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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람들
이상원
황소자리 200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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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감사의 글
편집자의 말
추천의 말

1장 숲속 세계
2장 발레키미토의 좋은 죽음
3장 아파 렐로
4장 숲의 노래
5장 나쁜 사냥꾼 세푸가 저지른 범죄
6장 법을 정하는 존재, 숲
7장 밤부티의 놀이 세상
8장 죽음의 춤, 몰리모
9장 마을이라는 세상
10장 엘리마, 삶의 춤
11장 켄게의 혼인
12장 성인식과 마법
13장 숲속 여행
14장 바깥세상
15장 꿈의 세상

지도
카메라에 담은 밤부티 피그미의 일상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 교수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아버지와 아들』, 『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등 9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서로는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번역은 연애와 같아서』,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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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콜린 M. 턴불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교 맥달렌 칼리지에서 철학 및 정치학을 공부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왕립 해군 예비역으로 참전했다. 종전 후 인도로 건너가 그곳 바나라스 힌두 대학교에서 인도 종교철학을 배웠다. 다시 옥스퍼드로 돌아온 후 아프리카 분야 인류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1951년 아프리카 이투리 숲을 처음으로 방문했고, 1954년 두 번째 탐사 여행을 했다. 그리고 1957년에 떠난 세 번째 여행에서 이투리 숲에 사는 밤부티 피그미와 3년 간 함께 생활하며 그곳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때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쓴 책이 바로 《숲 사람들The Forest People》이다. 턴불의 첫 저작이기도 한 이 책은 연구 내용 및 서술체계에서 그때까지 나와 있던 인류학 책들의 성과를 몇 단계 뛰어넘는 빛나는 수확으로 인정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긴 턴불은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인류학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자연사박물관 아프리카 인종학 부문 간사, 영국 왕립인류학회 회원, 프랑스 왕립중앙아프리카박물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30년 간 연구 활동을 함께 해온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셉 타울즈와 동성애 관계였던 턴불은 에이즈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1994년 6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 《산 사람들The Mountain People》 《외로운 아프리카인The Lonely African》 《휴먼 사이클The Human Cycle》등 다수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482g | 153*224*30mm
ISBN13
9788991508378

책 속으로

1장. 숲속 세계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그곳에서 내가 무언가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이대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피그미는 영상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존재이며 그들의 음악 또한 한 번 녹음하고 끝내기에는 너무도 신비로웠던 것이다. 피그미는 숲을 그저 살 만한 곳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무언가, 그러니까 고난과 비극, 무한한 기쁨과 아무 걱정 없는 행복으로 이루어진 그곳의 삶 자체를 찾아낸 이들이었다. ---p. 38

2장. 발레키미토의 좋은 죽음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주사를 맞은 후 잠들었던 발레키미토는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뒤이어 터져나온 애도와 슬픔은 관습이 요구하는 형식적인 차원과 전혀 달랐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진실한 애도였던 것이다. 흑인 마을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 두려움의 대상은 마법, 제멋대로 날뛰는 악의 힘이었다. 하지만 피그미는 달랐다. 피그미의 반응은 두려움이 아니라 완전한 상실, 절대로 회복될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한 인식이었다. 늙은 발레키미토의 죽음에는 종말과 무서운 공허함이 있었다. ---p. 65

3장. 아파 렐로
모두들 분주하게 일했다. 그러면서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뒤늦게 도착해 아직 집을 완성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 이제 비가 오면 홀딱 젖게 될 판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삼바처럼 재빨리 집짓기를 끝낸 이들이 다시 숲에서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모아 다른 사람을 도왔다. 숲에서 먹을 것을 모으고 또 그것을 먹느라 너무 많이 지체한 지각생들 말이다. ---p. 86

4장. 숲의 노래
한 달 동안 나는 매일 저녁 쿠마몰리모에 앉아 있었다. 소리를 듣고 축제를 지켜보고, 또 가장 중요하게는 축제를 느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최소한 피그미들이 축제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나 기대감은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저녁, ‘숲의 동물’을 보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척하며 여자들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남자들은 모닥불 가에 모여 여자들이 상하수도 파이프를 동물로 생각한다고 믿는 척한다. 상하수도 파이프로 만든 피리는 표범과 코끼리, 버팔로 소리를 흉내낸다. 매일 저녁 이런 식의 믿는 척하기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로 중요하고 실제적인 무언가가 그 아래 숨어 있다고 느꼈다.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떤 것, 나만 혼자 모르는 그 무엇 말이다. ---p. 126

