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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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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candy@yes24.com)
하는 행동마다 다 마음에 안 들어 매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미치도록 싫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부끄럽고 하찮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 형이고 오빠며 동생이다. 하지만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짠,하고 나타나 힘이 되어주어, 그 사이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고 진한 끈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는 사이가 또한 형제자매간일 것이다. 물론 얼마 지나면 또 티격태격대겠지만.
어느 마을의 오빠와 여동생. 여동생은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하고 오빠는 커다란 별이 세 개 있는 유치한 티셔츠를 입는다. 둘은 비슷한 데가 하나도 없다. 동생은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며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오빠는 밖에서 뒹굴며 뛰어놀기를 좋아한다. 둘은 날마다 얼굴만 마주치면 다툰다. 어느 날 아침, 보다 못해 화를 낸 엄마는 “둘이 같이 나가서 사이좋게 놀다 와! 점심 때까지 들어오지 마”라고 말한다. 억지로 함께 나간 오빠와 동생은 우연히 터널을 발견한다. 그리고 오빠는 혼자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깜깜한 밤을 너무너무 무서워”하는 겁 많은 동생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가 나오지 않아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하지만 동생은 오빠를 찾기 위해 “컴컴하고” ”축축하고” ”미끈거리고” “으스스”한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터널 밖에는 숲이 있다. 갈수록 컴컴해지고 울창해지는 숲 역시 너무 무서워 동생은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오빠 걱정 때문에 동생은 뛰기 시작한다. 동생은 돌처럼 굳어버린 오빠를 찾게 된다. 동생은 자기가 너무 늦게 와 오빠가 돌이 된 것 같아 오빠를 와락 껴안고 운다. 그러자 돌은 조금씩 부드럽고 따스해지더니 다시 오빠가 되었다. 오빠는 반갑게 말한다. “로즈! 네가 와 줄 줄 알았어.” 오빠와 동생은 다시 깊은 숲을 지나고 작은 숲을 거쳐,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온다. 이번에는 둘이서 함께. 터널을 지나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 이제 오빠와 동생 사이에는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감정의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고릴라』 『미술관에 간 윌리』 『돼지책』 등으로 이미 국내에 많은 독자를 갖게 된 앤서니 브라운은 『터널』을 통해 서로 미워하고 싸울지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를 아끼는, 아니 아낄 수밖에 없는 동기간을 그리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글도 아름답지만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 보고 있는 책까지 치밀하게 묘사하는 극사실주의와 인물이 느끼는 정서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하는 판타스틱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거기다 옷걸이에 걸려진 코트를 늑대 모양으로, 벽의 스위치를 얼굴 모양으로 그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유머까지 있는 그림책이다. |
둘은 얼굴만 마주치면 티격태격 다투었어요.
언제나 말이에요. 어느 날 아침, 엄마가 보다 못해 화를 냈어요. "둘이 같이 나가서 사이좋게 놀다 와! 점심때까지 들어오지 마." 하지만 오빠는 동생이랑 같이 놀기 싫었어요. 둘은 쓰레기장으로 갔어요. 오빠가 투덜거렸어요. "왜 따라왔어?" 동생이 말했어요. "누가 오고 싶어서 왔어? 나도 이렇게 끔찍한 데 오기 싫어. 너무 무섭단 말이야." 오빠가 놀렸어요. "어휴, 겁쟁이! 뭐든지 무섭대." 오빠는 혼자서 여기저기 살피러 다녔어요. 조금 있다가 오빠가 큰 소리로 불렀어요. "야! 이리 와 봐!" 동생은 조심스레 오빠가 있는 데로 다가갔어요. "이것 봐! 터널이야. 저 끝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 "시, 싫어. 마녀가 있을지도 몰라 ……. 아니면 괴물이……. 터널 속에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 오빠는 동생을 비웃었어요. "징징거리지 좀 마, 어린애처럼." 동생은 영 내키지 않았어요. "엄마가 점심때까지 오랬는데……. " --- pp.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