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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혁명
독일 지식인들의 허무주의적 이상
전진성
책세상 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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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의 진보를 믿지 않는 '불온한' 자들

저자 소개 1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학생들에게 역사와 서양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역사의 이론적 원리와 20세기 독일 지성사 및 문화사를 연구해왔으며, 『역사가 기억을 말하다』,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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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5쪽 | 222g | 128*188*20mm
ISBN13
9788970132952

책 속으로

역사가는 때로는 '비정상적인' 또는 '불온한' 사태로부터 더 많은 인식을 체득할 수 있다. 어쩌면 항시 유한한 존재 속에서 동요하는 모습이야말로 인간과 인간사에서 정상적인 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의 시점에서 20세기 독일 보수주의 지식인들에 대해 논하는 것은 우리 지식 사회의 여건상 시의적절할 수도, 동시에 반대로 다분히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먼 나라이며 그 사회의 문제의식은 우리와는 너무도 상이하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차이'야말로 역사가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역사적 성찰은 머나먼 것, 이질적인 것, 어둠에 가린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 19세기의 위대한 역사가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말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다음 기회에) 영리해지는 것도 또한 (언제나) 현명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성숙이 전부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2. 20세기 특유의 '보수적 대항 운동'
보수 혁명Konservative Rovolution이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1918~1933) 시기와 나치 정권 초기에 이르기까지 독일 보수주의 지식인들이 이끌었던 담론으로, 프랑스 혁명에 대한 저항과 근대화 과정 속에서 형성된 독일 보수주의 이념의 귀착점이자 양차 세계대전과 함께 강렬하게 분출되어 나오기 시작한 20세기 특유의 '보수적 대항운동'이다.
반서구주의 반근대주의적 입장을 견지한 이들은, 범인류적 보편성을 지향하며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서구 자유주의의 이념을 거부하고, 민족이라는 역사적 공동체 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자기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나름의 보수주의적 대안을 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보수주의적 지향성이 현실성을 잃으면 잃을수록 역사적 공동체를 강조하고 근대 기술 문명을 거부하는 등, 점점 '문화 비관주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때까지 이러한 성향은 점점 극대화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전쟁 중에 체험한 현대 기술의 가공할 파괴력과 인명 살상은 19세기를 지배했던 모든 가치가 전복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들로 하여금 '근대성'을 단순히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이상에 따라 목적의식적으로 재편하도록 고취시켰다.
독일 보수주의자들은 패전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현대 기술, 민족, 민족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역사 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들의 담론은 매우 현실적인 것을 지향하면서도 극단적으로 관념성을 추구했으며, 지극히 능동적이면서도 지극히 허무주의적이었다. 그리고 현실 정치에 있어서는 끊임없는 파당 속에서 분파의식을 넘어서지 못했다.
보수 혁명은 이처럼 이중적 의식이 불안정하게 평형을 이룸으로써 야기된 담론이며, "근대화로 인한 '서구 문명 유입'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으나 그렇다고 과거 상태를 복구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를 상실한 상황에서 독일 우익 지식인들이 역설적으로 선택한 '앞으로의 도주' "였다.

