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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곰 왑의 삶
1 왑의 어린 시절 2 강한 힘의 나날 3 고독한 회색곰 샌드힐의 수사슴 시튼의 발자취 |
Ernest Se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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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밤이 찾아오자 새끼 곰은 다시 어미 곰이 그리워졌다. 어미를 잃고 외톨이가 된 가여운 새끼 곰은 낑낑 울면서 절룩거리며 하염없이 헤매었다. 집이 없으니 길을 잃을 일은 없었지만, 너무나 고통스럽고 외로웠다. 게다가 발도 아팠고, 이제는 다시 맛볼 수 없게 된 어미 젖으로 배를 채웠으면 하는 생각도 간절했다. 그날 밤 새끼 곰은 속이 텅 빈 통나무를 찾아서 그 안에 웅크린 채, 어미 곰의 크고 따뜻한 품에 안겨 있는 꿈을 꾸려고 애쓰며 낑낑거리다 잠이 들었다. --- pp.24-25
세 번째 여름을 맞이했을 때, 덩치가 완전히 커진 것도, 힘이 엄청나게 세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왑은 크고 건장한 몸으로 자라 있었다. 털빛이 아주 옅어졌기 때문에 쇼쇼니 족 인디언 스파왓이 ‘흰곰’ 즉 왑이란 이름을 붙이고 잡으러 쫓아다녔다. 뛰어난 사냥꾼인 스파왓은 메팃시 위쪽에서 왑이 몸을 비빈 나무를 발견하고 자신이 큰 회색곰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온 골짜기를 돌아다니며 며칠 동안 숨어 있던 그는 마침내 총을 쏠 기회를 잡아 왑의 어깨에 총상을 입혔다. 왑은 사납게 으르렁거렸지만 어깨가 아파서 더 이상 싸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왑은 골짜기를 기어올라가 나지막한 산들을 지나 자기가 자주 가던 굴 속에 숨었다. 왑이 상처를 치료하는 지식은 모두 본능적인 것이었다. 상처 주위를 혀로 핥아서 깨끗하게 해 주고, 마사지를 해서 염증을 누그러뜨리고, 붕대 대신 털을 상처에 착 달라붙게 해서 먼지나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다. --- pp.45-46 왑은 골짜기 입구에서 잠시 주춤거리며 서 있자 바람에 실려 온 어떤 미묘한 냄새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왑이 닫아 두었던 문을 충실한 안내자 다섯 중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안내자가 활짝 열어 버린 것이다. 왑은 여전히 미심쩍어 하며 서 있었다. 왑의 평생 안내자가 지금 자기의 본분을 망각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왑의 내부에서 또 다른 감각이 느껴져 왔다. 야생 동물들의 수호천사가 작은 골짜기에 서서 손짓한 것이다. 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왑은 수호천사의 눈에 어린 눈물도 입술에 또렷하게 새겨진 연민의 미소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수호천사의 모습조차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자꾸만 손짓하는 것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용기가 갑자기 왑의 메마른 가슴에 솟구쳐 올라왔다. 왑은 길을 벗어나 작은 골짜기로 들어섰다. 죽음의 가스가 넓은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커다란 사지가 욱신욱신 쑤셔오자 왑은 풀 한 포기 돋지 않는 바위투성이의 바닥에 평온하게 누웠다. 마치 옛날 그레이불에서 어미 곰의 품에 안겨 잠들 때처럼……. --- pp.103-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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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의 동물 세계를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묘사하여,
러디어드 키플링, 존 버로스, 마크 트웨인 등 유명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다! 오래전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을 영혼이 없는 기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간과 달리 동물은 감정이나 영혼이 없는 물건 같은 존재로 여겼다. 일반적인 사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 영혼을 가진 인간은 영혼이 없는 물건일 뿐인 동물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열등하므로 그들을 우리 인간의 유익함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틀렸다. 동물들 역시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그들을 함부로 대할 권리가 없다. 그들은 이 땅에서 우리 인간과 함께 공존해야 할 동료인 것이다. 동물학자이자 동물문학가로 알려져 있는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자연사학자이자 화가로도 활동했다. 이 시리즈의 모든 동물 그림들은 바로 그가 그린 것이다. 1893년 미국 뉴멕시코 지역으로 사냥 나간 경험을 담아 『커럼포의 왕, 로보』를 발표했다. 1898년 야생 동물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책인 『커럼포의 왕, 로보 : 내가 만난 야생 동물들』을 발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시튼은 동물 이야기를 담은 책 40여 권, 잡지 칼럼 1,000여 편, 동물 그림 6,000장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자연 속의 동물 세계를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묘사하며, 100년 넘게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그의 동물 이야기들은 러디어드 키플링, 존 버로스, 마크 트웨인 등 유명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펴낸 ‘시튼의 동물 이야기’ 일반판은 시튼의 많은 작품들 중 시리즈 제목처럼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들만을 모아 정성 들여 만든 것이다. 가능하면 출간 연대순으로 배열하려 애썼지만 분량이 조금 얇은 책들의 경우에는 단독으로 내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다른 작품들과 함께 묶었다. (『회색곰 왑의 삶』과 『샌드힐의 수사슴』이 이런 예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연도순의 골격은 유지하고 있고, 그림이나 본문의 꾸밈새도 초판 발행 당시의 구성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가진 동물들, 그들에게서 우리들이 칭송하는 가치들을 발견하다! 그렇다면 시튼은 어떻게 동물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 그의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언제부터 깊어진 것일까? 시튼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1879년 본격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간 적이 있다. 하지만, 궁핍한 생활을 하며 건강이 나빠져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 형들이 사는 매니토바 주로 향했다. 이곳에서 시튼은 이후 작품들의 무대가 된 카베리의 샌드힐 등을 쏘다니며 자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마침, 이 시기에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교류를 시작해 그들과 친구가 되어, 동물과 자연에 대한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기도 했다. 시튼은 인간들이 칭송하는 가치들을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동물들과 우리가 닮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다. 작품 속에서 커럼포의 왕, 로보는 존엄성과 영원한 사랑을, 은점박이 까마귀는 슬기로움을, 빨간목깃털 메추라기는 순종을, 나의 개 빙고는 성실을, 솜꼬리토끼 빅센과 몰리는 모성애를, 회색곰 왑은 육체적인 강인함을 검정 야생마는 자유를 상징하고 있다. 이제야 공존의 지혜를 깨우쳐 가는 인간! 시튼이 전하고픈 생명 사랑의 메시지! 어느 날 동물들이 사는 산이 사라지고 숲에 길이 난다. 그 의도가 어떻든 그 때문에 동물들은 다치고 심지어는 죽어간다. 시튼은 이렇게 묻고 있다. “동물에게는 정녕 아무런 도덕적 또는 법적 권리가 없는 것일까?” 인간이란 이상한 종은 이제야 공존의 지혜를 깨우쳐 가고 있다. 자연의 중요성을 알려온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동물의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시튼이 활동하던 100년 전과는 달리 이제 인간은 동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그들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의 삶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하고 비정한 사람들은 동물들을 학대하고 그들의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기며 여전히 안타까운 비극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자기가 키우던 동물들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아마 그 동물들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나를 당신이 삶 속에 받아들일 뜻이 아니었다면 왜 응답을 했나요?”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은 하나하나가 멸종당하거나 다치거나 상처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에 나오는 동물들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훌륭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을 향해 온갖 오해의 시선을 던졌으며,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그들을 우리에게서 떼어내려 하기도 했다. 수많은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시튼의 동물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와 그들은 결국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들임을 알아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