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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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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_ 하늘 아래 세상 저리 아름다워서
어떤 바람에는
가시고기
우리들의 그림자
산길
하늘빛만 곱더라
송지호 안부
춤추는 소나무가
하루살이의 독백
간월도 기행
바람이 분다
바이러스
어느 길목
왕이메오름
장마 끝에

제2부_ 저녁은 환하고 천지는 다 통한다
어느 저녁
근조謹弔
적寂
길을 나서다
겨울나무
바람몸살
개입介入
들녘
무제無題
바람의 깃털
나그네
마음의 행로
전봇대의 연출
진찰
대합실에는 언제나
그 계집애

제3부_ 아무렇지 않게
천둥소리
물빛 이론
참새 댓 마리
잠꼬대 삼중주
어느 부자父子
소주 한 잔
그믐, 밤
밭담
바람입니다
별 하나가
선흘곶 동백
곶자왈
성산포 바람
추억의 숲길

제4부_ 너는 거기 오래 있다
봄이었다
는개
정오正午에
타인
숫돌을 찾다
너, 우러르다
네 이름
어쩌면 너도
공원
낙하落下 또는
고요한 날
자화상
장마
어느 하루

제5부_ 너에게 가는 길, 나에게 오는 길이
길을 걷다
밤바다
그를 보다
그 길에서
꿈
그 바닷가
기별 한 장
바람의 길
새들은
잔소리
비 오는 날
폭설이라도

해설| 서정의 거주지와 존재의 개시_권성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50*210*20mm
ISBN13
9788989224792

책 속으로

어떤 바람에는

가는 것이 그대만은 아닌 것 같더이다
오는 계절 앞에서 꽃잎 붉게 물들면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그저 웃겠습니다

한 번도 울지 않던 새가 온종일 울어대면
귀한 손님 오시려니 눈길만 주겠습니다
옷깃이 바람에 스치면
그땐 조금 울겠습니다
-13쪽


가시고기-딸에게

하늘 아래 어느 세상 저리 아름다워서

차마 눈을 뜨고는 바라볼 수가 없어

내 뼈가 드러나도록 네 이름을 갖고 싶다
-14쪽


산길

산에 들다 옆을 보면
우연찮게 보여지는
너와 내가 알 수 없는
암묵의 부호들이
제각기 다른 길 가며
제 길을 고집한다

좁은 길과 갈림길은
언제라도 놓여 있고
돌아보면 다른 길이
다시 또 놓여 있다
언제나 가야 할 길은
뒤에서만 따라온다
-16쪽


하늘빛만 곱더라

눈앞에 있던 말들이
입안으로 몰려들어

웅크리고 앉았다가
순간 쏟아져 나가면

날 세워 뼈를 깎는다
나도 같이 깎인다

더 푸른 풀빛 속에
한 마디 툭, 뱉으면

흙바람 꽃바람도
꿈속인 듯싶더라.

누군가
하늘 한켠에
마음 자락 묻는다
-17쪽


하루살이의 독백

오늘만 살아보자
오늘 하루 잘살아 보자

산모퉁이 넘어가는 저녁 빛 아끼면서

두꺼운 시간을 베어 야금야금 지나 보자
-20쪽


어느 길목

그 길목 흐드러진
봄날도 가버리고

너울로 밀려드는
더 짙은 서러움과

뭉그적
눌러앉으려는
염치없는 시간들
-24쪽


겨울나무

가난하다는 것은 결코 추운 것이 아니다

앙상한 바람 몇 점 더 쓸쓸한 것뿐이다

네 이름 품 안에 들어 길을 내는 것이다
-33쪽


바람몸살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들만이 느끼는 것
소풍길 손에 들린 엄마가 준 김밥 같은 것
교회의 먼 종소리가 내 귀에만 들리는 것

