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국어판 서문
할머니와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양로원 방물 라즈베리 주스 여름 원피스 땋아 내린 머리 사진 그네 위에서 비밀 계획 잠자는 공주 깨어나다 나무 위의 집에서 놀던 소녀 변신 특효약 나무 위의 집 노라 둘만의 비밀 카린 간호사 주사위 던지기의 명수, 콘라트 할아버지 오토 더벅머리 페터 오토 대역 다니엘 카린 간호사와 한 내기 고문장수 차를 마시며 수프의 소금 다른 사람들 변두리 아가씨 이리나와 프란치 만날 똑같아 싸움 고백 철도 모형 환자 기록부 칠러 부인 세바스티안의 악몽 세바스티안와 옛 할아버지 그날 마지막 놀라운 일 반란 미래 긴 의자 친구 노라 치매란 무엇인가 |
Rachel van kooij
라헐 판 코에이의 다른 상품
김영진의 다른 상품
|
“엄마, 증조할머니가 양로원 말고…….”
노라는 말을 하다 말았다. “우리 집에 모셔오면 어떻겠냐고?” 엄마가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노라, 생각을 좀 해보렴. 할머니는 돌봐 드릴 사람이 필요해. 아빠랑 나는 일하러 가야 하고, 넌 학교에 가야 하잖니?” “하지만 증조할머니가 건강해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실 수 있게 되면 우리가 하루 종일 곁에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언제든 할머니 좋으실 때 마당에 나가 햇볕을 쬐실 수도 있고, 배가 고프면 부엌에서 아무거나 갖다 드시면 되고요. 여기 이 오래된 사진들도 벽에 걸어 드리면 좋잖아요!” 노라가 장점을 하나하나 늘어놓고 조용히 덧붙였다. “할머니는 거기에서 너무 슬프세요. 너무, 너무요.” --- 본문 중에서 |
|
‘치매’를 바라보는 새롭고 유쾌한 관점
낮은산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낮은산 키큰나무’의 다섯 번째 책으로 『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원제 Nora aus dem Baumhaus)가 출간되었다. 네덜란드 태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헐 판 코에이(Rachel van Kooij)의 작품이다. 벨라스케스의 명화 〈시녀들 Las Meninas〉에서 영감을 얻어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을 접목시킨 청소년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사계절, 2005)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라헐 판 코에이는 장애인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아동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이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에서도 장애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독특한 목소리를 냈던 이 작가는 2007년 신작인 『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에서도 ‘치매’를 바라보는 새롭고 유쾌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는 아직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한 병이다. 약을 먹어서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늦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초기 치매 환자들은 자기가 식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같은 바로 얼마 전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과거의 일은 잘 기억하기 때문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작가는 이 점에 주목해, 과거의 추억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 ‘노라’가 자기에게 ‘증조할머니’가 계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나도 안 계신 줄 알았던 노라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상상도 하기 힘든 증조할머니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흥분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증조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시고, 자기가 곧 열한 살이 되는 소녀인 줄로만 알고 있다. ‘치매'라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느 날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를 깎고 환자복을 입혀 병원에 데려다놓았다고 믿는 증조할머니는 증손녀 노라가 자기를 찾아온 친구라고 생각하며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노라는 아빠의 고모할머니들이 유품으로 남긴 옛날 물건과 사진들 속에서 증조할머니의 열 살적 사진을 발견하고, 할머니 이름이 ‘트라우디’라는 것도 알게 된다. 노라는 요양원에 가는 목요일마다 증조할머니의 옛 추억들을 하나하나 깨워 드리고, 행복해 하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와 집에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치매 환자와 함께 사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린 시절을 깨워 드리다 한편, 요양원에서는 노라가 할머니에게 옛날 원피스를 입히고 차가운 라즈베리 주스를 마시며 친구처럼 노는 모습을 보고 간호사들끼리 의견이 엇갈린다. 원칙론자인 카린 간호사는 환자들을 어린애 취급하면 안 된다며 핏대를 세우고, 수간호사인 마르티네는 환자들이 행복해 한다면 간호 수칙과 달라도 상관없다는 듯 노라와 증조할머니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구식 원피스를 입고 옛날 놀이를 하고 있는 노라를 보고는 요양원의 다른 환자들까지 아는 체를 하며 놀이에 끼어들고, 노라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하나둘 사귀게 된다. 친구인 척 놀아드리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노라는 자기 친구 다니엘까지 요양원 방문에 동참시킨다. 주사위 던지기의 명수 콘라트 할아버지, 교사였던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늘 훈계와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카이저 할아버지, 순박한 시골 처녀 테아 할머니, 하녀로 일했던 이리나 할머니, 동물을 좋아하는 프란치 할아버지…….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 주고 같이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문제는 만날 때마다 똑같은 일들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 솔직히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는 노라와 다니엘은 간호사들이 기본적인 간호만 해드리는 상황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노라에게 호의적이었던 마르티네 수간호사가 장기 휴가를 간 사이, 카린 간호사는 자신의 간병수칙에 어긋나는 노라의 행동에 자꾸 훼방을 놓고, 화가 난 노라는 급기야 카린 간호사와 내기를 하게 된다. 이제 노라는 2주 반 안에 요양원의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한 분도 빼놓지 않고 놀이에 참여시켜야 한다! 노라는 증조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를 열어, 다른 환자들까지 과거의 시간으로 초대할 계획을 세운다. 고물장수에게서 온갖 옛날 물건들을 구해 오고, 엄마 아빠의 도움을 얻고, 마지막 난제인 ‘철도 모형 구하기’와 ‘혼수 상태인 칠러 부인 깨우기’를 위해 치매 환자들에 부정적인 무뚝뚝한 친구 세바스티안까지 이 계획에 끌어들여야 하는데……. 과연 노라는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는 ‘치매’라는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어낼 만한 재미까지 갖춘 작품이다. 치매로 요양원에서 쓸쓸히 말년을 보내는 증조할머니를 집에 모셔 오자는 기특한 노라. 그러나 치매 환자 돌보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엄마. 그러나 노라는 엄마를 설득하는 대신 증조할머니를 위해 자신만의 계획을 세운다. 노라의 엄마도 할머니를 집에 모셔 오지는 않지만 나중에는 딸의 계획에 동의하고, 온 가족이 동참해 치매 환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한때를 선사한다. 가족애가 진하게 묻어 있으면서도, 결국은 치매 환자인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신다는 결말이 참으로 현실적이다. 독자는 책을 읽어 나가며, 환자를 돌보는 원칙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행복한 노년이란 어떤 것인지 등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노라가 증조할머니를 위해 시작한 일이 요양원에 있는 노인 전부를 위한 일이 되고, 치매에 걸린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을 갖고 있던 친구 세바스티안의 태도를 바꿔주는 과정도 아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이로써 치매는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라는 주제의식이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치매 노인들은 동정하고 피하고 돌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과 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온전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사회의식까지 불러일으킨다. 치매를 다룬 동화는 우리나라 동화작가들도 심심치 않게 다루어 왔다. 그러나 치매 환자 돌보기의 어려움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가족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씌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는 장애인 문제를 깊이 고민해온 작가가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며 유쾌하게 써나간 작품으로, 노년 인구가 늘어가고 행복한 노년의 모습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