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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Marie Hu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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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의 고독한 유럽 방랑길을
창조의 자산으로 승화시킨 빅토르 위고 1851년, 빅토르 위고는 정치싸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기약없는 망명길에 오른다. 그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지만 망명생활은 무려 19년 동안 계속되었고, 위고는 어쩔 수 없이 유럽 각지를 방랑해야만 했다. 그의 여정은 프랑스 북부의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중부의 샹파뉴, 또 남부의 보르도를 거쳐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향하고, 더 나아가 벨기에의 브뤼셀과 독일의 라인 강 유역을 지나 룩셈부르크와 스위스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영불 해협의 저지 섬과 건지 섬에 정착함으로써 막을 내린다. 특히 건지 섬은 위고가 오트빌 하우스라 명명한 집을 짓고 19년의 망명 기간 중 무려 15년을 보내며 집필 활동에 매진한 곳이라 위고 개인으로서는 물론 프랑스 문학사에서도 큰 위치를 점유하는 곳이다. 39살의 젊은 나이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위고에게는 이 기나긴 망명생활이 외롭고 고달프게 느껴졌겠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창작열을 불태워 『레 미제라블』 『웃는 남자』 『징벌시집』과 같은 대표작을 비롯해 파리로 돌아온 후에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을 이 시기에 집필하는 등 인생에서 가장 충실한 시기를 보냈다. 위고가 직접 그린 스케치 80여점 국내 최초 공개!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은 편지와 여행일지 외에 그가 직접 그린 멋진 스케치가 80여점 수록되어 있어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 작품의 번역자이자 현재 미술평론가로 몇 권의 미술평론집을 낸 정장진 씨는 위고의 스케치가 낭만주의 화풍을 이끈 터너나 들라크루아를 연상시키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한 바 있다. 번져 나간 수묵의 흘림 속에 오롯이 드러나는 중세의 고성과 앙상한 폐허의 흔적들, 아름다운 유럽의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화폭에 고스란히 재현한 그림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작가의 또 다른 재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낭만주의자 특유의 화려한 수사와 수려한 풍광에 눈이 시린 여행지에서의 서정,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자연을 파괴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의 외침, 그리고 비록 떨어져 있어도 항상 가족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쳐나는 편지글과 어디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스케치가 가득한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은 문호 빅토르 위고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게 될 기회가 될 것이다. 위고의 눈을 통해 보는 1800년대 중세 유럽의 풍광 방랑길에 오른 위고는 중세 유럽의 고고한 전통을 간직한 성채나 수도원, 종탑, 강과 섬 등을 둘러보며 찬탄을 금치 못한다. 프랑스 샤르트르 성당의 고딕적 양식미와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바위산 몽 생 미셸, 정령이라도 나올 듯 신비스런 독일의 포레 누아르(黑林)와 장엄하고 위풍당당한 라인 강, 스위스 취리히에서 본 수많은 별빛이 반사되는 그림 같은 호수와 아랍풍의 이국적인 거리가 늘어선 스페인의 항구도시 파사주 등 위고가 거쳐간 유럽 각지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그의 생생한 필치에 힘입어 마치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치며, 당장이라도 배낭을 메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왼쪽으로는 커다란 느릅나무들이 부드럽게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 나무들 위로 내리비치는 밝은 저녁 빛이 산 중턱에서 소小 지베를 내려다보는 11세기의 커다란 탑을 뚜렷이 드러냈다네. (……) 종탑 위로는 거대한 암벽이 높이 솟았고 아득히 먼 산봉우리의 지평선까지 연장되어 마치 서커스를 볼 때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네, 게다가 밝은 초록빛 하늘에서 땅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는 초승달은 너무도 가늘고 맑고 가냘파서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네. 하느님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금반지를 반 정도만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 독일, 지베에서 종탑을 바라보며 이 집들 앞에는 각종 형태의 배들과 여러 가지 크기의 보트들이 탑 아래 바다 위에 가지런히 작은 만 안에 정박된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이 배들과 탑 위로, 많은 집들과 남루한 옷가지들 위로, 그리고 성당과 산봉우리들 위로, 하늘 아래에 삶이 있고, 변화가 있고, 태양과 창공과 공기가 있고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바로 내 눈앞에 이 모든 것이 펼쳐져 있었다. - 스페인, 아름다운 항구도시 파사주에서 라인 강은 모든 것을 통합하는 힘을 지녔네. 이 강은 론 강처럼 빠르고, 루아르 강처럼 넓고, 뫼즈 강처럼 양쪽 기슭이 깎아지른 험한 절벽이며, 센 강처럼 구불구불하고, 솜 강처럼 맑고 푸르며, 티베르 강처럼 역사를 담고 있고, 도나우 강처럼 화려하고, 나일 강처럼 신비로우며, 아메리카의 어느 강처럼 금빛으로 반짝거리고, 아시아의 어느 강처럼 전설들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네. - 독일, 라인 강 연안에서 바다, 폭풍우, 거대한 모래사장, 슬픔, 그리고 밤에 뜬 모든 별들과 난 진정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 영불해협, 저지 섬에서 슬픔에 잠겨 또한 위고는 정부의 관리 소홀과 시간의 풍상을 겪어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지들을 목도하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기도 한다. 파괴를 즐기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고 나쁜 건 없을 것이다. 자기 집을 파괴하는 자는 자기 가족을 파괴하는 자와 같고, 자기 도시를 파괴하는 자는 자기 조국을 파괴하는 자와 같으며, 자신의 주거를 파괴하는 자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는 자와 같다. 이 낡은 석조건물 속에는 옛 영광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 프랑스, 보르도에서 오래된 건물의 훼손을 바라보며 작가로서 빅토르 위고는 자연 환경이나 인물, 배경 등의 세부묘사에 탁월해 마치 실제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뜻하지 않은 기나긴 유럽 방랑이 망명생활 이후에 발표한 그의 작품들에 풍부한 묘사와 상상력을 더해주었음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