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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震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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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이혼으로 시작된 비극
“살인이야 기껏해야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지는 거라고, 순식간에 끝나는 일이잖아. 나보고 하라면 저런 개자식은 죽이지 않고 망신을 당하게 할 거야. 그 개자식이 딴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던가? 아주 하늘과 땅이 홀라당 뒤집어지게 난리를 쳐서, 지금 사는 여자랑도 갈라서게 해야지. 죽고 싶어도 못 죽고, 살고 싶어도 못 살게 말이야. 그래야 분이 좀 풀리지.” 주인공 리설련은 둘째 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둘째 아이는 축복이 아니라 골칫거리이다.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 때문에 둘째 아이를 낳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난국을 피하기 위해 리설련은 위장 이혼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묘수처럼 보였던 그녀의 카드가 칼날 같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남편, 진옥하가 그녀와 서류상으로 이혼을 한 뒤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애까지 가진 것이다. 가짜 이혼이 진짜 이혼이 된 것이다. 남편에게 버려진 채 인생 파탄의 벼랑 끝에 내몰린 비련의 여인, 그녀의 살벌한 복수가 시작된다. 한 여인의 고소 사건이 전 중국을 뒤집어 놓다 “리설련이 20년 동안 고소를 하면서 일은 눈덩이 불어나듯 커져서 참깨가 수박이 되고 개미는 코끼리로 변했다. 리설련은 오늘날의 소백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복수는 법적 소송을 통해 가짜 이혼을 무효로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법원도 정부도 리설련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그녀를 무시하고 냉대한다. 이제 복수의 대상은 단지 남편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더 큰 적들과 더 힘겨운 전쟁을 시작해야만 했다. 계속 확대되는 전선. 하지만 그녀도 그리고 중국 정부도 이 전쟁이 얼마나 격렬하게 진행될지 알지 못했다. 평범하고 연약한 한 여인과 거대하고 강력한 정부와의 20년에 걸친 승부는 과연 어떤 파국을 맞게 될까? 현실 비판과 삶의 철학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인생 드라마 “사람들 하는 말이 옳아. 고개를 돌리면 거기가 피안이라고 하잖아.” 작가는 작품에서 버림받은 여인의 처연함, 힘없는 소시민이 겪어야 하는 삶의 고단함, 보신주의에 급급한 공무원들, 부패한 관료 등 현실의 부조리들을 담담하고 해학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그 복잡하고 다난한 삶의 풍경들 속에서도 면면히 흐르고 있는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류전윈은 작품의 결론 부분에서 리설련의 모습과는 다른 한 사내의 인생 경로를 대비시킴으로써 우리 삶을 옥죄고 있는 무상한 실체들의 허상을 보여주고 행복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를 통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된 삶도 또 그 선택되지 않는 삶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도의 길이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한 범부의 입을 통해 던지는 경구는 그래서 깊은 울림을 갖는다. “그런 말이 있지요. 목을 매는 데 한 나무만 고집하지 마라. 다른 나무로 바꾸면 시간을 벌 수 있다.”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자신의 이혼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20년 동안 고소를 거듭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옮기는 동안 줄곧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20년 동안이나 한 가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에 그녀는 석 달이면 자신의 진실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법이 그녀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현장과 시장을 찾아가 탄원했고 사는 지역을 떠나 북경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리설련의 고소와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원래 아무런 관계도 없었’지만,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북경에서 시위를 했기 때문에 그녀의 고소는 그만 국가의 중대 사건이 되었다. 나라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에는 리설련 자신이 알거나 모르는 수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었다. 우리의 삶은 인과론적으로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다. 《나는 유약진이다》나 《핸드폰》에서도 발견되던 작가의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류전윈은 이 치열하고도 허무한 20년의 장정을 ‘서론’이라는 틀 안에 묶어놓는다. 독자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20년의 세월은 결국 ‘본론’을 위한 실마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끈질기고 무거운 우리의 삶은 소설가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장난’이 된다.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느라 가슴앓이가 심했던 사위민은 리설련의 고소 때문에 다소 억울하게 파면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덕분에 20년 동안이나 평탄한 삶을 살았다. 처음에는 그도 자신의 파면을 억울하게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무슨 일이든 지치지 않을 때까지만 하는’ 나름의 삶을 선택했다.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면 그는 자기 삶에 최고의 복수를 한 셈이다. 삶을 증명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의 삶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피안彼岸에 닿을 순간은 언제나 우리의 눈앞에 있다. 보지 않으려 하면 ‘피안’일 뿐이지만, 고개를 돌려 보면 ‘차안此岸’이 된다. - 옮긴이 문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