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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이나 전기, 독극물 같은 위험한 물건을 갖고 놀려고 한다면, 그것도 못하게 할 거고요.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안 가겠다고 고집 부려도, 학교는 꼭 보낼 거예요. 학교에 안 가면 바보로 자랄 테니까요. 아마 내가 생각해 내지 못한, 아이가 꼭 해야 할 일이 몇 가지는 더 있겠지만 그것 말고는 절대 안 시킬 거라고…… 진짜 꼭 맹세해요!
--- 31p 할아버지에게 쪽지로 전쟁을 선포한 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불안함에 몸 달아 하기도 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쪽지를 보내 전쟁을 선포했는데 나의 적은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 전쟁은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이 될 것만 같았다. --- 68p 전쟁의 방식도 유치하다. 한밤중에 알람을 울리게 해 할아버지의 잠을 방해한다거나, 슬리퍼를 숨긴다거나,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시계를 숨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매번 진지하고, 심각하며, 노심초사하는 피터의 순진함을 지켜보는 일은 유쾌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피터를 점잖게 타이르고, 야단치고, 심지어 따귀까지 때리던 할아버지가 피터의 강경한 태도에 변화를 보인다. 본격적으로 전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복수 혈전’에 피터가 매번 골탕 먹는 장면은 피터의 난감한 심정 묘사와 맞물려 한 편의 시트콤을 연상케 한다. 슬리퍼를 찾아서 침대 아래와 옷장을 뒤져보느라 일이 분쯤 시간을 허비했다.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건 할아버지의 복수야! 지금 당장! 바로 오늘 아침에! 할아버지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시계가 늦게 울리고 슬리퍼가 사라진 것이다. 난 세수를 하고 이를 닦으려고 맨발로 후다닥 욕실로 달려갔다. 칫솔이 안 보였다. 진짜 칫솔이 없었다. 개수대 위 플라스틱 물 잔 안에 쪽지가 있을 뿐이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네 손가락을 이용해라. --- 145~146p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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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진정한 각자의 방 찾기!
나에게 더없이 다정했던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여의고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외로운 할아버지’, 다리가 불편해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아픈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태초부터 온전한 나만의 것’이었던 내 방을 내주어야 한다면? 이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도덕적인 질문을 던지고 시작한다. 가족애의 근간을 이루는 사랑, 이해, 배려 이 세 덕목이 도덕적인 강요로 나타날 때, 한 구성원에게 그것은 ‘폭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중한 것을 내 주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가족 간에 불화를 일으키는 것은 나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을 빼앗긴 어린 주인공 피터가 선택한 것은 전쟁이다. 피터에게 있어 이 전쟁은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영위하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기도 하다. 이 시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할아버지 상인 피터의 할아버지 눈에 그려진 전쟁은 또 다르다. 어린 손자의 버릇없는 장난에 지나지 않거나, 항상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어 버릇한(83p) 손자의 막무가내 고집일 뿐이다. 이 작품은 이렇게 ‘전쟁’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지점을 향해 달린다. 주인공 피터는 최후의 전쟁에서 쭈글쭈글 늙어 버린, 그래서 자신에 비해 한없이 약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대면하고는, 전쟁이란 상처를 남길 뿐이며 그것이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고통을 주는 상처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전쟁을 통해 가족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바로 피터에게 방을 돌려주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말을 통해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도 합리적인 가족에 이를 수 있는 저마다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나아가 누구의 할아버지, 누구의 손자라는 정해진 이름을 넘어 서로의 삶과 꿈을 존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유대감도 생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가족 안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자기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병들고 약한 ‘노인’이라고 무조건 양보하거나, 반대로 아예 유기해 버리지는 않는가? 혹은 아이라고 의사를 무시하거나, 무조건 응석을 받아 주지는 않은가? 누구의 형이고 누구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영역을 박탈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빼앗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자기 삶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성장을 통해 어린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가족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또 사랑받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