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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인생에 대한 쓸쓸한 이야기]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피의 세계』의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의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이번엔 노년의 언어학자가 주인공이다. 소속감을 잃은 외로운 노인은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그 속에 기거한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그의 삶은 우리 존재에 대해 의문점을 남기고 쓸쓸히 사라진다. -소설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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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인도유럽어족
2013년 5월, 스웨덴 고틀란드섬 에리크 안드리네 루나르 그레테 세실리에 펠레 안드레아스 스벤오케 욘욘 앙네스 |
Jostein Gaa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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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편지를 삶이라는 항해의 한중간 지점에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에리크 룬딘의 장례식에서 당신의 사촌과 처음 만났던 그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요. 거기서부터 시작해, 그로부터 10년 후 당신을 다시 만났던 날까지 이야기를 이어갈까 합니다. 할링달에서 보냈던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p.15~16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삶을 산다는 것은 서사의 한 장르입니다. --- p.85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또 다른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다시 일주일이 흐른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매주 장례식장을 찾는 일은 서서히 나의 습관 또는 삶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악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족의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 p.217 거의 3년 동안 함께 살았던 내 아내도 친척이라곤 없는 가난한 가정에서 나처럼 외동으로 자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결혼한 후에 자식을 낳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비옥하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펠레조차도 들어설 자리가 없었지요. 레이둔과 나는 소위 함께 살긴 했지만 우리의 결혼 생활은 또 다른 형태의 외로움일 뿐이었습니다. --- p.221 나는 왜 언어의 뿌리와 계보에 이처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 대답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내겐 뿌리와 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도유럽어족 계보를 제외하고선 내가 속한 가족적 계보는 찾을 수 없습니다. 물론, 나도 한 인간의 소속감이나 정체성은 언어와는 별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할링달 사투리를 듣고 사용하며 자랐습니다. 할링달 방언은 노르웨이어의 일족이며, 노르드어 또는 북게르만어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북게르만어군은 게르만어족에 뿌리를 둡니다. 게르만어족에서 갈라져 나온 어군은 북게르만어군뿐만이 아니라,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프리슬란트어, 이디시어를 포함하는 서게르만어군, 고트어를 포함한 동게르만어군도 있습니다. 고트어는 현재 사멸하여 사용되지 않지만, 그 옛날에는 기록문자로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300년대 중반에 고트어로 기록된 울필라스 성경은, 룬 문자와 고대 게르만 문자를 사용한 기록물을 제외하고선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게르만어족은 인도유럽어족에서 갈라져 나온 하나의 가지일 뿐입니다. 내게는 자식이나 손자가 없습니다. 형제자매나 부모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언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해 있으며, 아이슬란드부터 스리랑카에 이르는 지역에 걸쳐 수많은 친척과 자손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계보를 자랑합니다. 또한 이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6,000년 전이라는 시간적 공간과 접하게 됩니다. --- p.279~280 욘욘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 명의 남자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외딴 유로파 도로변을 걷는 모습을 떠올리니 문득, 깊은 슬픔이 찾아들었습니다. 그토록 아련하고 깊은 슬픔을 느껴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것은 마치 마그리트의 그림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슬픔을 닮은 이상한 느낌과도 비슷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감이었을까요. 나는 금방이라도 울컥 쏟아질 것만 같은 눈물을 참아내려 무진 애를 썼습니다. (…) 문득, 끝이 다가왔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세상에서의 삶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 경험하는 일일까요. --- p.346~347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선은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르는 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 사이를 가르는 경계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건 죽어 있건 간에 함께할 수 있는 벗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조차 외부인으로, 아웃사이더로 덩그러니 홀로 서 있습니다. 나는 페리에 무임승차를 한 사람입니다. 나는 현재 살아 있는 자, 또는 한때 살아 있었던 자들의 사회에 속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 p.362~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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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의 언어학자, 야코브 야콥센은 신문의 부고면에 나온 장례식을 어김없이 찾아간다. 고인과의 추억을 풀어내는 야코브의 유려한 말솜씨에 주위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만, 장례식이 끝나면 그는 또다시 홀로 남는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외로운 삶에서 그와 함께해주는 이는 오랜 벗 펠레뿐이다. 그러나 직설적인 펠레 때문에 야코브는 종종 곤란에 처하기도 한다.
