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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용기가 필요한 시대
1. 무관심 2. 돈 3. 지나친 기대 4. 잘못된 훈계 5. 위선 6. 회피 7. 문제아를 위해 8. 존중의 발견 9. 아이를 떠나보내라 에필로그.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Johann Cristoph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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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과 무소유 공동체 브루더호프의 리더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시대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학생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레볼드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숨졌다. 그리고 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사용한 총기는 학교에서 불과 2킬로미터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합법적으로 산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2002년에 마이클 무어 감독은 총기 난사 사건을 부추기는 미국의 사회 시스템을 통렬히 비판하는 『볼링 포 콜롬바인』이라는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은 미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에 대해서는 심리학·교육학·사회학적인 분석들이 이미 수없이 나왔다. 무어 감독의 분석은 사회구조적 접근의 대표이다. 이 책『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도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에서 지은이가 받은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는 제3세계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는 미국에서, 그것도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사정이 좋은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궁금했다. 그는 왕따,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폭력적 분위기, 총기 소지 따위뿐 아니라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뿌리를 “모든 집 거실”에서 찾았다. 이 책의 원제는 ‘Endangered; Your Child in a Hostile World’이다. 원제에서 드러나듯이 지은이는 아이들이 지금 어느 때보다 위기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세상이 아이들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지은이와 절친한 흑인 언론가 무미아 아부자말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세상은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게 분명하네. 그렇지 않고는 이처럼 더럽고, 오염되고, 속 빈 유산을 남겨 주는 상황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네. 과거 인간 해방 운동의 물결에 앞장섰던 이 세대가 이제는 역사에서 가장 억압하는 세대가 되어, 부모 세대가 자기들에게 했던 것보다 어 오랫동안 자신의 아이들을 이런저런 감옥에 가두고 있네. ···우리 아이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네. 아이들은 2백 달러짜리 운동화와 비디오 게임기와 컴퓨터를 갖고 있지. 심지어는 자기 차를 가진 아이도 있네. 전부 무모가 나가서 번 돈으로 사다 준 번쩍거리는 쓰레기들이지. 아이들은 온갖 최신 장난감을 갖고 있지만 사랑은 없다네. 사랑 받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나? 사랑 받지 못한 아이들이 증오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사랑 받지 못한 아이들이 증오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 한 문장이 지은이가 무미아 아부자말의 입을 빌려 말하는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의 근본 원인이다. 결국 사건의 원인 제공자는 어른들이며 바로 부모들이다. 부모의 무관심, 돈, 지나친 기대, 잘못된 훈계, 위선, 회피, 차별,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마음 따위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지금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진심이 아니다. 그냥 편안하게 변명해왔던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관성에 학습된 것일 뿐이다. 이 시대는 한마디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아니, ‘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시대이다. 이 사건 뒤 텍사스 농업기술 대학의 한 여학생이 울분에 차 한 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왜 당신들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결혼서약서를 어깁니까? 왜 당신들은 이혼이 결국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며 스스로를 속입니까? 왜 당신들 가운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고 나서 자녀보다 새로운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까? 왜 당신들은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것보다 탁아소에서 아주 낯선 사람이 양육하는 것이 더 낫다는 엉터리 이론에 속으십니까? 왜 당신들은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부모들을 경멸하는 눈으로 봅니까? 왜 당신들은 우리가 폭력 영화를 보도록 방치하면서도 우리가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을 유지하길 기대하십니까? 왜 당신들은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해 시간을 무한정 허비하도록 내버려두면서도 우리가 폭탄 제조법에 대해 정통하다는 사실에 놀라십니까?(73~74쪽)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용기 이 책은 콜롬바인 고등학교 사건의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은이의 메시지는 보편적인 울림을 갖고 있다. 