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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 B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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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제각각 단절되어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의 흥미진진한 블랙코미디 이름만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소설처럼 탄탄한 구조 속에 완벽한 여운을 만들어낸다는 평을 듣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한껏 풍기며 독자들을 동물원 관람에 동참시키지요. 온기라고는 없는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대조적으로 묘사되는 가족의 모습과 동물원 동물들은 인간이 동물을 취급하는 어두운 진실을 바라보게 하면서 마음을 동요시킵니다. 동물들은 하릴없이 왔다 갔다 하고, 냄새 나는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싸우기도 합니다. 우리에 갇혀 그저 구경꾼들의 시선을 받아내야 하는 동물들. 생명을 가두고 구경거리로 만든 인간의 비윤리적 행태가 글 속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동물들의 생기 없는 모습, 지겨움과 두려움, 슬픔은 그림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며, 인간과 동물 양쪽 모두의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어 갑니다. 인간 구경꾼들은 고함을 지르고 우리를 두드리면서 야만적인 모습으로 동물들을 구경합니다. 과연 사람에게 동물원은 재미있는 곳일까요? 가족의 표정을 보면 아닌 것 같습니다. 엄마는 늘 주눅 들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아빠는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을 던지며 본인 뜻을 따르기만 강요합니다. 나와 동생은 배고픔을 참으면서 동물원을 돌아다니고 지루함을 못 이겨 싸우기도 하지요. ‘동물원’이라는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지만 ‘인간’과 ‘동물’은, 그리고 나의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단절되어 있습니다. 자기 아닌 다른 존재의 생각과 반응을 살필 여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들지 않는 공간 ‘동물원’. 《동물원》은 자유를 빼앗긴 동물,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공감’과 ‘이해’의 깊은 의미를 말하고 있습니다. 극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세밀하고 위트 있는 묘사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 병원에서 의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수술 부위나 인체 해부도를 세밀하게 그리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불리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한다는 평을 받지요.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동물 우리, 털 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오랑우탄과 고릴라의 모습, 생기 없는 동물의 미묘한 표정 등 실감 나게 그려진 장면이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초현실주의 화풍은 이야기에 재치를 더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분위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차가 막히는 교통지옥에 갇힌 사람들의 얼굴이 동물로 그려지고, 동물원에 들어선 사람들이 반쯤은 동물의 얼굴을 하고서는 입장권을 끊지요. 화난 아빠의 얼굴 양옆으로는 구름이 뿔처럼 놓여 있고요. 특히 고릴라가 허공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클로즈업 장면은 독자가 동물원 우리 너머로 고릴라를 들여다보는 듯 느끼게 하지만, 거꾸로 창살 안에 갇힌 사람을 고릴라가 쳐다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날 밤, 나의 꿈과 맞물려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이지요. 동물과 사람의 관계가 역전된다면, 동물들은 우리 안에 갇힌 인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동물을 위해, 인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