5장. 나쁜 사냥꾼 세푸가 저지른 범죄
그는 서둘러 사과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무리 앞쪽에 그물을 친 셈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 중얼거렸고 또 지금 가진 고기를 다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세푸는 모두에게 둘러싸인 채 자기 캠프로 갔고 아내에게 있는 고기를 다 내주라고 고함쳤다. 그 아내는 싫다고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 무수한 손들이 덤벼들어 바구니며 솥에서 고기를 꺼냈고 만약에 대비해 지붕의 나뭇잎 아래 감춰두었던 것까지 빼앗겼다. ---p. 151

6장. 법을 정하는 존재, 숲
이 사건은 피그미 삶의 가장 큰 특징, 즉 중재 조직 없이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협동은 피그미 사회의 핵심이다. 피그미는 상대에게 협동을 기대하고 요구하며 그 자신도 상대의 요구에 따라 협동해야 한다. 마누라 잔소리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못잔 남편은 화를 내면서 자기 친구나 친척들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러면 마누라 역시 같은 행동을 할 것이고 결국 좋든 싫든 캠프 전체가 문제 해결에 관여하게 된다. ---p. 171

7장. 밤부티의 놀이 세상
아이들에게 삶은 한바탕의 긴 놀이다. (중략) 사냥 놀이를 벌이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사냥이 놀이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냥은 진짜 동물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나무 타기는 꿀을 따기 위한 방법이 되며 나무 덩굴 타기는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사냥감을 잡거나 성난 숲 버팔로를 피해 도망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 된다. 놀이가 현실로 변하는 과정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어 처음에는 거의 깨닫지 못할 정도다. 유능한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후에도 놀이 시절의 재미와 웃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p. 177

8장. 죽음의 춤, 몰리모
몇몇 노인들만 제외하고 모두들 몰리모를 따라 캠프 주위를 돌았다. 느리고도 장엄한 행진이었다. 행렬은 생명의 불씨를 다 짓밟아버리고 단 하나의 불씨만 남겼다. 모케 노인은 서글픈 모습으로 그 불씨 곁에 앉더니 소중하게 두 손으로 집어들었다. 그리고 귀에 꽂아두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어 조심스레 불씨를 땅에 내려놓더니 발로 짓밟아 그것마저 꺼뜨리고 말았다. 그는 뒤돌아 자기 오두막으로 사라졌다. 승리감에 들뜬 사람들이 몰리모를 둘러싸고 마을을 떠나는 몰리모를 숲까지 배웅했다. ---p. 215

9장. 마을이라는 세상
흑인들은 물리적인 힘을 통해 피그미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개인 피그미나 피그미 가족이 개인 흑인이나 흑인 가족과 유서 깊은 관계를 이어왔다는 신화를 꾸며냈다.
그 관계는 일방적인 착취가 이루어지는 노예제라기보다 상호부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흑인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피그미는 흑인 대신 숲에 들어가 필요한 일들을 했고 귀중한 고기도 가져다주었다. 피그미가 없다면 흑인들이 고기 구경을 하기란 극히 어려웠다. 나중에는 부족한 플랜테이션 일손을 채워주는 유용한 인력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해 흑인들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피그미 무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마을에 머무를지는 아무도 몰랐다. 피그미들은 자주 숲 깊숙이 나아가 사냥을 했고 결과가 좋을 경우 제아무리 보수가 높다 해도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다. ---p. 226~227

10장. 엘리마, 삶의 춤
피그미 소녀 역시 격리되지만 흑인 마을의 격리와는 달랐다. 아직 초경을 맞지 않은 자기 친구들이나 언니들과 함께 지냈기 때문이다.
엘리마 집에서 소녀들은 그 행복한 사건을 함께 축하했다. 존경받는 친척 할머니로부터 임신하고 어머니가 되어 사는 방법을 배웠다. 소녀들은 어른으로 사는 법뿐 아니라 여자 어른의 노래를 부르는 법도 익혔다. ---p. 242


