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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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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守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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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로 접근한 본격 이슬람 문명 개설서
--- 허순용(sellavy@yes24.com)
YES24 편집자들은 매일 신간 테이블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착하는 많은 책을 인수한다. 대부분 공들여 만든 책이지만 수십, 수백권의 책 사이에서 특별하게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편집자들은 늘 산삼을 캐는 심마니처럼 뭔가 '물건'이 없나하고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하핫! 그런데 오늘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찾은 것이다. "심봤다!"
저자 정수일은 이미 잘 알려진 분이다. 고정간첩으로 활동했고, 체포되어 감옥에 갔으며, 옥중에서 엄청난 수준의 연구를 정리하여 『실크로드학』과 『고대문명교류사』를 쓴 사람, 국내 최초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번역한 사람, 한마디로 그는 이슬람권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학자인 것이다. 9.11이 일어나고 난 뒤 이슬람 관계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쓴 책을 번역한 것, 세미 클래식 수준의 여행기나 관찰기,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에서 쓴 이슬람 관련서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 책들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 이슬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긴 했지만, 질적으로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 책은 이슬람을 하나의 '문명'으로 간주하고 그 총체성에 접근하려 한 국내 최초의 이슬람 문명 입문서라 할만하다. 하나의 문명을 문명으로 다룬다 함은 그 문명의 역사와 생활 양식, 사회구조 등 모든 것을 전체적인 좌표 속에서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이슬람'과 '아랍'과 '중동'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거나, '이슬람이 곧 이슬람교'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은 섣부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합일된 생활양식'으로서의 이슬람 문명이라는 근본적이면서도 당연한 전제를 가지고, 이슬람 신앙체계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생활문화, 학문, 예술, 사회운동 등을 주제별로 다루었다. 이렇게 이슬람 문명이라는 복합문명체의 범주와 내용을 규범화하는데 있어, 이슬람이라는 연구대상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문명교류사 및 '문명' 자체에 대한 학문적 방법론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정수일은 이 작업의 최적임자이며, 이 책은 이슬람 문명에 대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최초의 저작이라 칭할만한 것이다. 책은 총13개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목차를 보면 구성의 요령과 서술 방향을 알 수 있다. 문장은 평이하지만 정확하고, 단호하지만 교만하지 않다. 약 110컷의 생생한 화보가 글을 보충하고, 장의 말미에는 간단한 참고문헌이 붙어있다. 이 책은 내용은 물론 훌륭하지만 책 자체도 아라베스크처럼 아름답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우리와 다른 한 존재의 깊이와 다양함을 배우고, 대상을 탐구해 들어가는 학문의 숭고함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은 멋진 일이 아닐 수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