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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한국전쟁이 이 땅에서 휴전으로 종결된 지 어느덧 57년째예요. 어린이 여러분이나 나는 그 시대를 직접 겪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랍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이 있게 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과거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 과거의 한 페이지 안에 한국전쟁이 있어요. ……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책들은 서점에 많이 나와 있어요. 그런데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쓴 것은 친정어머니의 경험 때문이었어요. 어머니가 겪은 피란 여정이 책 속에서나 있음직한 일들로 여겨졌거든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번은 꼭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생각뿐이었는데 요즘 들어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세요. 그 바람에 비로소 메모를 시작했고 그것을 이야기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 모두가 사실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에요. 상당 부분 허구가 들어가 있음을 말하고 싶어요. 어린이 여러분, 통일을 말하며 남북한이 화해의 분위기로 가는 마당에, 어찌 보면 한국전쟁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체감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의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랍니다. 뒤돌아보는 한국전쟁은,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2007년 가을에 김혜리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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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기 열세 살, 성장통과 함께 찾아 온 6 · 25전쟁
《열세 살 그해 겨울》의 주인공, 전라도 만경의 시골 소녀 봉은이는 초등학교를 일 년 일찍 들어가서 열세 살이지만 벌써 중학생이다. 늘 생각 많고, 때로는 시니컬한 봉은이는 얼굴도 잘 모르는 사진으로 본 친엄마를 그리워하며 자신은 계모 밑에서 자란 불행한 소녀라고 생각한다. 아빠도 새엄마도 동생들도 아무도 봉은이를 미워하지 않지만 어린 동생들로 인해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만 하는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해, 학교와 집에서 티격태격 싸움을 일삼으며 외롭고도 고단한 사춘기를 겪는다. 그런 봉은이가 작은집이 있는 서울로 유학을 오게 되고 자녀가 없어 봉은이를 친딸처럼 예뻐해 주는 작은아빠, 작은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동네 싸움대장에서 상냥하고 생각 많은 평범한 중학교 1학년생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세상이 어지럽던 1950년, 6 · 25가 발발하고, 봉은이는 작은집과 급작스럽게 이별해 잘 알지 못하는 고향 언니 가족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전라도 만경까지 피란길을 떠나게 되는데……. 《열세 살 그해 겨울》은 점점 역사의식을 잃어 가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을 알리고, 당시 가슴 아픈 일을 겪었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연을 열세 살 봉은이의 눈을 통해 대신 전하는 초등 고학년을 위한 창작동화이다. 조숙하고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동화작가 김혜리의 탄탄한 글과 아비규환과 같은 피란 상황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명랑한 캐릭터로 풀어낸 그림 작가 이육남의 그림은 때로 보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도, ‘풋’ 하고 미소 짓게도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열세 살 봉은이를 바로 앞에서 만나는 것 같다. 봉은이는 아이로서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무한정 받고 싶었지만, 교회 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큰누나로서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서울로 올라와 작은집의 수양딸로 즐겁게 지냈던 기간도 잠시, 갑작스럽게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간 작은아빠와 헤어지고, 더 이상 작은집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향 언니의 집에 무작정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봉은이는 험난한 피란길에서 그 언니의 딸을 등에 업고 보따리를 진 채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언니를 끝까지 보호하고자 했다. 자신의 출생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전쟁을 겪으면서 지독한 성장통을 앓는 열세 살 봉은이는 어느덧 어른보다 더 강하고 넓은 마음을 지닌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원과 집을 오가며 학업과 미래에 대한 준비로 바쁜 지금의 아이들에게 작가 김혜리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다. 호되게 사춘기 성장통을 겪는 봉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그 무엇보다 먼저 역사를 제대로 알고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바람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초등학생 친구들이 혹독한 열세 살의 겨울을 겪는 봉은이를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내면을 감성의 바다, 따스함의 바다로 이끌어 가는 2007년 겨울이 되기를 꿈꿔 본다. 편집 후기 “좋은 시간 많이 가지고 감사하는 시간도 많이 가지세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7월 혹은 8월 어디쯤, 저자인 김혜리 선생님에게서 받은 메일의 한 대목이다. 바삐 돌아가는 도시 속에서, 바삐 돌아가는 편집 일정 속에서, 좋은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감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정작 책 출간에 가장 큰 관심이 있는 저자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나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댕~’ 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구석이 매우 따뜻해져 왔다. 그래,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이름 한 자락 남기고 가려면 어쩌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보면서 좋은 생각 많이 하고, 감사 많이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김혜리 선생님은 그 한마디로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편집하는 내내 《열세 살 그해 겨울》 속에 살아 숨쉬는 주인공 봉은이의 선한 심성과 작가의 마음이 ‘따로’가 아닌 ‘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과 작가가 ‘같이’인 경우가 드문 요즘이기에 더욱 감사한 일이다. 문득 2004년 5월호〈열린 어린이〉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다들 세상이 물질 만능이라고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나쁜 사람이 물론 많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아서 세상이 굴러가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 얘기를 더 많이 해 주고 싶습니다.” 나보다 훨씬 많은 인생의 나날들을 산 그녀가 이런 말을 해 주어 나는 참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