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우리 시대의 인물읽기를 펴내며
왜 장정일인가? (구광본, 소설가) 인간 장정일 작가초상 · 장정일, 떨칠 수 없는 매혹(임형욱, 시인) 작가와의 만남 · 아주 단단하고 뾰족한 그리움(남재일, 전 중앙일보 기자) 단상 · 아무 뜻도 없어요(장정일, 소설가) 작가 장정일 작가론 · 환멸을 넘어서(신철하, 문학평론가) 영화평론 · 장정일과 영화에 대한 잡담?(전찬일, 영화평론가) 변론기 · 장정일을 위한 변론(강금실, 변호사) 장정일의 작품 대표작 시 · 삼중당 문고 외 11편 단편소설 · 모기 신작 시나리오 · 보트하우스 |
蔣正一
장정일의 다른 상품
|
취미
루소 이후 서양에서 활약했던 지식인들의 위선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추적한 [지식인들]이라는 제하의 두 권짜리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나면 마르크스나 브레히트, 사르트르와 같은 지적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순에 가신다. 저자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 책의 얄미운 요지는 생생히 기억한다. “지식인들은 보편적인 인간은 사랑하지만 구체적인 인간은 사랑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지식인들은 수천 년 전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던 노예의 인권이나 아무런 혈연도 없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기아에 대해서는 게거품을 물지만 현재 자신의 주위에 살아있는 부모나 형제, 배우자, 자식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평생을 괴롭히는 이중인격자라는 것이다. 공동체의 이익과 선을 생각하는 지성인과 달리 지식인은 저 자신의 영달과 가족의 안위만 생각하는 무리라는 80년대식의 의식화를 상기하면서 “당신이 방금 말하신 그 지식인은 지성인을 잘못 말하신 것이겠지요?”라고 말장난을 뇌까리며 덮은 그 책의 요지를 취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떠올리는 까닭은 복잡하지 않다. 내가 보기에 무취미한 인간이 이런저런 취미를 가진 인간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바둑이나 낚시, 등산 등등의 취미에 빠진 인간이 제대로 가족구성원 노릇을 하는 걸 아직 못 봤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현관 앞에 군화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첫 휴가를 온 외사촌 동생이었다. 처음에는 “흠, 용돈을 5만원 주어야지”하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용돈이 얼만데. 그러나 좀 있다가 생각이 바뀐다. “새로 나온 누구의 CD를 사야 하는데.” 그래서 2만원이 깎이고, 좀 있다가 1만 5천원이 다시 깎이고 한 30분 뒤에는 “에이, 돈도 없는데 다음에”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 버린다. 취미에 빠진 사람에 의해 그의 가족이나 친구가 착취당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그들은 자기 취미 속에 빠지기 위해 늘 “다음에” 하면서 달아나 버린다. 낚시광들의 ‘주말과부’는 그렇게 해서 생긴다. --- p. |
|
아내의 평소 지론에 의하면 인생이란 즐기는 것이다. 책이나 공부는 어떤 권리를 얻기 위한 패스포드일지는 몰라도 결코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해변가의 모래밭에서 햇볕을 쬐거나 물장구치기, 산에 올라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거나 절 구경을 하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와 뒹굴며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 비오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르게 창 밖을 바라보는 것, 공원의 벤치에 누워 햇빛에 물든 나뭇잎의 변화무쌍한 푸름을 즐기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것, 분홍 신을 구해 신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갈 정도로 춤을 추는 것,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록 세 끼 식사를 걸러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긴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온종일 입맞추는 것 등등. 음악은 좀 다른 경우에 속하지만 책이나 영화에서 훔치고자 하는 즐거움은 앞서의 즐거움을 대신하는 빈약한 대체물일 따름이다. 열거한 즐거움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거나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확고한 원칙과 각오만 되어있다면 철저히 개인적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오직 개인적인 만족과 즐거움만을 위해 주위에 눈을 돌리지 않고 사는 일이, 민족과 국가의 이름을 빌어 개인적인 사욕을 키우는 사람들보다 더 신뢰가 간다.
