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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othy Leigh Sayers, Dorothy L. S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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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어머니. 잘 안 들려요. 뭘 봐요? 어디서요?”
“시체라니까, 얘도 참. 욕조에서 말이야.” “뭐라고요? 아니, 아니. 아직 통화 안 끝났어요. 전화 끊지 말아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머니, 들리세요? 여보세요! 어머니! 아, 네. 죄송해요. 전화 교환수가 전화를 끊으려고 해서요. 무슨 시체인데요?” “남자 시체래. 코안경 말고는 아무것도 입은 게 없었다고 하더라. 스로그모튼 부인이 이 얘기를 하면서 어찌나 얼굴이 빨개지던지. 시골 주교관에서 살면 사람들이 그렇게 소심해지나 봐.” “거, 약간 특이한 얘기긴 하네요. 팁스 씨가 아는 사람이랍니까?” “아니, 그런 것 같진 않더라. 하지만 물론 팁스 씨가 스로그모튼 부인에게 그렇게 자세한 얘기까진 하지 않았겠지. 부인 말로는 팁스 씨도 당황해서 정신이 없는 것 같더래. 그 사람, 참 점잖은 사람인데. 경찰들이 집에 들이닥치고 그러니 정말 걱정이 되기도 하겠지.” “참 안 됐습니다! 참 곤란하겠어요. 어디 볼까, 그 사람 배터시 구에 살죠?” “그래. 퀸 캐롤라인 맨션 단지 59번지에 살지. 바로 공원 건너편이야. 병원 모퉁이 돌면 바로 나오는 큰 동네란다. 사실 네가 괜찮으면 거기 좀 들러서 우리가 뭐 해 줄 일 없냐고 물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전화했단다. 전부터 봤는데 그 청년 참 친절한 젊은이거든.” “아, 그럼요.” 피터 경은 전화를 향해 싱긋 웃었다. 공작부인은 언제나 피터경의 취미인 범죄 수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물론 부인은 드러내 놓고 말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일은 모르는 척 줄곧 점잖게 시치미를 떼고 계시고 있기는 하지만. “일이 언제 일어났답니까?” “오늘 아침 일찍 발견한 모양이야. 하지만, 물론 팁스 씨가 스로그모튼 부부에게 먼저 말할 생각은 하지 못했겠지. 부인이 우리 집에 온 건 점심 직전이야. 어찌나 기진맥진해서 왔던지 좀 더 있다가 가라고 권해 드렸지. 다행히도 나 혼자 있었단다. 나 혼자서 지루한 건 괜찮은데, 손님을 지루하게 만들기는 싫거든.” “어머니도 참! 아무튼 저한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경매에는 번터를 보내고 저는 배터시로 슬렁슬렁 가서 불쌍한 팁스 씨나 위로해 줘야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몸조심하렴.” “번터!” “네, 주인님!” “어머님이 그러시는데 배터시에 사는 점잖은 건축가가 자기 욕조에서 시체를 발견했다는군.” “참말입니까, 주인님? 정말 신명나는 일이군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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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의 영국과 귀족, 당시 유행하던 사상적 흐름에 대한 경쾌한 스케치와 더불어 작가의 문학적 기교를 한껏 발휘한 <시체는 누구?>는 세이어즈라는 거대한 세계에 내딛는 첫 발자국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데뷔작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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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 시리즈의 놀라운 성공 이후, 추리소설 시장은 풍성해졌다. 특히 영국의 경우 빅토리아 시대 말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무렵까지 “오로지 추리소설만 팔렸다”, 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추리소설은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시기, 이 시기는 훗날 추리소설 사에 있어 ‘골든 에이지 the golden age’, 추리소설의 황금기라고 불린다.
옥스퍼드 대학의 학위를 취득한 첫 여성이자 신학자, 저술가였던 도로시 L. 세이어즈는 이러한 추리소설의 황금기에 최고의 작가로 손꼽힌다. 그녀는 G. K. 체스터튼, E. C. 벤틀리, C. S. 루이스, T. S. 엘리엇, J. R. R. 톨킨 등 당대 작가들과 교류하며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세이어즈라는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역시 추리소설이다. 1923년 발표된 <시체는 누구?> 이후 장장 15년 동안 지속됐던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고전 추리소설의 특징을 잘 나타내면서 문학적으로 고양돼 있어 훗날 평단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도로시 L. 세이어즈의 강력한 라이벌은 1970년대까지 활동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였다. 세이어즈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추리소설을 쓰지 않고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등 신학 연구에 매진하지 않았다면 아마 ‘범죄의 여왕’이라는 호칭은 그녀가 차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로시 L. 세이어즈의 페르소나 피터 윔지 경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탐정 중 한 명이다. 다소 불우했던 작가의 사생활이 투영된 만큼, 그는 어떤 여성이라도 빠질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윔지 경은 호기심 많고 지혜로우며 호탕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데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측은한 모습도 보여 준다.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영국 BBC에서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등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됐다. 덴버 공작 가의 둘째 아들로, 서적 애호가이자 범죄 수사가 취미인 이 매력적인 탐정은 <시체는 누구?>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왓슨 격인 하인 번터와 함께 다소 요란스럽게 독자 앞에 등장한다. 건축가의 집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 하지만 기이하게도 시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고 황금 코안경 하나만 코 위에 얹혀 있다. 여기에 부유한 유태인 사업가의 실종이 함께 얽히면서, 피터 윔지 경은 취미 생활이라도 만끽하는 듯 수사를 시작한다. <시체는 누구?>는 기이한 범죄, 논리적 추리, 뜻밖의 결론이라는 황금기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세이어즈는 사회상과 사상의 흐름을 가장 인기 있던 장르 속에서 탁월한 문학적 기교로 빚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