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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빈선랑의 일미인해설 : 정론적 신소설의 행로지은이에 대해옮긴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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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人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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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성의 소실 ? 두 옥련 사이의 거리《모란봉》(1913)은 《혈의 누》(1906)의 서사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혈의 누》의 하편으로 간주된다. ‘일청전쟁’ 난리 속에 부모와 헤어져 고아가 된 일곱 살 김옥련이 일본을 거쳐 미국의 워싱턴이라는 문명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혈의 누》라면, 《모란봉》은 열일곱으로 성장한 김옥련이 평양으로 돌아와 늑혼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김옥련은 서일순과 혼인하라는 어머니 최씨 부인의 권유를 물리친다. 전통적인 신분 질서와 가족 중심의 혼인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려는 김옥련의 이야기는, 봉건적인 규율을 넘어서는 근대적 개인의 자율적인 사랑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절’을 내세우는 김옥련의 형상은 《춘향전》의 성춘향, 즉 전대소설에서도 빈번하게 그려졌던 여주인공들과도 유사하다. 바로 그런 면에서 《모란봉》은 정절이라는 전통적 가치와 자율적 사랑이라는 근대적 가치 안에서 흔들리는 과도기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혈의 누》와의 간극이다. 문명 국가 건설과 여성 교육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혈의 누》의 김옥련은, 《모란봉》에서 그러한 정치적 전망을 상실한 채 자유연애론을 제창하는 데 그치고 만다. 두 작품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국권의 상실(1910). 《혈의 누》의 김옥련과 《모란봉》의 김옥련 사이의 거리는, 조선의 자주적 개혁이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이인직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듯하다. 《모란봉》의 옥련은 더 이상 조선의 문명화를 지향하는 선각자도, 여성 교육론을 주창하는 지도자도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모란봉》은 1912년의 조선에서 문명화론이나 계몽 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인직의 정론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루짜리 소설〈빈선랑의 일미인〉은 1912년 3월 1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그야말로 하루치 분량의 짧은 소설이다. 가난한 조선인 남편과 그와 결혼해 조선으로 건너온 일본인 아내의 살림살이를 그린다. 조선인 남편은 집세와 외상값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처지에 놓여 있다. 아내는 남편의 무능을 원망하며 "일본 여편네가 조선 사람의 마누라 되어 온 사람이 나 하나뿐 아니언마는 경성에 와서 고생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 한탄한다. 이 작품에서 문제적인 것은 식민지 조선의 빈곤 문제를 조선(인) 내부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1910년 토지 조사 사업 이후 가속화된 조선(인)의 경제적 몰락은 식민 지배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선랑의 일미인〉은 빈곤의 원인을 제국?식민지 체제의 모순이 아니라, 그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을 문제 삼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에게 일제에 대한 암묵적인 긍정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내선결혼’이라는 당대로서는 낯선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 소설이 결국 말하는 것은 조선인 자신을 탓하라는 목소리다.■ 정본 《모란봉/빈선랑의 일미인》이 책은 1913년 2월 5일부터 6월 3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된 〈모란봉〉과, 1912년 3월 1일 같은 지면에 발표된 〈빈선랑의 일미인〉을 저본으로 삼았다. 두 작품 모두 단행본으로 간행된 적이 없어 연재본만이 유일한 판본이다. 전북대학교 국문과 이만영 교수(고려대학교 문학박사)가 편집을 책임졌다.■ 함께 읽을 신소설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혈의 누》,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귀의 성》,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이인직 지음, 이만영 옮김, 《은세계》,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이인직·김교제 지음, 이만영 옮김, 《치악산》, 지만지한국문학, 2026년 10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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