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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는 인간 본능을 해부한 심리극이기도 하지만 근대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불거진 제반 문제점을 그려낸 사회극으로서의 면모 또한 갖고 있다. 영화 평론가 김영진은 '하녀'를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심리극이자 사회극'으로 규정짓고 김기영이 ;개인의 심리와 사회적 환경을 동시에 접수하면서.... 근대화의 사회 모델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에 억눌려 쩔쩔매는 사람들의 욕망을 난폭한 방식으로 묘사했다'라고 평하고 있다.
김영진이 말한 근대화의 사회모델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에 억눌려 쩔쩔매는 사람들의 욕망은 '하녀'의 세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우선 식모의 경우를 보자. 자본주의화, 도시화가 가속화되던 1960년대 초는 시골의 젊은 여성들이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상경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공장이 별로 없던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식모나 버스차장, 그리고 창녀였다. '하녀'의 식모도 이런 틈바구니 속에 끼어 있었고 하층 계급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녀가 김 선생을 유혹했던 것은 계급상승의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실 식모는 근대화의 희생양이었다. 그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장 약하고 착취당하기 쉬운 대상이었다. 그러나 중산층 가정에 눈을 돌린 김기영은 식모를 중산층 가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았고 그것은 중산층 부인들의 인식과 맞닿아 있었다. 부인들은 식모가 하층계급 중 다른 누구보다 지척에 있는, 자신의 남편을 유혹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녀'가 상영되던 때, 극장에 영화를 보러 온 부인들이 '저 년 죽여라'고 고함을 질렀다는 일화는 그들의 불안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말해 준다. --- p.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