3. 보수 혁명 담론의 발자취
1장 <서곡>에서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투쟁 과정에서 형성되어 줄곧 서구세계에 대한 저항의식을 키워온 독일 보수주의 지식인들의 문제의식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위기의식, '근대화', '물질문명', '대중화' 등에 대해 '문화 비판'을 감행한 이들 보수주의 지식인들의 출발점을 저자는 예술가들의 미적 의식에서 찾고 있다. 작가 호프만스탈이 자신의 문학 이념으로 삼은 것이 바로 '보수 혁명'이라고 밝혔듯이, 보수 혁명은 어떠한 정치적 강령이라기보다는 예술가들의 관념적 지향점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의 뼈저린 체험은 독일 보수주의자들로 하여금 기술문명, 서구적 가치에 대해 더 이상 냉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기술문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수정했다. 2장 <전쟁>에서는 그들의 수정된 기술관을 볼 수 있는데,《서구의 몰락》의 저자 오스발트 슈펭글러와 사회철학자 한스 프라이어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과 사회주의의 여파 속에 성립된 바이마르 공화국은 패전으로 인해 분열된 힘을 모으기 위해 정치적 결정의 주체를 토론이나 합의에 두지 않고 정치적 책임자의 도덕적 결단에서 찾는 '결단주의' 정치문화를 선택한다. 3장 <공화국>에서는 이러한 결단주의 정치문화, 영토 분할과 과도한 배상액으로 인해 민족적 자존심을 상실한 데 대한 반동으로 부활한 '민족Volk' 공동체 개념과 성격, 그리고 '청년보수주의자들', '민족혁명가들'로 대별되는 보수 혁명론자들의 각 분파의 성격과 이념, 활동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경제 불안은 독일에 반자본론과 함께 사회주의 논의를 전개시켰다. 4장 <사회주의>에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사회 체제로서의 '변조된 사회주의', 슈펭글러의 파시즘과 나치즘의 관련성, 민족 볼셰비키론 등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위와 같은 보수 혁명 담론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역사의 종말'을 거론한다. 5장 <역사의 종말>에서 저자는 콩도르세나 볼테르가 강조한 이성에 의한 부르주아적·진보적 역사관에 저항한 것이 보수 혁명 담론이었고, 보수 혁명론자들은 이러한 '역사'의 의미를 넘어선 좀더 근원적인 부동의 질서에 눈을 돌려 새로운 역사상을 찾고자 노력했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노력이 총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슈펭글러가《서구의 몰락》을 통해 보여준 문화형태론적 역사상이며, 에른스트 윙어의 "초역사적 역사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후 나치체제의 체험, 그리고 연이은 '나치 청산'의 폭풍을 통해 좌절과 자아 분열을 경험한 독일 지식인들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서구 근대문명 비판에서 출발한 그들은 유럽 국가체제의 붕괴와 미소 양극체제를 경험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서구 '자유민주주의'에 동화될 수밖에 없었고, '민족'보다는 '서구'라는 정체성에 호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구문명이 아닌 동구 공산주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돌렸다. 하지만 바이마르 시기에 활활 타올랐던 그들의 격정은 점차 사그라들고, 그들은 이제 정치 문제에서 떠나 독일 보수주의 특유의 '문화 비판'이라는 본령으로 돌아왔다.

4. 그들만의 허무주의적 이상
독일의 보수 혁명 운동이 지식인이 이끈 하나의 커다란 정치·사상적 흐름이라고 볼 때, 이들의 활동에는 프랑스 등 여타의 나라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그들의 혁명이 역사적 진보를 위한 혁명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혁명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 혁명이 하나의 정치적 강령이 아닌, 예술가들의 미적 의식에서 출발한 관념적 지향점이자 그들만의 연대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의 활동은 '우매한 대중과의 집단적 결속'을 의미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의 세계에 반역을 다짐하고 새로운 사명감에 도취된 각각의 예술가 지식인이 만나는 이상적인 공간에서나 가능했던 비현실적인 연대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역사의 변화 앞에서 이상과 좌절을 체험해야 했던 독일 지식인들의 모습은 저자가 표현하듯 "부도덕한 지배계급이 낳은 사생아"일 수 있지만, 역사가인 저자가 보기에 급변하는 역사 앞에서 그들이 겪어내야 했던 정신적, 개인적 아이러니 등은 20세기의 인간이 겪었던 모든 역사적 경험을 반사하는 프리즘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산업사회 메커니즘과 개인 소외, 부르주아적 가치의 퇴조, 현대전에 대한 공포, 제반 이데올로기 파시즘, 나치즘, 사회주의 의 상호 관계, 정치적 행위의 형식 변화 등과 같은 주요한 20세기사의 논점들이 비쳐지고 있다. 그들이 능동적으로 전개시킨 허무주의(적 이상)는 인간 존재가 품을 수 있는 이상과 절망, 애착과 혐오, 생동과 체념의 극한을 모두 드러나게 했고, 이러한 아픔의 과정을 통해 그들이 혐오했던 근대 문명은 훨씬 성숙해졌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특정한 현실정치적인 것에 일차적 관심을 두지 않고, 보수혁명 담론이라는 역사적 현상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이 책은, 보수주의 담론을 이끌었던 지식인들에 대해 역사적인 사실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 성실하게 성찰함으로써, 정치와 반(反)정치 사이에서 동요했던 특수한 인간 유형을 이해하고자 했다. 따라서 이들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이들과 이들의 시대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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