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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자유롭게 쓰는데도 무대에서는 말을 할 수 없는데, 어설프기 그지없는 아랍어로 어떻게 내가 소리를 내뱉겠나? --- p.051
내 목소리는 잔뜩 움츠러든 채 내 폐 속에 붙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모두가 바라보는 무대 위에서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할 것이다. --- p.054 수진이란 이름에 보물이라는 뜻이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면서. 그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 나는 수진이의 열한 살 생일 때 보물 상자 모양 은빛 목걸이를 선물했다. 그때 이후로 수진이는 그 목걸이를 매일 하고 다녔는데, 이름을 바꾸고 나면 어떨지 알 수 없다. --- p.065 음악은 이슬람에서 금지된 것이야. 시간 낭비일 뿐이고, 어디에도 이롭지 않다고. --- p.105 갑자기 행복이 차오른 나는 온 힘을 다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 p.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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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도 이슬람 안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미나,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었던 ‘이도 저도 아닌 나’의 이야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언제나, 어디서나. 하지만 아미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뿌리인 이슬람 문화 안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정확히 말해 존중받지 못한다. 그래서 아미나는 몹시 혼란스럽다. 그리고 자꾸만 움츠러든다. 아미나는 자기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백인, 흑인들과는 다른 피부색의 파키스탄계 황인이자 미국 시민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또래 사춘기 소녀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사랑스러운 중학생으로서. 주변 사람들은 이런 아미나의 마음을 모르는지, 모든 게 아미나의 잘못인 것처럼 꾸짖고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만 같다. 그래서 아미나는 자꾸 움츠러들었다. 목소리를 감추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계속 숨었다. 세상 누구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것 같고,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이도 저도 아닌 내가 되어 버린 기분.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단지 아미나가 사춘기 소녀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익숙한 차별에 속아 나 자신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차별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슬람 혐오가 깊게 자리 잡은 서양 문화권에서 ‘무슬림’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 말할 것도 없다. 아미나는 어느새 차별과 비난을 받는 일이 당연해졌고,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조차 잊고 살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인종 차별 발언을 하며 깔아뭉갤 때,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영혼의 단짝처럼 지내 온 한국인 이민자 수진이가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며 이름을 수전(Susan)으로 바꿀 것이라고 할 때, 큰아버지가 음악은 이슬람에서 금지된 것이고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할 때도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남의 목소리를 듣느라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아미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세상이지만, 아미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남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속에 있는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듣고, 크게 내야 한다는 것을! 불안해도 괜찮아, 누구나 불안하니까 아미나는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갇힌 기분이다. 또래 친구가 곧 인생의 전부인 중학생 소녀 아미나에게 우정에 금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릴 때부터 의지하던 친구인 한국인 이민자 수진이가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미국식 이름 ‘수전’으로 바꾸겠다는 말에도 괜히 서운하고, 같은 반 아이 에밀리와 부쩍 친하게 지내자 불안해진다. 에밀리는 그동안 줄리란 아이 곁에 착 붙어 김치를 싸 온 수진이에게 냄새난다고 조롱하고, 수진이네 부모님이 레스토랑에서 개고기를 판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등 아미나와 수진이에게 못되게 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진이는 에밀리가 ‘그리 나쁘지 않은 아이’라며 아미나도 친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게다가 실수로 에밀리와 오해가 생기자, 수진이는 아미나를 외면한다. 가뜩이나 심란한 아미나는 오랜만에 만난 보수적인 큰아버지가 자신을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사람 취급하자 더 혼란을 느끼고 절망한다. 사춘기라 그런 걸까? 질풍노도의 시기라서? 사실 아미나가 느끼는 불안감은 우리 모두의 불안이기도 하다. 어쩌면 불안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기에 우리 모두 아미나를, 그리고 나 자신을 다독여야 할 것이다. 불안해도 괜찮다고, 누구나 불안하니까. 그리고 그 불안과 절망의 끝에서 비로소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