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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사유하는 법을 배울 마음의 준비
1. 철학을 향한 먼 길 대담을 하기 전에 질문의 시작, 앎의 시작 교회와 신앙, 그리고 개혁파 신학에서 철학으로 2. 루뱅과 암스테르담 루뱅의 학풍과 스승들 신앙인으로서 철학을 한다는 것 칸트적인 나라, 네덜란드 3. 소크라테스, 철학의 화신 철학, 그리스적인 것? 무지의 지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 논증으로서의 철학: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퇴계와 율곡은 철학자인가? 지혜의 사랑, 사랑의 지혜 4. 근대와 개인의 탄생 르네상스 휴머니즘과 종교개혁 자연과 자유, 주체의 탄생 데카르트, 양면성의 철학 스피노자와 아인슈타인 5. 칸트, 그리고 철학의 소명 도이여베르트의 경우 칸트와의 만남 '도식과 상징', 칸트의 도식론 연구 하나의 이상으로서의 철학자 덕과 행복의 문제 칸트의 이성은 '최소 이성' 철학자의 소명 6. 타자의 발견과 윤리적 전회 포스트모던의 문제 푸코, 라캉 그리고 하이데거 과학적 지식과 방법론의 문제 '겸손한 주체'의 등장, 레비나스 윤리적 전회: 장-뤽 마리옹, 미셸 앙리 마이클 폴라니, 진지한 응답으로서의 과학 수동성과 능동성 나서며: 말할 수록 또렷해지는, 철학의 모습 강영안 주요 논저 목록 더 읽거나 참고할 책 찾아보기 |
姜榮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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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 스승 강영안에게 '20년 만에 철학을 다시 묻다'
20년 만에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제자가 스승을 찾았다. 물론 제자는 그 옛날 강의실에서 눈빛 반짝이던 청년이 아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지 않는 나이不惑의 그가, 생각이 원숙하여 어떤 말을 들으면 곧 그 이치를 깨닫는耳順 경지에 이른 스승에게 다.시. 묻는다.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부를 마치고 막 강단에 선 젊은 교수와 그의 강의를 귀 기울여 듣던 제자. 꼼꼼히 적은 공책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시로 펼쳐보는 건 아니다. 다만, 방을 정리하거나 이사를 할 때 슬쩍 들춰보고 잠시 추억에 잠기곤 한다. 제자 표정훈은 스승의 강의를 이렇게 기억한다. “철학자 강영안의 강의를 접하고 나는 철학사 공부의 맥이랄까, 그런 것을 비로소 붙잡을 수 있었다. 하나의 철학적 주제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철학의 역사를 통해 사뭇 다채로우면서도 하나의 큰 줄기로 이어지는 모습. 고대 그리스에서 싹튼 철학적 개념이 시대를 달리하면서 어떠한 문제의식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며, 또한 그러면서도 철학적 개념의 뿌리가 어떻게 보전되어 왔는지. 철학사의 한 시대가 사유의 중추로 삼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의식과 그 배경이 무엇인지. 물론 이런 것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이해했다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나는 철학자 강영안을 통해 ‘사유하는 법을 배울 마음의 준비’를 어설프게나마 갖출 수 있었다.” 대부분 그러하듯 ‘사유하는 법을 배울 마음의 준비’를 갖출 무렵, 그도 대학을 졸업해 배움에서 멀어졌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철학 공부에 대한 ‘미련’이 가슴속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에게 철학이란 마치 사냥꾼이 오랫동안 총구를 청소하지 않아 녹슨 총을 벽난로 위에 장식용으로 걸어두고 가끔 대단했던 사냥철을 추억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그가 다시 총을 집어 들고 철학의 숲으로 뚜벅뚜벅 들어선다. 사냥을 쉬는 동안, 세월은 그에게 전보다 날카로운 눈과 풍부한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철학을 ‘노년의 학문’이라 일컫는 이유도 이런 시간의 선물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게다. 그렇게 20년 만에 스승 강영안과 마주앉았다. 원전 독해를 위해 10개 국어를 익힌 철학자, 강영안 강영안은 여타의 철학자들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려신학대학을 2년 만에 중퇴하고 네덜란드에서 신학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네덜란드어를 배운다. 군생활을 하면서 독일어 원서로 된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본격적으로 철학의 길에 들어선다. 보초를 서면서도 철학책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사랑의 열병’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그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장차 지도교수가 될 반 퍼슨Cornelis Antonie Van Peursen 교수와 군사우편을 주고받았고, 말년 병장 때는 그의 철학책을 번역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그가 철학을 마주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강영안은 직접 원전을 읽지 않은 철학자에 대해서는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도 배우는 이들이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강영안 자신이 일차 텍스트를 붙들고 씨름한 지적知的 고투의 과정이 강의를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에 충실하다 보니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중국어, 일본어 뿐 아니라 고대어인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산스크리트어로 된 원전을 찾아 읽는다. 그는 원전을 읽기 위해, 먼저 문법책을 집어드는 철학자다. 소크라테스와 칸트 그리고 타자와 윤리 두 사람의 대화는 질문 속에 답, 답 속에 또 다른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강영안과 표정훈은 고대 그리스철학과 중세 기독교철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데카르트와 칸트로 대표되는 근대철학으로 연결되었으며, 현대철학에서는 어떻게 분화하는지 이야기한다. 철학의 흐름을 개괄하는 데서 더 나아가 두 사람은 ‘생生의 철학’에 무게중심을 두고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스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철학의 줄기가 종교적?규범적으로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삶과 직접 연결된 철학을 모색하여 객관적 사실에 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과학철학의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 현대 기독교를 철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장-뤽 마리옹Jean-Luc Marion 등 주목해야 할 동시대의 철학자들도 비중 있게 다룬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형이상학적인 원리들의 나열이 아닌 우리 생의 윤리적 판단 근거로 바로 서는 철학을 만나게 된다. 처세와 속도, 정보와 쓸모에 마음을 빼앗긴 현대인에게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이 짧은 질문은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 답하는 철학에 다가설 수 있는 울림인 동시에, 이 시대의 판단의 근거로서의 철학을 곧추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서재 한 구석에 고이 간직해 둔 대학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생생한 젊음의 활력을 일깨워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