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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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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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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빌리.
지금쯤 너에게 엄마는 먼 기억 속의 사람이겠지? 그래, 어쩌면 그게 다행스런 일인지도 몰라. 긴 시간이 흘렀을 테니 말이야. 엄마가 네 곁에서 커가는 모습도 보고, 울고 웃고 소리치는 것도 보고, 잘못했을 땐 야단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하지만 네가 무엇을 하든 항상 곁에 엄마가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단다. 엄만 항상 너와 함께할 거야. 엄만 널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빌리가 엄마 아들이라는 것이 행복하단다. 항상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행동하렴. 우리 빌리답게 말이야. 널 많이 사랑해. 영원히. 엄마가 --- pp.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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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여자 애들 틈에 남자는 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애들은 내가 자기들 틈에 끼는 게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저 내가 다른 남자 애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 못할 게 뭐 있어? 이참에 저 애들에게 보란듯이 해보이는 거지.
--- p.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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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그건 지독히도 중독성이 강했다. 한주 내내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하나 둘, 올리고 내리고. 내 귀에는 구령을 외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팔과 다리를 그런 자세로 두고 있을 때는, 그건 마치 악보와도 같다. 공중에서 멈춰 서 있다가, 휙! 다른 가락으로 넘어간다. 그렇다. 그건 분명 재미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발레를 할 때면 내가 꼭 계집애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정말이다! 기생오라비, 둘 셋, 계집애, 둘 셋, 얼간이, 넷 다섯 여섯, 재수, 재수, 왕재수. 안돼. 아빠가 뭐랄지 상상해 보라! 오우, 토니 형은 또 어떻고! 그들은 아마 돌아 버릴 거다. --- p.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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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는 약간 몸이 뻣뻣해지지만…… 막상 춤추기 시작하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안 느껴지고…… 그래요, 마치 내가 공중 속으로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내 몸 안에 불길이 치솟고 난 거기서 날아가요. 마치 새처럼요. 마치 전기처럼요…… 그래요. 그건 전기 같아요.”
--- pp.262~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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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철조망에 기대선 채 두 뺨 위로 눈물을 쏟아내며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빌리, 우리 빌리를 위해서야…….” “망할 놈의 빌리! 안 돼요! 우리는 돌아갈 수 없어요. 지금은 안 된단 말예요!” “우리 꼴을 좀 봐라. 우리가 그 불쌍한 자식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 있냐?” 아버지는 온통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나도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 엉엉 울기 시작했다. 참으로 대단한 한쌍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이 우리 아버지였다. “지금은 안 돼요. 이제 와서 이럴 순 없어요. 우린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왔잖아요.” “빌리가, 어쩌면 우리 빌리가 빌어먹을 천재일지도 모른댄다.” --- pp.218~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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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손가락질해도, 나는 나답게 살아갈 거야!
<빌리 엘리어트>. 그리 화려한 포장을 하지 않은 성장영화지만, 그 속엔 동심의 눈으로 바라 본 광산노동자들의 파업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는 시각, 그리고 가슴뭉클한 부성애 등을 설득력 있게 다뤄 전세계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그해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다. 바로 그〈빌리 엘리어트〉가 소설로 재탄생해 국내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저자는 멜빈 버지스, 영국 청소년문학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카네기 상을 수상하는 등 본격문학의 관록을 쌓아온 작가이자,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금기시된 소재를 문학적 테마로 삼는 탓에 언제나 논쟁과 격찬의 극단을 오가는 문제작가이다. 그런 그가 리 홀의 영화 시나리오를 뼈대삼아 새롭게 완성한 것이다. 1984년 영국 더램의 탄광촌에 사는 빌리 엘리어트는 전형적인 노동자계급인 광부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살고 있는 11살 짜리 소년이다. 사내다움을 강요하는 전통적 가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권투연습을 하던 빌리는, 어느 날 체육관 한 귀퉁이에서 실시되는 발레수업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면서 “계집애나 게이자식들이나 배우는” 발레의 매력에 그만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그의 소질을 발견한 발레 선생인 윌킨슨 부인은 빌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며 오디션을 추진한다. 하지만 힘든 광산노동과 시위로 살아온 아버지와 형의 반대로 빌리의 발레수업은 중단되고 만다. 여전히 그들에게 있어 남자가 발레를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움의 대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성탄절, 체육관 안에서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아들을 발견한 빌리의 아버지는 마침내 아들의 꿈을 인정하게 되고…… 이윽고 동료노동자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듣는 모진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어쩌면 갱도 반대편의 세계일지도 모를 발레의 세계로 아들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빌리는 오디션에 합격하고, 아름다운 한 마리 백조가 되어 어느 누구보다 높이 점프하고 힘차게 도약한다……. 언뜻 보면, 이 작품은 한 천재가 어려운 환경을 딛고 대성한다는 전형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그 틀 안에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가난의 아픔, 성장기 소년의 내적갈등, 그리고 남자이면서도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빌리의 친구 마이클의 정체성 혼란을 통해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시각 등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침울하기 그지없는 시대 배경과 등장인물의 상황을, 저자 멜빈 버지스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냥 우울하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경쾌하게 그려낸다. 2001년 영화 개봉 직후 출간된 이 책은 ‘멜빈 버지스의 소설화’로 현지의 이목을 끌었으며 지금까지도 영국 청소년문학 필독도서 리스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쟁이 나날이 가속화되는 이 땅에 발 디딘 수많은 이들에게‘나답게 산다는 것’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는 작품으로 자리매김되길 기대한다. 끝으로 소식 하나, 가디언 지의 기사에 따르면 뮤지컬의 본산인 영국 웨스트엔드 빅토리아홀에서 수년 째 성황리에 공연 중인 동명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금년부터 기존에 고수해오던‘Only London'을 깨고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각 지역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