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머리말 무덤 속의 한국문학
2. 방현석 '80년대 리얼리즘 소설의 총아' 3. 정운현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단지 '과거'가 아니다" 4. 이강림 에로영화계 마술사의 꿈과 현실 5. 김정란 문언유착에 도전한 시인 - 강준만 6. 권성우 비판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 강준만 7. 정과리 "조선일본"를 위한 변명? - 강준만 8. 양귀자 '글쓰기 윤리'에 대해 - 강준만 9. 앙드레말로 "행동하려면 지식인보다는 장관이 낫다" - 강준만 10. 오엔 겐자부로 정치적 작가, 그 분열의 초상 - 고훈우 11. 김현, 뜨거운 상징으로서의 문학, 그리고 공감의 비평 - 이휘현 12. 테네시 윌리엄스 '테네시'라는 이름의 전차 - 이휘현 13. 김기덕 충무로를 엄습하는 게릴라 혹은 소나기? - 최을영 |
康俊晩
강준만의 다른 상품
康俊晩
강준만의 다른 상품
|
1994년 여름은 매일 최고 기온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유난히 무더웠다. 한 시인의 말을 훔치자면, "철근이 목장갑에 칙칙 달라붙는"것이 예사인 더위가 계속됐다. 태평양 기단이 잉태한 호전적인 그 열기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가을의 신선한 진군마저 패퇴시키고, 여름의 눈금을 한 자나 늘리는 듯하며 그 해 10월이 끝날 때까지 위용을 자랑했다.
이웃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벌어지고 있던 아시안 게임은 한국의 대기열을 데우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여자 배구의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을 시작으로 해서 마라톤과 축구, 그리고 여자 농구, 유도에 이르기까지 한국 선수들은 라이벌인 일본을 대상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다. 경기장에서 승리의 태극기가 너푼거릴 때마다 일본에 대한 사람들의 열띤 복수와 보복의 쾌감은 어깨를 부딪혀가며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고, 그것은 누그러지던 여름의 여신에 풀무질을 해댔다. 삐쭉삐쭉 일본을 향한 숱한 반일감정의 전신주와 그 사이를 굳건히 잇고 있는 민족적 연대감이라는 전기줄을 따라 그 해의 열기는 그렇게 지속되고 있었다. 그 해, 10월 13일 오에 겐자부로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사반세기 만에 일본의 또 한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한국의 가을은 다시 한 번 지체됐다. 얼치기 민족주의자들은 수상자의 국적이 일본이라는 데 신경질을 부리고, 그도 모자라 엉뚱하게도 한국 문학의 누추함을 운운하며 우스꽝스러운 비분강개를 늘어놓았다. 노벨문학상에 사족을 못 쓰는 언론을 위시한 학계는 군더더기에 불과한 상찬을 하느라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고, 이에 발맞춰 서점가에서는 오에 겐자부로 열풍이 불었다. ---pp.251~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