아무리 움츠려도 내 안에 바람 일고
너와 나 사이에는 햇살마저 눕지 않아
그래서 더 시린 이름 네가 아닌 나였다는 것
-34쪽


길을 나서다

오르지 않았는데 내려가는 길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길 없는 길이었다

지나온 아득한 길이 아수라이 보인다
-52쪽


밭담

세상은 온전하게 네 것들로 차 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저 끝에서 여기까지
모두가 너를 위해서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거센 바람 지나가고 고요가 들어앉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그런 날 그런 틈을 비집고 바람 한 점 멈춰 선다
-54쪽


성산포 바람

그 넓은 바다에서 웅웅 울며 널 그렸다

파도가 뒤척이면 몸을 섞어 뒤척이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 지척지척 떠나왔다
-59쪽


추억의 숲길

어디랄 것도 없이 한 걸음씩 발을 떼면

울창했던 사념들이 바람결에 스러지고

돌탑에 나뭇잎 한 장 슬그머니 앉는다
-60쪽


바람의 길

너에게 가는 길과
나에게 오는 길에

드러낼 수 없는 맘이
다른 곳을 향해도

시린 날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담아둔다

지나온 시간들이
내 앞에서 무너져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너의 손길 기억하면

사위四圍 그 고요 속으로
숨어들듯 잔잔하다
-86쪽


어떤 바람에는

가는 것이 그대만은 아닌 것 같더이다
오는 계절 앞에서 꽃잎 붉게 물들면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그저 웃겠습니다

한 번도 울지 않던 새가 온종일 울어대면
귀한 손님 오시려니 눈길만 주겠습니다
옷깃이 바람에 스치면
그땐 조금 울겠습니다
-13쪽


가시고기-딸에게

하늘 아래 어느 세상 저리 아름다워서

차마 눈을 뜨고는 바라볼 수가 없어

내 뼈가 드러나도록 네 이름을 갖고 싶다
-14쪽


산길

산에 들다 옆을 보면
우연찮게 보여지는
너와 내가 알 수 없는
암묵의 부호들이
제각기 다른 길 가며
제 길을 고집한다

좁은 길과 갈림길은
언제라도 놓여 있고
돌아보면 다른 길이
다시 또 놓여 있다
언제나 가야 할 길은
뒤에서만 따라온다
-16쪽


하늘빛만 곱더라

눈앞에 있던 말들이
입안으로 몰려들어

웅크리고 앉았다가
순간 쏟아져 나가면

날 세워 뼈를 깎는다
나도 같이 깎인다

더 푸른 풀빛 속에
한 마디 툭, 뱉으면

흙바람 꽃바람도
꿈속인 듯싶더라.

누군가
하늘 한켠에
마음 자락 묻는다
-17쪽


하루살이의 독백

오늘만 살아보자
오늘 하루 잘살아 보자

산모퉁이 넘어가는 저녁 빛 아끼면서

두꺼운 시간을 베어 야금야금 지나 보자
-20쪽


어느 길목

그 길목 흐드러진
봄날도 가버리고

너울로 밀려드는
더 짙은 서러움과

뭉그적
눌러앉으려는
염치없는 시간들
-24쪽


겨울나무

가난하다는 것은 결코 추운 것이 아니다

앙상한 바람 몇 점 더 쓸쓸한 것뿐이다

네 이름 품 안에 들어 길을 내는 것이다
-33쪽


바람몸살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들만이 느끼는 것
소풍길 손에 들린 엄마가 준 김밥 같은 것
교회의 먼 종소리가 내 귀에만 들리는 것

아무리 움츠려도 내 안에 바람 일고
너와 나 사이에는 햇살마저 눕지 않아
그래서 더 시린 이름 네가 아닌 나였다는 것
-34쪽


길을 나서다

오르지 않았는데 내려가는 길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길 없는 길이었다

지나온 아득한 길이 아수라이 보인다
-52쪽


밭담

세상은 온전하게 네 것들로 차 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저 끝에서 여기까지
모두가 너를 위해서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거센 바람 지나가고 고요가 들어앉고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그런 날 그런 틈을 비집고 바람 한 점 멈춰 선다
-54쪽


