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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법의 대림절 달력은 도대체 지난 40여 년 동안 어디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첫 번째 문을 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림절 달력을 요아킴의 머리맡에 걸어두었다. 아침 7시쯤 다시 잠에서 깬 요아킴은 몸을 일으켜 달력에 ‘1’ 자가 있는 곳의 첫 번째 문을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도 급하고 무척 긴장한 요아킴은 손이 떨려 문을 열 수 없었다. 마침내 소년은 작은 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간신히 문을 열었다.
달력의 첫 번째 문이 열리자, 안쪽에 장난감 가게 그림이 보였다. 수북이 쌓인 장난감 중에는 작은 양 한 마리와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하지만 요아킴은 그 그림을 더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달력의 문을 여는 순간, 종이쪽지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아킴은 허리를 굽혀 그 쪽지를 주웠다. 얇은 종이를 여러 차례 접은 종이를 펼치자 양면을 빽빽하게 채운 글자들이 나타났다. 요아킴은 글을 읽기 시작했다.--- p.12 천사는 엘리사벳을 조심스럽게 부축해서 일으켜주었다. “아기 양은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이란다.” 엘리사벳은 울음을 멈추고 천사를 향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베들레헴이요?” “그래, 베들레헴으로 가는 중이지. 예수님이 태어나신 도시 말이야.” 엘리사벳은 천사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고 바지에 묻은 풀과 흙을 털어냈다. 자세히 보니 빨간 외투에도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렇다면 저도 베들레헴으로 갈래요.” 천사는 땅에 발을 디디지도 않고 미끄러지듯 길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나도 마침 그곳으로 가는 중이니까, 우리는 함께 가면 되겠구나.”--- p.25 아버지는 지도책을 펼쳐 포 강과 파도바 시를 찾고 나서 손가락으로 엘리사벳 일행이 거쳐 간 길을 따라갔다. “여기, 할덴에서부터 스웨덴 남쪽 커다란 호수로 내려가면… 베네른이 나오는군. 거기서부터 쿵엘브, 고테보르그, 할름스타드, 그리고 룬드를 거쳤던 거야. 이들은 셸란을 거쳐 코펜하겐으로 갔어. 모두 지도에 나오는 지명이야. 퓐에서 오덴세를 지나 미델파르트에서 릴레벨트 해협을 건너 윌란으로 갔어. 그다음엔 콜딩과 플렌스부르크를 지났군….” “그 사람들이 시간을 거슬러 여행했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p.161 “그런데 사진에 있는 여자 분 이름이 정말 엘리사벳인가요?” 전화기 저편에서 침묵이 흘렀다. 한참 뒤에 요한네스가 말했다. “거의 확신해…. 만약 엘리사벳이 아니라면 테바실레인지도 모르지.” 요아킴은 생각에 잠겼다. 소년의 머릿속에서는 크비리니우스가 엘리사벳에게 준 이상한 대림절 달력과 며칠 전 대문 앞에서 만났던 요한네스가 중얼거렸던 이상한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어쩌면 그분 이름은 둘 다인지도 모르잖아요? 엘리사벳 테바실레!” 요한네스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 p.196 주교는 세 명의 동방박사를 향해 다가가 머리 숙여 절한 다음, 손에 들고 있던 세 개의 상자를 동방박사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카스파르가 받은 상자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화가 들어 있었고, 발타사르의 상자에는 유향이 들어 있었으며, 멜키오르의 상자에는 몰약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베들레헴으로 가고 있습니다.” 카스파르가 말했다. 니콜라우스 주교가 큰 소리로 껄껄 웃음을 터뜨리자 그의 흰 수염이 춤추듯 흔들렸다. “허허! 그렇다면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에게 줄 선물을 가져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 동방박사님들은 반드시 선물을 가져가야 하죠? 허허!” 엘리사벳은 눈앞에 진짜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노인의 빨간 옷을 살짝 만져보았다. 그러자 산타클로스는 허리를 굽혀 소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엘리사벳은 노인의 흰 턱수염도 진짜인지 확인해보려고 수염 한 올을 힘껏 잡아당겼다. “산타클로스는 왜 착한 일만 하죠?” “허허허.” 빨간 옷의 주교는 다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남에게 무언가를 줄수록 부자가 된단다. 반대로 자기 혼자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가난해진단다. 그게 바로 나눔의 기쁨에 숨어 있는 비밀이지. 내가 남에게 무언가를 주는 이유는 그것뿐이란다. 그건 행복한 가난의 비밀이라고도 할 수 있지.” --- p.217 아버지는 종이쪽지를 무릎에 내려놓고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순례 일행이 느꼈던 긴장이 아버지에게도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 긴장감은 곧 요아킴의 방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대림절 달력은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을 거야. 이런 보물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짜 크리스마스는 역사적으로 단 하루밖에 없었어요. 바로 그 크리스마스 밤이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크리스마스로 퍼져 나갔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늘나라의 신성함과 아름다움은 세상에 아주 쉽게 퍼질 수 있어서 그런 거예요.” 요아킴도 한마디 끼어들었다. --- p.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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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요아킴은 아빠와 함께 들른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이상한 달력을 얻게 된다. 12월 1일부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 끝나는 이 달력에는 날짜마다 종이쪽지가 숨겨져 있고, 50년 전에 실종된 ‘엘리사벳’이라는 소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천사, 양, 양치기, 동방박사 등 하루하루 늘어나는 일행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아기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으로 순례 여행을 계속하는 소녀는 온갖 신비스러운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2천 년 기독교의 역사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답습한다. 이 마법의 달력을 만든 정체불명의 할아버지 요한네스가 오랜 세월 기다리던 ‘테바실레(Tebasile)'라는 이름의 여성은 바로 '엘리사벳(Elisabet)'의 철자를 거꾸로 쓴 같은 여인이 아닌지 의심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수수께끼 같은 여인이 선물처럼 요아킴의 집에 찾아오는데...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격자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놀라움으로 가득 찬 『소피의 세계』를 사랑한 독자라면, 그에 필적할 탄탄한 구성과 해박한 지식이 담긴 이 아름다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매우 독창적이고 신비스러운 삽화는 독자들에게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준다. 이웃을 사랑하고, 온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메시지는 이야기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조바심하며 마법의 달력을 그날그날 열어보고 환상적인 이야기에 빠져드는 소년 요아킴은 ‘하루하루가 생일처럼 신나고 흥분된다’고 고백한다. 소년의 설렘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경험하는 흔치 않은 감동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