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蔣正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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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읽어야 한다. '나는 그 책을 밤새도록 읽었다'라든가 '나는 이 책을 들자마자 손에 놓지를 못했다'는 경험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우리 인생은, 특히나 청춘은 그렇게 응축된 몇 개의 경험만을 나열할 수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떤 책을 들고 3일 이상 뭉그적거리면 그 책은 당신 손에서 죽은 거라고 봐야 한다. '피로 쓰여진 책은 게으른 독자를 거부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던 니체의 생각에 나는 동감하고 있다.
--- p.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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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7
헬무트 디틀과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함께 쓴 시나리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열린책들, 1997)을 읽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쥐스킨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향수>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나머지 작품들은 독자를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교훈적이다. 이 시나리오는 쥐스킨트와 그의 오랜 친구인 헬무트 디틀 감독이 3년 반 만에 완성시킨 거으로, 깊은 예술적 성취는 없으나 시나리오는 읽는 재미를 담뿍 선사할 정도는 된다. --- p.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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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 p. 11
1999년 - p. 15 2000년 - p. 35 2001년 - p.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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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4.
폴 오스터의 <<거대한 괴물>>(열린책들, 2000)을 읽다. 1) 촉망받는 소설가가 테러리스트로 변하는 심리적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이 소설은, 우연과 무의식에 대한 복잡한 심리적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사건은 실제로는 우연이 아니라, 무의식에 의해 선택된 필연이다. 그래서 그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사건'이 된다. 2) 이 괴상한 인생유전담은 당사자가 없는 상태로 기술된다. 기술자에게 주어진 것은 실종자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친구나 애인들 뿐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한 인물의 초상을 그리거나 역사를 기술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모든 역사와 전기에는 거짓과 진실이 섞여든다. 3) 자기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고든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반전주의자였던 소설가는 그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테러리스트가 된다. 존재의 역설이다.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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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나는 장정일을 잘 모른다. 그의 책도 이전에 읽은 일이 없다. 다만 일전에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는 소설로 인한 외설시비로 구속되었다는 것을 들은 정도이다. 이번에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독서일기'라는 문구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독서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인사이트를 받았으며, 젊은이들에게는 독서에 대한 자극과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1998년부터 2001년에 이르기까지 장정일이 읽은 200여권의 책에 대한 짤막한 소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번째로 소개된 것이 내가 대학 시절에 읽었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었다. 경영사상사에서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는 사람의 글로서 중요하게 취급되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월든 2』까지 나왔을 때,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을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월든』자체에도 지혜가 많이 있지만, 인사이트를 집어내는 장정일의 예지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라서 그런지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나는 소설을 보는 눈이 없고, 또 별 흥미도 느끼지 못했는데, 소설의 기본이라든지, 소설에서의 기법 등을 슬쩍 보여주는 것이 감칠 맛이 있었다. 386세대로서 같은 시대를 살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읽은 책의 상당 부분이 겹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게 같은 책을 읽고도 느낀 점이나 자극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이런 다름을 통해서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그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통해서 동양의 3대 기류를 말한다. 유비는 경(經)의 세계를 대표하고, 제갈공명은 귀신의 세계를 대표한다. 그리고 조조는 인간이다. 그런데 동양 사회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유비라든지, 황당한 제갈 공명의 세계를 추구한다. 그래서 현실성이 없다. 실제의 삶을 살아가는 조조를 너무 싫어한다. 그러나 삼국통일을 이룬 것은 조조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조조의 세계를 들어다 보게 만드는 시각을 갖게 한다. 이 책에는 도처에서 '사고의 전복 현상'이 벌어진다.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도전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이 올해에 10권짜리 삼국지를 펴낼 계획이라고 한다. 장정일이 해석한 삼국지를 읽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기 문학에서 실패한 작가들이 삼국지를 쓴다고 생각한다. 창작이 잘 안되니까, 돈이 필요하니까 쓰는 거지. 나도 그렇다. 하지만 80년대의 보수적 이데올로기나, 이간과 모략으로 점철된 삼국지를 탈피하고, 자기성실성을 주제로 한 번 써 보겠다." 여전히 그의 솔직함은 덮어 버릴 수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논한 책이 김훈의 『칼의 노래』이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소설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원균의 모함, 백의 종군, 거북선 발명 및 실전에서의 승리 등이 구구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칼로서 일어선 자는 칼로서 망한다"라는 명제와, 권력투쟁적인 시각에서 풀이해 나간다. 칼을 든 자는 적군이든 아군이든 모두 적으로 화한다는 운명을 말해준다. 성경에서 말하는 진리와 일맥상통하는 접근이다. 이순신과 같이 한 개인에게 집중된 무장력은 곧 감시와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그를 견제하는 세력이 나오고, 그는 곧 다른 도전에 의해서 제거된다. 이순신의 최대 라이벌인 선조는 이순신의 죽음에 안도하고, 그에게 사후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내린다. 역사의 아이러니, 역사의 역설이다. 영웅, 역사 등으로 포장된 내용을 현실감있게 풀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재해석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분석이고, 사유이다. 장정일의 독서 일기를 읽어보라. 사고의 전복을 통한 지적 훈련의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독서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독서의 힘이 무엇인지를 웅변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