성산포 바람

그 넓은 바다에서 웅웅 울며 널 그렸다

파도가 뒤척이면 몸을 섞어 뒤척이고

상처가 아물기도 전 지척지척 떠나왔다
-59쪽


추억의 숲길

어디랄 것도 없이 한 걸음씩 발을 떼면

울창했던 사념들이 바람결에 스러지고

돌탑에 나뭇잎 한 장 슬그머니 앉는다
-60쪽


바람의 길

너에게 가는 길과
나에게 오는 길에

드러낼 수 없는 맘이
다른 곳을 향해도

시린 날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담아둔다

지나온 시간들이
내 앞에서 무너져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너의 손길 기억하면

사위四圍 그 고요 속으로
숨어들듯 잔잔하다
-86쪽

출판사 리뷰

서정의 거주지와 존재의 개시!

시인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는 모든 시간을 영원히 현재로서 수용하는 실존적 순간의 연속이다. 「나그네」처럼 “그림자인 듯 잠결이듯 스친 건”이 아니라 「마음의 행로」같이 “내딛는/걸음마다/그대 눈길/닿았거니”로 연결된다. 여기서 시인이 포획하는 시간성은 단순히 어제와 내일의 재연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 “다시 환하고 천지는 다 통한다”(「전봇대의 연출」)는 것. 지금―시간이라는 한 점의 현재 속에 집일되어 시간의 “문이란 문 다 열렸다”(「잠꼬대 삼중주」)로 이어진다.

이번 시조집 시편에서 시간성이란 세속의 언어가 시간을 파편화된 순간의 일몰로 인식하지만, 한 시인은 정형의 율조를 통해 “우려내기를 거듭해 온 물빛주인”(「물빛 이론」)으로서 유동하는 시간을 존재의 영원한 현재로 정지시켜 낸다. 지난 과거는 흩어지는 잔영이 아니라 “모두가 잠든 밤에는 더 푸르게 지켜낸” 것 같이, 현재의 시선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미래는 그 현재의 결단 속에서 새롭게 개시되는 가능성의 율격으로 담아내고 있다. 마치 “너와 나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소주 한 잔」)있는 이 시간적 개시성은 영원으로서의 현재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시인의 직관에 있다.

한미자 시인의 이번 시조집은 도구적 이성이 구획한 가상의 질서와 기계적 속도를 넘어 정형 시조의 절제된 율격으로 존재의 본질을 탈은폐하는 실존론적 ‘서정의 응축’이다. 그녀는 문명의 사각지대에서 “내 안의 나/다독이며/그 이름이 몸을 돌려”(「네 이름」) 환하게 비출 수 있도록 존재의 고통과 경이로움을 시어로 열면서 밝히는 것. 이 시편들은 자본의 가속도가 지워버린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저 혼자서 중얼거린”(「자화상」) 자의적 언어가 아니라 누군가 “넘어지고/누군가는 일으키고”(「공원」)하는 서정성 속에서 다시 “흩어지고 몰려오는” 존재의 서식지를 회복하는 실존적 현장이다.

이 실존적 현장은 기투하는 존재들의 “가장 높은 그곳에서 가장 낮은 이곳까지”(「낙하落下 또는」) 기억과 온기가 축적된 장소의 정주성을 복원하는 것. 이로써 한미자 시편이 인공이라는 현대의 모서리에서 장소와 시간, 그리고 몸이 “스며드는 짙은 고요”(「밤바다」)로 열면서 존재의 진실을 응축하여 개시하는 것으로 ‘서정의 거주지’를 완성하고 있다.

[시인의 말]

만나고 헤어짐의 일들이
언제나 마음에 남아 있다
지나고나면
그리움이 있고 아쉬움이 남는다
바람 따라 거닐던 숲속과
나늘 불러 데려가던 바닷가를 기억하며
이렇게 또 나를 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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