세기말 미국의 문제를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지은이가 비폭력과 무소유를 실천하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여덟 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이고, 35년 이상 가정과 청소년 문제를 상담해 온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할 만한 경험을 가진 지은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요즘 부모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녀 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묘안이 아니라 용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두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을 자기 삶에서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이리저리 직장을 옮긴 아버지를 따라다녀야 했던 패트의 생각은 다르다. “너무나 많은 중산층 부모들이 일에 매달리는 것을 봅니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40~60시간 일하는 데서 당장은 더 쉽게 만족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규정과 목표가 잘 짜여져 있는 조직에서 성공하는 것이 가정을 잘 꾸려 나가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부모들이 자기 일을 희생이라 말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라는 것이다. 교도소에 있는 라이언의 경우는 조금 더 심하다. 그는 종교적인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았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 가톨릭 학교에 다녔으며 성당에서 사제를 돕는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는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갔습니다. 그 외에는 저 혼자 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집에서 하나님에 관해 말하는 때는 오로지 규칙이나 벌을 정당화할 때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모두 가톨릭 학교에 보내면서 정작 본인은 신앙이 없다면 상상이 가십니까?” 비싼 학교와 교회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줄 것이라 믿은 결과이다. 이처럼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던 데일은 주 80~90시간의 일과 엄청난 연봉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와 다섯 아이의 진짜 아빠가 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당신을 무서워하는 자녀들과 사는 것이 당신을 사랑하는 자녀들과 사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자녀들이 당신을 무서워 할 경우, 당신이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숨어 버리거나 각자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당신을 사랑할 경우···아이들은 당신을 마치 놀이터의 정글짐처럼 대한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전 미국 국무장관 램지 클라크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딸이 있다. 그는 딸을 위해 오랜 시간 여러 기관을 거치면서 치료를 거듭했으나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론다의 장애에 대한 걱정을 그만두었을 때 큰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론다는 좋은 친구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경이로움의 원천입니다. 이 아이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할 줄 알며, 어디를 가자고 해도 기쁘게 따라 나섭니다. 무엇보다도 론다는 우리의 선생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데일과 램지의 경우처럼, ‘실제로 아이들 곁에 가서 살며,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 모습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수많은 ‘지식과 묘안’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진부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아이들에게 행복한 지금을 되돌려 주는 용기, 이것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는 아이들을 믿으면 저절로 아이들이 만들어 줄 것이다. 브루더호프 공동체 설립자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말하듯이 아이들은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우리는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교육할 자격이 없다. 우리의 입술은 부정하다. 우리의 혁신은 온 마음을 다한 것이 아이다. 우리의 정직은 부분적이다. 우리의 삶은 나뉘어 있고, 우리의 친절에는 동기가 숨어 있다. 우리는 아직 사랑 받으려는 마음과 소유욕과 이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자와 성인들만이 즉, 하나님 앞에 어린아이로서 서는 자들만이 아이들과 함께 살고 일할 자격이 있다.(136쪽) 비폭력과 무소유의 공동체, 브루더호프 브루더호프는 독일의 저명한 강사이자 작가인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종교개혁 당시 교회를 떠나 삶의 단순성과 형제애, 비폭력을 추구하던 후터파 공동체에게 영향을 받아 1920년 독일에서 시작했다. 공동체는 1930년 말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과 파라과이로 이주했고, 현재는 총 2,500명이 9개의 지역-미국에 여섯, 영국에 둘, 호주에 하나-에 흩어져 살고 있다. 각 공동체는 250~300명가량이 초대교회의 공동체 생활방식에 따라 일체의 사유재산 없이 부유하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게 살아간다. 사람들은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는다. 집안에는 거울조차 두지 않고 마을길을 오가는 이들의 얼굴에선 화장기나 화려한 옷매무새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곳에선 바깥사람들의 경쟁에 지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노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공동체의 자립을 위한 사업으로 어린이 교구 생산업체인 Company Playthings와 장애인용 가구 생산업체인 Lifton Equioment를 운영하고 있는데, 제품력이 우수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에게 유일하면서도 첫째가는 규율은 절대 남을 험담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 안에서 직접 솔직하게 말하는 것(Straight Talking In Love)”은 브루더호프의 멤버로 헌신할 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중요한 약속이다. 자신의 욕구를 포기한 빈자리를 이들은 인류애로 채워 넣는다. 브루더호프는 죄수와 마약중독자들의 교화, 사형폐지운동, 제3세계 국가들과의 교류나 봉사활동 등 사회운동에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신앙과 정신을 알리기 위한 미디어로 Plough 출판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100여종의 출판물을 발행해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잃어버린 교육 용기>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