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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해설 : 개화 주체의 탄생과 신소설의 길지은이에 대해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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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人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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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화 주체의 탄생과 자기 부정의 서사많은 근대 소설이 ‘가족’의 문제를 다룬다. 근대적 의미의 ‘개인’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 개체가 ‘집 밖’으로 떠날 때만이, 비로소 근대적 개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청전쟁’(1894~1895)의 총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혈의 누》는 평양을 초토화했던 평양회전 직후 뿔뿔이 흩어진 김옥련 가족의 이산과 재회의 서사를 그린다. 부모와 생이별한 일곱 살 여아 옥련은 일본인 군의관 정상(井上, 이노우에)의 구함을 입어 오사카로 보내지는데, 군의관이 전사하자 그의 부인으로부터 다시 한 번 버림받는다. 집 밖에 나서 방황하던 옥련은 우연히 구완서라는 조선인 청년을 만나 함께 요코하마에서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에 닿아 공부를 하게 되며, 훗날 거기서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평양에서 오사카, 그리고 요코하마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최종적으로 워싱턴에 이르게 되는 김옥련의 여정은, 정확하게 문명 세계에 이르는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김옥련이 ‘집 밖’을 유랑하는 중에 문명 의식을 획득하는 과정은,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근대적 개인으로서 자율성을 획득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혈의 누》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것으로 ‘자기’를 구성하고자 하는 근대적 기획과 연동되어 있다.그러나 《혈의 누》는 ‘청일전쟁’을 ‘일청전쟁’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되는 소설이다. 이인직의 구상은 조선의 식민화를 찬동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그가 말하는 과거와의 단절과 새로운 자기 구성이 조선의 자생적인 근대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본의 힘에 의거한 근대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또는 일본인의 도움 없이 《혈의 누》의 서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김옥련의 어머니 최씨 부인을 겁간의 위기에서 구해 준 이도 일본인이며, 김옥련이 일본으로 유학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이도 일본 군의관으로 설정되어 있다. 요컨대 《혈의 누》는 개화 주체의 탄생을 그리는 근대 지향적인 소설이지만, 그 정치적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일본을 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즉 《혈의 누》의 근대화 전략은 민족적 허무주의를 노정하고 있기에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정본 《혈의 누》이 책은 1906년 7월 22일부터 같은 해 10월 10일까지 《만세보(萬歲報)》에 연재된 판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일부 오자나 탈자로 의심되는 대목은 광학서포에서 간행된 단행본과 섬세하게 대조해 정본화한 정본 《혈의 누》다. 전북대학교 국문과 이만영 교수(고려대학교 문학박사)가 편집을 책임졌다.이인직이 친일파라는 사실에 끊임없이 연연하되, 그가 남긴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 두는 것. ‘최초의 신소설’이라는 문학사적 평가를 잠시 치워 두면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김옥련과 구완서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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