다.

괴담 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괴담이 만들어진 시대의 배경과 사람들의 정서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가 가능하고 테러의 위협이 잦았기 때문에 무차별 살인마에 대한 괴담이 많고, 섬이라는 폐쇄적인 지리적 환경의 일본에서는 토착 종교적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괴담이 많듯, 한국 괴담에는 여러 침탈과 전쟁, 독재의 잔재와 빠르고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인한 특유의 다이나믹한 공포가 있다. 뿌리 깊은 유교 문화와 성차별은 한 맺힌 '처녀귀신'을 만들어냈고, 동족상잔과 학살의 역사는 지역과 마을 단위의 괴담을 탄생시켰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에는 참사의 희생자의 귀신이 나타난다는 괴담이, ‘연쇄 살인마’ 유영철의 등장 이후에는 사이코패스 살인 괴담이 유행했다. 한국인들의 중국 동포와 외국인에 대한 타자화와 두려움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사람을 납치해 장기를 매매한다는 근거 없는 괴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괴담들을 아카이빙하며 변화해온 한국 괴담의 계보를 짚고, 이야기들 속에 숨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 두려움과 불안을 통찰한다.

학교·군대·도시·아파트·참사의 기억…
괴담 속에 스민 한국적 공포의 맥락과 역사를 아카이빙하다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에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원래 공동묘지였다거나 학교 건물이 병원이었다는 괴담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런 괴담에는 사실 근거가 있다. 조선 시대에는 전통적으로 사대 문 바깥에 공동묘지를 만들었는데, 해방 이후 서울이 확장된 후 묘지를 철거하고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전해지는 학교 괴담에는 죽어서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 귀신들이 등장한다. 2등을 하던 학생이 1등을 하던 학생을 죽인 후 귀신이 되어 나타난 친구에게 복수를 당하기도 하고, 입시에 실패한 것을 비관해 자살한 학생이 이루지 못한 꿈을 되뇌며 교실을 떠돌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 성장을 거치며 과도한 경쟁과 입시 압박이 생겨났던 문화적 맥락을 살펴보면,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들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한국은 분단 국가이자 휴전 국가라는 특수한 지리적 상황에 놓여 있다. 성인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군대에서도 괴담이 탄생했다. 죽은 병사 귀신을 목격하거나 한국전쟁 때 발신된 것으로 추측되는 괴이한 무전을 받는 등 군대 괴담은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군대라는 집단의 잔혹함을 보여주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개인화된 결말로 끝나는 모순적인 형식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집단 트라우마가 된 사회적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 그 사건과 관련된 괴담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남한군과 북한군 모두 이념을 앞세워 민간인을 학살했던 역사는 여러 지역의 전설과 민담 속에 괴담의 형태로 남아 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에는 아슬아슬한 간발의 차이로 사고를 피했다거나 삼풍백화점 사고 희생자로 추정되는 귀신을 목격했다는 등의 괴담이 전국적으로 떠돌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생존한 학생들이 문자를 보내왔다는 인터넷 게시글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참사와 집단 트라우마와 관련된 괴담 속에 거대한 인명 사고를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돼 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괴담들 속에서 시간성과 장소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괴담에 얽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본다. 괴담 속에 스며 있는 한국적 공포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괴담 속에 숨겨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홍콩할매, 빨간 마스크, 분신사바, 규칙 괴담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놀이와 유희로서의 괴담

괴담은 최고의 자극적인 오락거리이자 창작의 소재이기도 하다. 수업을 듣기 싫은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친구들과 여행을 간 날 밤이면 이불 속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속삭인다. SNS에는 인터넷 속 괴담만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계정이, 유튜브에는 기이한 실화를 방영하는 ‘괴담 라디오’가 있다.

이렇게 공포를 유희로 삼는 행위의 역사는 유구하다. 2000년대 초반 어린이들을 공포에 떨게 한 ‘홍콩 할매’와 ‘빨간 마스크’ 괴담은 책·만화·영화 등 수많은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비슷한 시기 주로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강령술 ‘분신사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며 기묘한 오싹함을 남기고 밈과 정형화된 스타일을 변형해가며 다른 항유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규칙 괴담’, 일명 ‘나폴리탄 괴담’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시대를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 괴담들을 짚어보고, 괴담을 가지고 노는 향유자들의 행보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호러나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괴담을 비롯한 이야기를 만들기 원하는 창작자들에게도 훌륭한 콘텐츠이자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타자화된 약자들을 비추는 거울,
괴담에 질문을 던지고 공포를 직시하기

괴담은 본능적이거나 경험적인 공포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잘 알지 못하고 피하고 싶은 존재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혐오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외국인이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무지와 혐오가 관련된 괴담을 양산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혐오가 담긴 괴담의 경우라면 경계하고 다시 살펴보며, 공포와 낯섦으로 왜곡된 약자와 소수자들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이 공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탐색한다.

오싹한 괴담 속에는 시대의 사회상, 그리고 사람들의 두려움과 염원이 담겨 있다. 책 속 괴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며, 우리가 어떤 것들을 두려워하고 염원해왔는지, 고통스러워하거나 타자화해왔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억압되고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귀신의 이야기에 빗대어 말하고
공공연히 드러낼 수 없었던 두려움을 똑바로 직시하며
그럴듯해 보이는 이야기라도 한 번쯤은 의문을 갖고 들여다보면,
그저 이야기만을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행간이, 타인의 억울함과 괴로움이,
고통과 슬픔과 억압과 편견과 집착 같은 것들이 보일지도 모른다.”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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