어느 날, 야코브는 옛 스승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런데 그가 스승과의 일화들을 들려주자, 유족들은 왠지 의심의 눈빛을 보내고, 야코브는 어색하게 그 자리를 떠난다. 그날 이후, 다른 장례식장들에서 스승의 유족과 계속 마주치게 되는 야코브는 곧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날지도 모른다고, 즉 자신은 고인들과 아무런 친분도 없는 사이이며, 낯선 이들의 장례식을 찾아다니는 한낱 외톨이일 뿐임을 들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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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성찰하는 인생과 이야기
프롤로그와 등장인물의 이름인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발트해의 한 섬에서 주인공 야코브가 앙네스라는 여인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야코브의 어떤 행동에 얽힌 이유를 알고 싶다는 앙네스의 요청에 답하고자 편지를 쓰겠다고 밝히는 그는, 그로부터 10여 년 전 스승 에리크 룬딘의 장례식 일화를 시작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교차해 풀어나간다. 그리고 소설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밝혀지듯이, 앙네스가 궁금해한 야코브의 기이한 행동은 바로 그가 낯선 이들의 장례식을 습관처럼 찾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일생 외롭게 살아온 야코브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다. 늘 대가족의 삶을 갈망한 그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통해 고인에 대한 애도를 전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무리에 섞이고자 한다. 이와 같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이야기와 유구한 언어의 역사 속에서 소속감을 찾는 언어학자의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삶의 고백은, 수천 년에 걸친 언어의 세계와 맞물리면서 한 존재의 광활한 뿌리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빚어낸 텍스트 속 질문들 한편, 소설은 모르는 타인들의 장례식을 찾아다닌다는 주인공의 비밀이란 큰 줄기에서 그와 주변 인물들 간에 숨겨진 연결고리 및 또 다른 진실을 조금씩 드러내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초반부에 스치듯 언급된 주인공의 과거 히피족 생활, 장례식에서 이따금씩 마주치는 남자, 그리고 유일한 벗 펠레에 얽힌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때, 소설은 반전의 묘미와 함께 다층적인 텍스트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아가 소설 전체는 교묘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들을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데, 각각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장마다 새로운 철학적 주제를 녹여내며 그 깊이를 더한다. 천문학자의 장례식에서는 ‘우리 존재가 우주에서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성직자의 장례식에서는 ‘무엇으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는가’ 등을 스스로 질문케 하는 소설은, 어느덧 하나하나의 인생과 이야기에서 ‘우리’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전환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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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작가인 요슈타인 가아더가 쓴 모던 클래식 『소피의 세계』는 전 세계의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철학의 역사를 처음으로 접하게 해준 책이었다. 가아더가 쓴 책들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질문을 하고, 존재와 인간의 삶에 얽힌 수수께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능력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에 출간되는 책 『꼭두각시 조종사』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이야기를 꾸며내는 외로운 주인공 야코브를 통해, 이 작품은 인간 사이의 연결과 자아 발견,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다룬 우리 시대를 위한 장편소설로 완성되었다. - 프로데 솔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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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조종사』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놀라운 소설이자 대담한 프로젝트. - [VG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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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에서 이미 무엇이 이어질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 [카밀레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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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둘러싼) 철학적인 피카레스크 소설, 놀랍도록 기이한 러브스토리, 그리고 요슈타인 가아더의 가장 아름다운 책. - [한저 출판사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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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고 재미있는 독서. - [KK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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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라는 거대한 역설. - [월스트리트 인터내셔널 매거진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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