11장. 켄게의 혼인
완전히 어두워지자 켄게는 그날 처음으로 말리아모에게 다가가 앉아 아내가 저녁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더니 내게 음식을 가져와 아내의 요리 솜씨를 봐달라고 했다. 켄게와 나는 늘 그렇듯 나란히 앉아 함께 저녁을 먹었다. 왜 켄게가 말리아모에게 별 관심 없는 척 하는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켄게는 하하 웃으며 말리아모가 자기에게 이미 낯선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전과 달라진 점이란 얌바보가 타푸와 결혼하면서 이제 켄게가 말리아모를 찾아가는 대신 말리아모가 오게 된 것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자기는 이미 장인어른에게 영양 한 마리를 드렸는데 왜 흑인들이 와서 소란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p. 275

12장. 성인식과 마법
밤이 되어 흑인들이 떠나면 비로소 은쿰비가 숲속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가 드러났다. 잔소리꾼들이 사라지고 피그미만 남게 되면 소년들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닥불 주위에 앉은 어른들과 합세해 금지된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즉 손가락으로 집어 먹어치웠다. 나무 등걸 위에서 팔을 휘두르며 흑인들 악기 연주를 흉내내는 소년도 있었고 신성한 바나나로 던지기 놀이를 벌이는 소년들도 있었다. 비가 내리면 다 함께 바깥으로 뛰어나가 낮 동안 쌓였던 먼지를 말끔히 씻어냈다. 흑인들은 성인식 동안 몸을 적시면 안 된다고 했다. ---p. 284

13장. 숲속 여행
우리가 근처 피그미 캠프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선교관에도 들러 묵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둔 벨 선교사는 우리가 출발한 줄도 모르고 직접 데리러오는 참이었다. 나는 기쁘게 초대를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도 있었다. 켄게가 서로 다른 종교를 공평하게 접하도록 돕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켄게를 개종시키려는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이왕 선교사들과 만나게 된 바에는 여러 곳을 보는 편이 좋을 것이었다. 마침 그 여행 초기에 개신교 선교관에서 썩 좋지 못한 경험을 한 터였다. ---p. 311

14장. 바깥세상
내리막길이 끝나고 평원으로 내려왔을 때 우리는 차에서 내려 마지막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풍경은 최고였다. 나는 켄게가 고개를 끄덕이고 혀를 차며 풍경을 남김없이 머릿속에 넣는 몇 분 동안 잠자코 기다렸다. 이윽고 켄게가 말했다. “론고 신부님이 맞았어요. 이 신은 숲에 있는 우리 신과 분명 똑같을 거예요. 신은 하나인 거죠.” ---p. 326


15장. 꿈의 세상
그것은 더없이 친해져버린 에풀루 피그미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숲 여행이었다. 떠나기까지 기간이 두 달 정도 남긴 했어도 마음이 울적했다. 떠나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돌아온 숲이 너무도 좋고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에 슬펐다. 켄게는 숲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가 꿀 따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랜테이션을 지나 정다운 숲, 다정한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서자 그도 “이것이 진짜 세상이죠. 좋은 세상, 우리 숲 말입니다.”라고 중얼거렸다.

---p. 335

출판사 리뷰

평균 신장 140센티미터,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을 누비며 집단생활을 하는 원시 부족……. 지금 우리에게 피그미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피그미가 나무 꼭대기를 날아다니거나 자신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능력까지 갖춘 ‘반인半人’이라 믿었다. 13세기 세계 지도에는 괴수의 모습을 한 피그미들이 등장하고, 17세기 해부학자 에드워드 타이슨은 침팬지의 골격을 피그미로 착각해 그들이 절대 인간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많은 인류학자와 탐사 원정대가 아프리카로 떠난 다음에도, 피그미는 여전히 흑인들의 노예로 살아가는 원시인으로 인식됐다.

수천 년 간 숲의 주인으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숱한 편견과 오해의 그물에 갇혀 있던 피그미들. 그런 그들을 우리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게 된 것은 스스로 ‘숲의 아들’이며 ‘피그미의 형제’임을 자처한 한 인류학자의 헌신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에 걸친 탐험
그동안 흑인 부족의 노예처럼 인식돼왔지만, 턴불이 보기에 오히려 그 관계를 약삭빠르게 이용하고 있는 쪽은 피그미였다. 마을 흑인과 잘 지내야 농작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종종 그들의 마을로 내려오기는 해도 때가 되면 모든 걸 훌훌 털고 숲으로 돌아가버리는 피그미. 그들이 언제 마을로 내려오고 숲으로 돌아갈지 짐작조차 못하는 흑인들이 어떻게 주인일 수 있단 말인가.

