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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Morrison,본명: Chloe Anthony Wof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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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다시 보기-고통으로 얼룩진 역사를 다독이는 선율
영감의 원천은 흑백 사진 1장이었다. 저명한 흑인 사진작가 제임스 반 더 지(James Van Der Zee)가 찍은, 관 속에 누워 있는 흑인 소녀의 사진이었다. 총상으로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쏜 범인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죽은 소녀의 모습에서 모리슨이 본 것은 단순히 젊디젊은 치정에 목숨을 잃은 소녀의 열정만이 아니었다. 모리슨의 상상력은 날개를 펴고 소녀의 열정을 에워싸고 있는 뉴욕이라는 매혹적인 도시, 소녀의 죽음에 응축된 1920년대 할렘의 문화, 그리고 그녀의 삶을 직조하는 흑인의 역사, 그 위로 흐르는 서러운 재즈와 블루스를 읽었다. 그것이 바로 {재즈}가 변주하는 할렘 르네상스 시절 뉴욕 흑인들의 삶과 그들의 뿌리를 짜내는 씨실이요, 날실이다.
재즈는 흑인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 차별과 억압에 짓눌렸던 목소리가 고통과 환희와 함께 뒤섞여 튀어나오는 음악이다. '그루브'와 '스윙감'으로 표현되는 역동성과 즉흥성, 절규. 그리고 전세계인의 가슴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은, 가장 보편적인 '민속음악'이기도 하다. 항상, 전통과의 단절이라는 시대적 상처의 치유를 모색하는 모리슨에게 딱 들어맞는 소재다. 이 작품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1920년대 뉴욕에서의 재즈는 단순한 대중 음악이 아니라 할렘 르네상스를 지배하는 집단적 에토스(ethos)였다. 땅에 뿌리박고 살던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떠돌다 도시로 들어오면서, 정신없이 휘말려버린 전혀 새로운 삶의 양식을 대변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뿌리 잃은 실향민 특유의 상실감과 낭만주의를 체현하는 문화였고, 분노와 원초적인 생명력을 찬양하며 결코 입 밖에 내어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봇물처럼 풀어내는 감정적 배설의 통로이기도 했다. {재즈}는 늙음과 젊음, 시골과 도시, 열정과 동반자의 애정, 환멸과 죽음, 무엇보다 그 모두를 초월하는 사랑과 용서를 말하는 서정시인 동시에, 1870년대 이후 백인들의 광기 섞인 린치와 박해로 삶의 터전을 뿌리뽑힌 남부 흑인들이 희망을 안고 북부로, 도시로, 뉴욕으로 몰려와 부초처럼 부유하던 역사의 의미를 조명한 대서사시이기도 하다. 피부색이라는 허울을 벗기면 {재즈} 속의 인물과 지금의 우리는 다를 바가 없다. 정신적 공황 상태, 욕망을 한껏 부풀리는 도시,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 물질적 풍요 뒤에 들이닥치는 쓸쓸함, 사랑을 두려워하는 이기심, 배신으로 인한 상처 등등. 그리하여 독자로서는 클래식 음악처럼 잘 짜여진 전체를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감 넘치고 맛깔 나는 화려한 언어의 향연 속에서 명멸하는 등장인물들의 삶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럽고 아름답고 희열에 넘친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마치 재즈를 감상하는 듯 독창적인 글쓰기와 읽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