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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와 동시대의 '아라비아 문학' 국내 첫 소개
아라비아의 꿈과 사랑, 환상의 파노라마 국내 처음 소개되는 『천일일화』는 『천일야화』와 함께 아라비아 문학의 쌍벽을 이루는 액자소설이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아라비안나이트로 널리 소개된 『천일야화』는 알아도 『천일일화』를 아는 독자는 거의 없다. 『천일일화』는 『천일야화』와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18세기와 19세기의 유럽인들은 『천일일화』를 『천일야화』 못지 않게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이 두 이야기의 운명은 상반된 길을 걷게 된다. 『천일야화』가 아랍권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유럽권을 넘어 전 세계로 꾸준히 읽혀진 반면 『천일일화』는 페르시아의 수도승 모클레스가 편집한 '하자르 예크 루즈'(1001일)를 충실히 번역한 책이 아니라 프랑수아 P. 드 라 크루아가 개작하고 정리한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한동안 사람들에게 잊혀진다. 그러나 당시 평론가들이나 독자들은 『천일일화』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 같다.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이란, 터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 저 멀리 인도, 중국 등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씌여질 정도로 스케일이 컸으며, 또 다양한 동양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는 유럽인들의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천일일화』에는 그 지역에 유래하는 매우 오래된 시적 전통들과 픽션들, 문화적, 정치적 배경들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비평가 루라즈뢰르 델롱샹은 "이 매력적인 이야기의 정통성은 절대 의심되지 않는다"며 『천일일화』의 참된 가치를 역설한 바 있다. 작품의 제목이 주는 기대와는 달리 『천일일화』는 232일 간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동양의 작가들에게 '천일'이라는 표현은 1001이라는 정확한 숫자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의 뜻으로 쓰여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천일>이라는 날짜는 이런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원전이 여기에 실리다 『천일일화』와 『천일야화』의 이야기 구조는 비슷하다. 『천일야화』가 여자를 불신하는 왕을 설득하는 이야기라면 『천일일화』는 남자를 혐오하는 카슈미르 공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유모의 이야기이다. 공주는 남자들을 불신하여 그 어떤 남자와의 결혼도 거부한다. 고심 끝에 유모가 공주의 마음을 돌이킬 목적으로 매일 아침 그녀가 목욕하는 시간마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는 고약하고 비열한 남자도 있지만 너그럽고 충실한 남자도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통해 은연 중에 심어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공주는 남자가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믿을 수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마침내 공주는 젊고 씩씩한 페르시아의 왕자와 백년가약을 맺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국내 독자들에게 『천일일화』가 처음으로 소개되지만,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투란도트'의 원전이 바로 『천일일화』에 들어 있음을 알게 되면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투란도트가 처한 상황은 천일일화 이야기의 청자인 파루크나즈 공주와 비슷하다. 두 공주는 둘 다 미모가 뛰어나 수많은 왕자들의 청혼을 받지만 정작 그들은 남자를 혐오하고 멀리한다. 그러나 결국엔 진정한 사랑을 찾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천일일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이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섬세한 묘사와 시적 창조, 다양한 문화적 원천들로 천일(1001일) 동안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18~19세기 유럽에서 『천일야화』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천일일화』는 우리 시대에도 그 위상을 되찾아 우리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중세 동양의 생활문화 다양하게 담겨 있는 책 『천일일화』에는 풍부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동시에 중세 동양의 문화도 반영되고 있다. 군주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외국의 사신들을 맞이해서 외교를 수행한다. 이들의 주변에는 총리와 대신, 시동들과 호위병이 있고 엄격한 규칙들을 따르는 의식들이 있다. 또한 이들은 애첩이나 딸, 그리고 세계 각지 출신의 아름다운 시녀들을 거느리며, 흑인 내시들이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 한 국가의 왕만큼이나 부유한 상인들도 나온다. 엄청난 재산들은 대체로 위험한 바다나 육지 여행 끝에 얻은 결실이다. 대륙을 횡단하는 상인들은 도적떼들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대상으로 무리를 지어 함께 다닌다. 인도의 직물, 페르시아 만의 진주, 골콘다의 다이아몬드, 또 뜨거운 태양 아래 자라는 열대 지방의 향료 등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 크나큰 위험들과 대면해야 했기 때문이다. 호화로운 궁중과 부자들의 저택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정원이 있고 카펫이 깔린 방에는 용연향과 백단향이 은은히 풍긴다. 온갖 산해진미가 차려진 잔칫상에는 변화무쌍한 맛을 가진 필라프, 양고기를 달인 육즙, 삶은 양고기, 암말의 양지고기, 가젤 파이, 자고새 구이 등 다양한 요리가 차려져 있으며 사과, 살구, 포도, 석류로 잼과 젤리, 샤베트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코란에서 금지한 포도주, 쌀로 빚은 술, 대추야자로 빚은 술도 마셨다. '피카'라고 불리던 일종의 맥주도 있었다. 당시의 생활상만이 아니라 이슬람 세계의 풍습도 자세하게 소개된다. 남자와 여자는 원칙적으로 동석할 수 없었으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기면 여자들은 몰래 만나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혼관계는 언제나 아슬아슬했다. 남편이 거부하면 언제라도 깨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인을 가볍게 내칠 수는 없었다. 화가 났다는 이유로 부인을 쫓아낸 남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되었다가 또 쫓겨나기 전에는 그 여자를 다시 부인으로 맞아들일 수 없었다. 『천일야화』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동양의 유서 깊은 도시들의 활기차고 열띤 풍경을 접할 수 있으며 당시의 생활상과 풍습까지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