--- p.85 |
|
사회의 어떤 분야에든 무임승차는 있다. 하지만 지식인들, 가운데서도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아무런 시민운동 단체에 몸담고 있지 않은채 사회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양심가인양 짧은 글을 신문에 써대는 행태는 좋지 않다. ...(중략)... 퇴물 탤런트나 영화 배우가 인기를 등에 업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이 눈꼴사납듯이 문인들이 사회의 치부를 향해 감놔라 배놔라 라고 말하고 싶거든, 시민운동 단체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 여기에 무임승차는 없다. (장정일 단상 기록 "아무 뜻도 없어요"
--- p. 69 |
|
마음이 음란해지는 것은 마음의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장정일의 책임이 아니지만, 소설 자체가 음란한 것도 아니지만, 그와 같은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국가의지에 대하여 장정일은 거리를 두고 '사실'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계속 취하였다. 그는 처음부터 음란성이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이 음란하다고 죄를 묻는 재판과정에서 단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았다.
--- pp. 194~195 |
|
김희선과 최지우는 참 예쁘다. 두 사람이 서로 친한지 어쩐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두 사람이 분위기 좋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싼 식당에서 포도주를 한 잔씩 기울이며 가끔씩 인생을 이야기하였으면 하고 바란다...(중략)...두 미녀분들, 책에 대해서는 내가 좀 아는 편인데 며칠 전의 그 기사를 보았더라도 절대 책 읽지 마세요. 인생의 즐거운 일 가운데 분명 하나이기 때문에 두 분이서 포도주 마실 때, 나도 그 사이에 끼어 있고 싶어요.
--- pp. 84~87 |
|
왜 장정일인가?
재기발랄한 언어와 일탈적인 행동으로 우리시대의 문화적 게릴라로 자리매김한 장정일.
'장정일'이라는 이름 석 자는 TV 뉴스를 통해 대한민국 곳곳에 파고들었지만 정작 장정일이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각종 매체를 통해 아직도 '장정일'이라는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것으로 장정일에 대한 대중들의 그리움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 낯선 모습으로, 그렇지만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새로운 세대에게 전파된 것이 장정일의 문학이자 '장정일'이라는 코드였다. 그리고 장정일의 문학은 이후 여러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거짓말 사건" 이후 장정일은 슬그머니 문학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난 듯이 보인다. 우리가 지금 장정일에 대해 다시 조명해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가 일으킨 파장이 한때의 소동이 아니라 우리 문학사에서 제대로 탐구되어야 할 사건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
|
너희가 장정일을 아느냐?
이 책은 음란서적으로 낙인찍힌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필화를 입어 구속되는 전례를 남긴 작가 장정일을 다양한 방면에서 날카롭게 해부해 본 책이다. 시, 소설, 영화, 연극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일탈적인 작가 장정일을 밀착 취재한 글과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색깔로 그려낸 스케치를 통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 장정일의 참 모습과 그의 문학을 제대로 탐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장정일의 단상기록인 "아무 뜻도 없어요"이다. 여기에는 세무조사에 대한 이문열의 발언, 미당논쟁, 시민운동, 집총거부 등 현재 사회의 민감한 이슈와 감옥, 동성애, 시인 등 장정일 하면 떠오르는 화두, 그리고 컴퓨터, 택시, 행복 등 일상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그의 독보적이면서 날카로운 사색의 편린들이 담겨 있다. 또한 "거짓말 사건"에서 장정일의 변호사였던 강금실의 변론기는 문학과 법의 관계를 짚어본 글로서 우리 시대의 허위의식과 억압구조에 대해 퍼부은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시인이자 이 책의 기획자인 임형욱의 글과, 취재기자로 만나서 평생 지인으로 남은 남재일의 글을 통해서는 장정일의 진솔한 모습과 허를 찌르는 독설 그리고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장정일의 극렬한 실험적 글쓰기에 대한 옹호와 비판을 담은 신철하의 문학평론과, 장정일 원작 영화를 통해 장정일이 영화에 미친 영향을 짚어본 전찬일의 영화평론은 장정일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그리고 20컷에 이르는 사진 자료와 소설가인 부인 신이현이 그린 일러스트들을 삽입함으로써 작가 장정일의 모습을 더 실제적이고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