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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상치악산 하이인직의 《치악산》(상편) 해설 : 가족 갈등의 재현과 문명화의 (불)가능성김교제의 《치악산》(하편) 해설 : 전근대적 가족 서사의 변형과 그 의미지은이에 대해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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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人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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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겹의 가족 갈등《치악산》 상편은 이인직의 장편 신소설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가족 갈등 구조를 갖는다. 사돈간(개화한 이 판서와 봉건적인 홍 참의), 부자간(홍 참의와 아들 백돌), 그리고 시계모와 며느리 간(김씨 부인과 이씨 부인)?세 겹의 갈등이 동시에 진행되며, 결국 이 모든 갈등은 개화와 봉건의 대립이라는 하나의 구도로 수렴된다. 이인직은 일찍이 “한국 청년으로서 문명을 사모하는 자가 있더라도 그것에 대한 정부의 불찬성보다는 부모의 반대가 심하다”(〈한국신문창설취지서〉, 《都新聞》, 1903.5.5)라고 말한 바 있다. 《치악산》 상편의 갈등이 철저히 가족 내부로 한정되어 있는 것은, 그의 이러한 인식이 소설로 고스란히 옮겨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개화를 옹호하는 인물들이 왜 이렇게 무력한가이상한 것은 개화를 옹호하는 인물들, 즉 이씨 부인과 백돌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이씨 부인은 겁탈의 위기 앞에서 ‘충신과 열녀’를 운운하고, 백돌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근대의 문물을 흡수하면서도 정작 시계모에게 시달리고 있는 아내를 버려두고 유학길에 오른다. 백돌이 택하는 것은 가족 내부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그로부터 도피하듯 유학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인직의 다른 신소설 《혈의 누》의 옥련과 구완서가 ‘집 밖’을 유랑하며 근대적 개인으로 거듭나는 것과 달리, 백돌의 유학은 해결이 아닌 회피에 가깝다.이것을 인물 형상화의 실패로만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이 ‘문명화의 (불)가능성’은 신소설이라는 양식이 지닌 근본적인 양가성을 정직하게 드러낸 결과로 읽을 수도 있다. 신소설은 새로움을 향한 열정 못지않게, 낡은 것에 대한 미련 또한 간직하고 있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개화를 긍정하는 서사 속에서 인물들이 끝내 수동적이고 무력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 시대가 처해 있던 이행기의 곤경을 그대로 보여 주는 징후에 가깝다. 《치악산》의 상편이 끝내 봉합하지 못한 이 양가성이야말로, 이 작품을 가장 신소설다운 신소설로 만드는 지점인지도 모른다.■ 야만과 문명, 두 개의 공간“치악산은 야만의 산”이라는 대목처럼, 《치악산》의 세계에서 치악산과 원주는 납치와 살인이 벌어지는 야만의 공간이고, 서울과 일본은 문명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상편이 그 야만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으로 채워진다면, 하편은 그곳에서 내쫓긴 이씨 부인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회귀의 서사로 채워진다. 우물에서 여승 하나를 건져 올린 홍 참의는 그녀가 자신이 내쫓았던 며느리인 줄 알지 못한다. 이 우연한 구조(救助)로부터,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한다.■ 참회하는 악인들전대 소설의 악인은 대개 납작하다. 서술자가 몇 마디 논평을 얹으면 그것으로 그의 성격은 완성된다. 그러나 《치악산》의 홍 참의와 김씨 부인은 다르다. 홍 참의나 김씨 부인의 참회를 통해 인물에 입체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술자의 논평적 서술보다는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서 그 성격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술자의 요약이 아니라 인물 스스로의 말과 행동으로 성격을 드러내는 이 방식이야말로, 《치악산》이 전대 소설과 갈라서는 지점이다.■ 이인직과는 다른 길1908년 이인직이 상편을 쓴 지 3년 뒤, 하편을 쓴 사람은 상업학교를 나와 헌릉참봉과 효릉령이라는 관직까지 지냈던 김교제였다. 어떤 사정으로 하편의 필자가 바뀌었는지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있다. 벼슬길에 있던 그가 소설가로 전신한 것이 1910년 국권 피탈 이듬해였다는 것. 관직도 나라도 잃은 자리에서, 그는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까?김교제는 이인직, 최찬식과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다른 길을 걸었다. 김태준은 일찍이 그의 작품을 "고대소설과 거리가 멀지 않다"고 낮춰 보았지만(《증보 조선소설사》, 1939), 정작 그의 초기작 《목단화》는 신학문을 배운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쫓겨난 여성 '정숙'을 통해 교육을 통한 국권 회복이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었다. 친일 협력의 길로 나아갔던 이인직의 세계와, 그 세계를 이어받으면서도 다른 결말을 모색했던 김교제의 세계. 《치악산》 상편과 하편을 나란히 읽는 일은, 이 두 갈래의 길을 나란히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본 《치악산》이 책은 1908년 유일서관에서 간행된 《치악산 상편》 초판과 1911년 동양서원에서 간행된 《치악산 하편》을 저본으로 삼았다. 두 책 모두 신문 연재 없이 곧바로 단행본으로 세상에 나온 작품으로, 애초에 따로 출간되었던 상편과 하편을 이번에 한 권으로 묶었다. 전북대학교 국문과 이만영 교수(고려대학교 문학박사)가 편집을 책임졌다.■ 함께 읽을 신소설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혈의 누》,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귀의 성》,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은세계》,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모란봉/빈선랑의 일미인》,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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