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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_007
마지막 롤러코스터 _045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 _079 사랑이여, 영원하라! _121 뒈져버린 도플갱어 _149 구국의 꽃, 성승경 _179 죽지 않는 인간 _203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1954년 _267 두려움의 기원 _295 작가의 말 _320 |
金衍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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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스무 살」중에서 나이가 든다는 건,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마지막 롤러코스터」중에서 아름답게 죽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뒈져버린 도플갱어」중에서 사랑은 아주 추상적인 것이라고 믿겠지만, 그건 사실적인 행위들의 총합이다. ---「구국의 꽃, 성승경」중에서 웬일인지 학교 다닐 때, 내 주위에는 죽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 건물에서 뛰어내려서 죽은 친구도 있고, 군대 가서 자살한 녀석도 있고. 걔네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지. 치사한 자식들. 죽는 건 너무 쉬워. 살아남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거야. 그런데 그때 그 길을 다 내려간 뒤에야 죽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알겠더라. 살아남는 건 생각보다 쉬웠어. 먼저 죽은 사람에게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예의를 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죽지 않는 인간」중에서 영원히 쓰러지지 않는 방법. 그건 남이 쓰러뜨리기 전에 먼저 쓰러지는 일이지. ---「두려움의 기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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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 안에서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표제작 「스무 살」은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라는 뼈아픈 비유로 시작된다. 그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지 모른 채, 운동권에서는 약간 비껴선 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나온 스무 살 무렵의 시간들을 서정적인 필치로 감싸고 있다. 하지만 이 애틋한 온기에 몸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전혀 다른 질감과 톤으로 무장한 소설이 곧바로 이어진다. 「마지막 롤러코스터」는 ‘플라잉코스터’라는 상상의 롤러코스터를 만들어내어 극도의 스피드와 텐션을 추구하다 끝내 롤러코스터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안전바 하나에 의지한 채 예측 불가능한 속력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마지막 롤러코스터」는 시종 거친 속도감과 박력으로 독자를 끝까지 몰아붙인다. 자신이 만들었던 선풍기를 모조리 수집하고 다니는 이상한 선풍기 수집가의 이야기인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 역시 이 풍부하고 이채로운 소설세계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선풍기를 만들면 만들수록 선풍기가 지닌 가능성을 고갈시켜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회의감에 빠진 선풍기 수집가를 통해, 소설쓰기를 추동하는 힘에 대해 역설적으로 묻는다. 이처럼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를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놓는가 하면 이를 뒤엎듯 리얼리티가 배제된 환상적인 소설을 펼쳐놓으며 다양한 소설적 기법을 자유롭게 실험하는 이십대의 김연수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지금의 김연수를 예감케 하는 빛나는 대목들이 『스무 살』 안에는 스며 있다. 그 반짝반짝한 것들이 잘 여물기까지 작가가 통과해야 했을 “축축하고 어둡고 싸늘한 터널”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을 함께 읽어온 독자들은 어느새 벅찬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스무 살』은 그 제목처럼 김연수의 소설세계에서도 ‘청춘’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첫’소설집만이 지닐 수 있는 어떤 확신과 불안, 에너지와 주저함 모두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군가는 지나왔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중이며 누군가는 지나칠 예정인, 저마다의 스무 살의 모습과 꼭 닮은 모습으로 말이다. * 소설집 『스무 살』을 펴낸 것은 2000년이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다고 해서 다들 막연한 희망 같은 것을 느낄 즈음이었는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인생을 다 산 듯한 기분이었다. 2000년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나의 이십대가 끝났다. 이십대가 끝나고 내게 남은 게 뭔가 싶어서 탈탈 털었더니 『스무 살』에 실린 소설들이 전부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스무 살』이 마지막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