두 번째 탐험 때 밤부티 피그미들의 성년식을 참관하고 그들로부터 이마와 눈 위에 ‘숲의 일부’가 되는 표식을 얻었던 턴불은 1956년 다시 이투리 숲 에풀루로 돌아갔다. 그에겐 숙제가 있었다. 숲속 사람들을 지금 모습으로 만들어준 것이 무엇인지, 주변 흑인 부족과 그토록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마을에서는 흑인들의 생활 방식을 잘 따르다가도 막상 숲으로 돌아갈 때는 아무 미련 없이 그 방식을 내던지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함께 취재할 연구원이나 장비도 없이 달랑 혼자 몸으로 깊은 숲속 피그미들의 터전으로 들어갔다. 문명 세계와 완전히 등진 채, 피그미와 함께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먹고 자고 사냥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숲속 피그미 세계의 한복판에서
턴불이 2년 만에 옥스퍼드에서 에풀루로 돌아왔을 때, 피그미들은 흑인 마을에 있었다. 동물 우리나 모텔에서 일하며 돈을 받는 피그미들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모케 노인은 자신들이 곧 숲으로 돌아갈 거라며 그를 안심시켜주었다. “그곳이 우리가 속한 곳이지. 곧 돌아가야 해. 우리는 숲을 떠날 수 없거든.”
실제로 그랬다. 피그미들은 곧 짐을 꾸렸고, 저자는 발빠른 피그미들과 함께 영양이나 버펄로가 만든 작은 길을 따라 숲속의 새로운 캠프 ‘아파 렐로’에 도착했다. 그는 오두막에 사용할 몬곤고 잎사귀를 직접 따 날랐고, 오두막에서 오두막으로 전해지는 다정한 수다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간혹 무리들끼리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지만, 숲속 생활은 충만하고 즐거웠다. 불평 많은 세푸가 발레키미토 노파의 죽음을 기념하는 몰리모 축제에 대해 투덜거리거나, 공동의 사냥 그물 앞쪽에 그물을 친다거나 하는 ‘큰 범죄’를 저질렀지만 피그미만의 방식으로 얼렁뚱땅 해결돼버리곤 했다. 그들 세계엔 작은 조롱이나 다툼은 있을지언정 해결되지 못할 분쟁이나 증오는 결코 없었다.

피그미의 세계엔 불필요한 규범이나 허례허식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특별한 장례 절차는 없지만 그들은 마음으로 슬퍼했고, 나쁜 일이 생겨도 흑인들처럼 악령을 쫓는다는 둥 법석을 떨지 않았다. 축제에 쓰이는 신성한 피리 ‘몰리모molimo’조차 상수도 파이프를 그냥 주워온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몰리모 축제는 아름답고, 신나기만 했다.

인류학의 ‘새로운’ 고전
《숲 사람들》을 쓰는 것은 턴불이 숲과 피그미들로부터 받은 애정을 되돌려주는 작업이나 다름없었다. 감히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깊은 숲속에 숨겨진 그들의 떠들썩하고 신명나는 축제와 삶의 현장은 턴불의 생생한 묘사로 온전히 되살아났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 여사는 이 글이 치밀한 과학적 성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유려하다며 경탄했고, 이후 많은 학자들이 ‘개인의 삶’에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50년. 턴불은 갔고 많은 것들이 기억의 안팎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혼이 담긴 명작은 시간 앞에서 진가를 발휘한다고 했다. 《숲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을 탐구하는 학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전범으로 꼽히고 그때보다도 많은 대중들을 사로잡으며 대형서점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선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믿으며 꾸밈없이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래서 자그마한 의심이나 불안조차 침입할 틈이 없어 보이는 피그미들의 이야기는 삶의 원형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21세기 독자들에게 아련한 그리움과 깨달음을 전하는 고전으로 거듭난 것이다.

추천평

원시 부족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한 책. 글이 어찌나 유려하게 흘러가는지, 이 책이 치밀한 과학적 연구의 성과물이라는 사실조차 한동안 잊어버린 채 빠져들고 말았다. 독자들은 낯설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무한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 마거릿 미드 (인류학자)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문화를 직접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숲 사람들The Forest People》을 읽는 일은 매우 특별하고 만족스런 경험이다.

해리 L. 샤피로 (미국 자연사박물관 인류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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