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Prologue_ 스페인은 사랑이다
1. 스페인에서는 이별도 뜨겁다 테루엘의 연인│저 멀리 달아나고 싶을 때│모험과 미친 짓 사이 그러나 나는 떠났다│마드리드의 붉은 노을 “스페인 여자를 사귀어 봐!”│새것은 헌것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그란 비아 거리의 이방인│마드리드의 규칙│사랑은 잔인한 여행 콜럼버스의 모험│이베리코 하몽의 향기처럼 2. 위험한 짝사랑 스페인 스타일│불한당으로 내쫓기다│바람에 흔들리며 예술가로 부활하다│현실의 강을 건너다│혀끝의 기억 축제의 무대, 광장│인간 사슬│신의 한 수, 카페 3. 태양이 빚은 열정 거꾸로 스페인을 보다│도보여행은 혼자 가야 한다 오, 하느님!│마드리드의 불청객│중세를 담은 표지판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헤밍웨이를 닮은 곳 나의 선생님, 여섯 살 페드로│시간의 섬, 시에스타 4. 플라멩코를 위하여! 나이를 숫자로 만드는 방법│무모한 배짱 45살 아저씨, 마드리드 건축 대학생이 되다 포르투갈 건축가 미겔을 만나다│스페인에는 나이가 없다 외인구단, 파코 그룹│주방장이 건네준 국자│살라망카의 다락방 레티로의 숲이 전하는 위로│산 파블로의 나의 방 파코, 시간을 빚어보게나│구름다리의 즉흥연주│짜릿한 일탈 디오니소스의 불꽃│감각의 향연, 플라멩코│꼬마의 용기 시간의 깊이│근심 속에 돋아난 새살 5. 길에서 만난 진실 그 여자, 내 애인 아니야!│어둠 속에 피어난 조란테의 사랑 108배의 진실│마음을 훔쳐버린 트러스 가우디의 후계자,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너의 인생을 살아라 지혜의 눈│하늘마당에 핀 사랑│길에서 만난 인생의 민낯 금요일 밤, 혼자 떠나는 여행│길 위의 자유인 올레! 캄페오네스!│축제를 위해 사는 사람들 상상력의 꽃, 빌바오 구겐하임│도시는 상상력의 미로다 아란후에스의 사랑│노천카페의 악몽│엘에스코리알 판테온의 진실 알브라함 궁전의 눈물 6. 불멸의 사랑, Estabien 중세의 두꺼운 시간│조가비 집의 화려한 변신│원수 같은 친절 나는 미쳤다│몸이 그린 욕망의 그림│뿌리 깊은 나무, 톨레도 가우디의 슬픈 사랑│카사 밀라에 담긴 불멸의 사랑 돌로 빚은 현실의 낙원│바르셀로나의 정신 리베라 메Libera Me│몬드라곤의 성자 나를 지켜낸다는 것│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 Epilogue_ 비겁함, 나태함을 모두 스페인에 두고 왔다 |
김희곤의 다른 상품
|
만남보다 이별이 어렵고 결혼보다 이혼이 어렵다지만 나는 때때로 이별과 이혼을 생각했다. 태어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백배는 힘들다지만 나는 매일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믿었다.
그 순간에도 누구는 희망을 안고 사무실 문을 열고, 누구는 힘들어 사무실 문을 닫고, 어디선가 아기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었다. 매 순간 내 마음은 이상을 쫓는 돈키호테와 돈과 권력을 쫓는 산초 사이를 버겁게 오가며 방황하고 있었다. 위대한 이상으로 무장하고 돌진하지만 결국은 수많은 상처를 안고 허탈하게 돌아오는 돈키호테였다. _p.27 스페인에서는 나이를 묻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나의 전직 또한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나의 현재를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존중해주었다. 그 사람의 형태와 이미지는 바로 그 순간의 삶이 결정했다. 스페인에서 나이 때문에 고독한 적은 없었다. 그 순간 몰입하고 있는 열정만이 나를 규정하는 나이였다. 매순간 분출하는 한숨과 아쉬움과 만족과 고독과 열정만이 내 인생의 나이를 결정했다. 비슷한 표정으로 열을 지어 달리고 있는 마드리드의 거리 풍경. 길을 따라서 병풍처럼 줄지어 있는 중세 흔적의 건물들은 100년 전 고전주의 얼굴이지만 그 속에는 현실과 미래가 담겨 있었다. 성벽처럼 육중한 벽면에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난 사각형 창문들은 비슷한 마감 재료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별반 다르지 않은 그 표정 속에 다름이 존재하고 있었다. _p. 118 서울의 줄을 놓아버리고 마드리드에 뛰어들 때까지는 희극이었고, 마드리드의 생활은 비극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다시 희극이었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희극이었지만 현재 서울 생활은 비극과 희극이 널뛰기하고 있다. 감정적인 추락도 마찬가지다. 추락할 때 두렵지만 추락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순간 희망을 건져 올리는 유일한 지렛대는 약점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마흔넷의 화려한 외출에서 얻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은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순간에 참는 것보다 골프공처럼 튀고 싶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며 날아갈지라도 날아보니 알 수 있었다. 막힌 감정이 봇물 터지듯 시원하게 흘렀다. 삶에 동맥경화가 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때 추락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때로는 동아줄을 놓아버리고 세월에 삶을 맡겨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_p.141 과거는 흘러간 시간의 허물이다. 어제까지 내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오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마흔다섯에 맞이한 마드리드 건축 대학에서의 삶은 가슴 뛰는 전율이자 내 인생의 혁명이었다. 마지막 청춘의 마중물이었다. 아내와 사랑의 눈길을 주고받던 지난 감정은 벌써 빛바래졌지만 마드리드의 청춘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다. 