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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el Proust,Marcel Valentin Louis Eugene Georges Pro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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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기쁨은 파티가 끝나고 내가 호텔로 돌아와 비로소 나 혼자가 되었을 때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그 기쁨은 사진술에서 느끼는 기쁨과도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면하고 있을 때는 그저 '찰칵'하고 네거티브 필름만 찍은 셈이어서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야 현상을 할 수 있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닫혀져 있는 내 안의 암실에 홀로 들어앉아 있을 때라야 비로소 차분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교계 모임 중에 우리의 이름이 주인의 입을 통해 소리 높이 고해지는 순간, 그것도 엘스티르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이름이 고해질 때, 마치 동화 속 요정이 대번에 사람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는 것과도 같은 이 엄숙한 순간에, 우리가 그토록 곁에 있고 싶어하던 사람은 일시에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아가씨에게 접근을 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점차로 알아 가는 동안, 아가씨에 대한 인식은 마치 뺄셈처럼 이루어졌다. 내가 가장 먼저 수정해야 했던 것은 그녀의 이름과 가족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다음으론 사근사근해 보이는 아가씨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마침내 나는 이 아가씨가 말할 때마다 '아주'란 단어 대신 '완전히' 란 부사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다. "그 여잔 완전히 미쳤어요. 하지만 마음은 아주 착한걸요" '완전히'란 말이 귀에거슬리기는 했지만, 이 말은 자전거 선수 차림에 골프에 미쳐 있을 정도로 끼가 있고 톡톡 튀는 여자라고 여겼던... "그 사람은 완전히 진부하고 완전히 따분한 사람이예요..." 이 아가씨가 어느 정도의 지식과 교양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나는 알베르틴과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눈 밑에 있는 점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순간, 그날 저녁 마침내 그녀가 엘스티르 씨 댁을 떠나는 무렵 그녀의 턱 위에서 점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나중에 알베르틴을 다시 만날 때마다, 그녀가 얼굴에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나의 기억 때문에 언제나 점의 위치가 달라 보였다. --- p.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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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차분 완간
행복한 고전(古典)이란 많은 독자들이 오랫동안 읽고 또 늘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어떤 책은 명성에 비해 극히 적은 독자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la recherche du temps perdu)』라고 할 수 있다. 난해한 문장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끝없이 중첩되고 혼재되어 있는 이 소설은 일반 독자만이 아니라 연구자들도 제대로 읽어내기 힘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국내 독자들은 물론 프랑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려 애를 쓰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 포기하고 안타까워하곤 한다. 이렇게 자자한 명성에 비해 난해하기 그지없는 고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프랑스의 영상 전문가 스테판 외에가 만화로 부활시켰다. 만화가 외에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 전체를 열네 번이나 정독했고, 이야기체 감각을 보여줄 문장들을 점차적으로 골라냈다. 또 사진 자료를 수집하고, 프루스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파리 외곽의 콩브레-일리에 지역의 풍경과 건축물을 답사하고 일일이 스케치했으며, 그 시대의 의상을 연구하고, 프루스트의 특이한 삶을 보여주는 여러 곳을 방문하는 등 이 년간 이 작업을 위해 준비했다"(『선데이 타임스』)고 한다.
열화당에서는 이 시리즈의 첫째권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를 1999년 6월에, 둘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을 2000년 6월에 독자들에게 선보인 바 있고, 이어서 셋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I』가 이번에 출간됨으로써, 십이 년에 걸쳐 진행 중인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대장정 중 원작의 서두 부분이 독자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권은 만화가 스테판 외에가 일 년에 한 권씩 선보이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둘째권이 출간된 지 근 이 년 만에 내놓은 것인데, 프랑스 현지에서는 만화가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한다. 대가의 문학을 만화로 압축해 보여주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만화가 스테판 외에는 둘째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보다 충실하고자 스타니슬라스 브레제와의 협동작업을 통해 각색에 보다 많은 정밀성을 더하고 있다. 만화가 자신은 주요장면들의 선택과 만화화 작업에 주력하는 한편, 스타니슬라스 브레제는 만화본 텍스트 전체의 가독성에 몰두한다. 만화가는 이 책에서 소설에서와 마찬가지의 엄밀한 구성원칙을 따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만화가 요구하는 서술방식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또한 둘째 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만화가 자신이 그림작업과 병행해서 채색을 담당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프루스트 원작소설이 요구하는 색채감, 빛 등의 핵심적 요소들을 보다 생동감있게 되살릴 수 있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프루스트의 문학적 향기를 흠뻑 느끼고, 또 이를 계기로 그 문학과 직접 대면하는 행복한 책읽기를 경험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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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개요
*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권
첫째권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는 원작 제1권의 제1부 「콩브레」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소설 전체에 대한 도입부로서 소설의 주요골격이 제시된다. 소설은 시작부터 과거를 향해 있는데, 유명한 '마들렌느 과자'의 일화로 시작하여 까마득한 과거로, 바야흐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둘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I』은 원작 제2권의 제2부 「고장의 이름: 고장」의 절반을 만화로 옮긴 것으로, 아무 거리낌없고 발랄하기 그지없는 '활짝 핀 아가씨들'은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든 마르셀에게 사랑과 여자에 대한 욕망을 일깨워 주는데, 그 중 알베르틴은 장차 마르셀을 오랜 세월 광포한 사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게 된다. 셋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I』 시리즈 둘째권에 이어서 셋째권에서는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를 완결한다. 이번 권의 무대는 시리즈 둘째권에서처럼 여전히 바닷가 휴양도시 발벡이다. 이 시점에 이르면, 우리의 주인공 마르셀은 그토록 갈망하던 '활짝 핀 아가씨들'과 관계를 맺는 데 마침내 성공을 거두는 한편, 장차 스스로 걷게 될 예술의 길을 비추어 줄 정신적 스승 중의 한 사람인 화가 엘스티르(Elstir)를 만나게 된다. 병약한 체질을 담금질하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발벡을 찾은 마르셀은 이곳 해변을 거니는 같은 또래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흠뻑 마음을 빼앗긴다. 마르셀에게 해변을 거니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은 거부하기 힘든 젊은 매력을 내뿜는 존재일 뿐 아니라, 바로 발벡이란 고장의 모든 매력이 집약되어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천재화가 엘스티르로부터 참다운 예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지적 소득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적 천재와의 만남도 '활짝 핀 아가씨들'과의 만남과 견주어 볼 때 그 중요성은 훨씬 못 미치는 듯하다. 제아무리 스스로 예술가적 감수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또 제아무리 천재적 예술가를 바로 곁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 시기의 마르셀은 아직 지적·예술적 추구의 욕구가 여성적 매력이 발산하는 위력에 훨씬 못 미치는 나이인 것이다. 이 거친 풍랑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마르셀은 감정의 성숙과 성찰의 깊이를 더해 갈 듯하다. 이처럼,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시리즈 제3권은 이제 막 성년의 문턱에 들어서는 마르셀에게 있어서 '사랑'과 '예술'이란 삶의 커다란 두 방향이 서서히 형체를 띠어 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