시간이 만들어놓은 나이의 가면을 벗겨준 마드리드의 청춘이 고독한 내 인생을 파랗게 색칠해주었다. _p.154 낡은 집을 보수하거나 중세 고건축물을 복원하는 것이 나의 전공이었다. 중세의 끄트머리가 내 품에 안겼다. 후배가 직접 페인트칠하고 전구까지 달아놓은 거실의 풍경은 70년대 아파트 풍경처럼 낯설었다. 계단과 문은 세월의 풍파에 오그라들고 비틀어져 제대로 이가 맞지 않았다. 오랜 시간의 깊은 추억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중세의 이름 모를 공간에 안겨 있는 것처럼 어색한 낭만이 좁은 다락방을 채우고 있었다. 난방도 되지 않고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화장실은 중세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천장에 부기가 달려서 볼일을 다보고 나서는 줄을 당겨야 했다. 와당탕탕! 물줄기가 굽이치며 내려가는 소리가 마치 작은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_p.163 혼자서 하는 여행은 고독하고 귀찮은 일이다. 여행 일정을 짜는 것부터 장소를 선정하는 것까지 모두 혼자 알아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점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소와 공간에서 충분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고, 나쁜 점은 피할 수 없는 위험을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지고 호흡하고 체험하며 그들의 문화를 두드려보는 것은 여행의 거친 속살을 직접 만지는 일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일방적인 나의 관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그들의 문화와 풍습 속으로의 동참이자 참여하는 체험이다. ---본문 중에서 |
|
마음에 바람이 불었다. 견딜 수 없이….
마흔네 번째 생일, 나는 스페인으로 떠났다. 마흔넷의 남자에게 직업을 갖고, 누군가와 사랑하고, 결혼해 아들딸 낳아 잘 키우는 것. 어쩌면 남들처럼 사는 것조차 힘든 세상에서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일 터. 그러나 나이 마흔을 넘긴 후에 지독히도 현실적인 ‘나’의 모습이 적잖이 낯설 때가 있다. 뜨거웠던 아내와의 사랑은 어느새 굳어져 있고, 건축에 대한 열정도 ‘그저 먹고사는 게 다 그렇지.’ 핑계 삼아 예전만 못하다. 마흔넷의 평범한 건축가, 가장이라는 굴레에 하고 싶었던 꿈마저 지난 생애의 아련한 추억쯤으로 여길 무렵, 불현듯 스페인으로 건축 유학을 결심한다. “펄떡이던 시절 두려웠던 군대도 막상 가보니 별것 아니었다. 세상이 허무하고, 가슴이 허전하고, 청춘이 그립고, 자유가 간절할 때 외면하지 말고 지금 당장 가슴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보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미루어놓은 꿈을 실천할 수 없을 만큼 인생이 짧은 것은 아니므로.” 스페인으로의 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마흔넷의 생일날, 아내의 곱지 않은 시선을 뒤로하고 바람처럼 스페인으로 날아가버린 남자. 그에게 여행은 닫힌 마음의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영혼의 탈출이었다. 철저하게 이방인이 된 그는 생면부지 스페인어를 벽돌처럼 지고 날랐지만 정신만큼은 가벼웠다. 금요일 밤이면 배낭을 꾸리고 마드리드를 벗어나 뼛속까지 사무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 밤하늘을 달리곤 했다. 그러기를 1년 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연인들의 입맞춤과 구엘 공원에서 발견한 가우디의 슬픈 사랑은 어쩌면 그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과 사랑, 그리고 건축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회복과 깨달음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사랑을 매개로 한 스페인 건축에 대한 독특한 해석, 남자의 정신적 ‘일탈’이 주는 산문의 조화 ≪스페인, 바람의 시간≫은 다소 독특한 책이다. 여타 산문집에서 느낄 수 없는 스페인 건축에 대한 저자 특유의 해박함 덕분에 마치 건축기행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함께했던 젊은 청년들과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몰랐던 스페인 문화의 참 면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난생처음 낙제당하고, 3일 만에 하숙집에서 쫓겨나고, 지하철역에서 강도의 칼날에 무너졌던 이야기, 다시 만날 수 없던 일본 여인과의 짧지만 짜릿한 인연 등 이방인이어서 느껴야만 했던 ‘진짜 여행’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이 짧지 않은 여행이 편안한 ‘힐링’은 아니었다. 마치 인생의 축소판처럼 행복 속에 불행을 감추고 있거나 불행 속에 행복이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여행을 두고 “우여곡절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여행의 진실이며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의 여행은 그런 것이다. 고독하고 힘든 시간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실타래같이 헝클어진 인생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것. 여행의 진실은 뜻밖의 사건으로 숨어 있던 우리 자신의 용기와 비겁함과 마주치는 모험이 아닐까. 그토록 나를 지치게 했던 사람과 일이 간절히 그리운 대상이 되는 역설. 여행이란 돌아올 곳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진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