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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아마레
문형렬
나무옆의자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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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위 up
아래 down
매혹 charm
낯섦 strange
바닥 bottom
절정 top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문형렬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198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19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바다로 가는 자전거』 『눈먼 사랑』 『연적』 『어느 이등병의 편지』 『굿바이 아마레』, 시집 『꿈에 보는 폭설』 『해가 지면 울고 싶다』 외 다수가 있다. 2012년 현진건 문학상을 받았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50g | 130*195*14mm
ISBN13
9791186748695

책 속으로

“세이렌이 내게 가르쳐주었지. 잊히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닿을 수 없는 것, 만져지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와 동시에 사라지지 않고 떠나지 않는 것도 사랑이 아니라고.” --- p.39

“관능의 개념 말인가요? 뭐 쉽지요. 스스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그다음으로는 자체 개념을 조작하지 않는 것이지요. 즉 추함, 어리석음까지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관능이지요. 소멸에 저항하는 가장 결정적인 태도가 바로 관능이지요. 사랑은 늙어가도 관능은 늙지 않아요!” --- p.67

나는 자주 그들이 만나는 자리에 같이 있곤 했다. 그가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플로라는 골반뼈에서 일어나는 통증 때문에 의자에 앉을 수가 없었다. 찻집에서 그와 나는 대각선으로 보며 앉고 그녀는 내 옆에서 무릎을 꿇고 그를 마주 보았다. 그들은 창가 쪽에 앉았고 나는 플로라 곁에 앉아 무릎을 꿇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가려주고 싶었다. 찻집의 다른 손님들이 보면 그녀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러 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 p.96

“(…) 플로라의 얼굴, 플로라의 목소리는 오직 나를 구원처럼 바라보고 있어. 그게 잘못된 일일까?
신이 우리에게 존재함은 인간의 사랑을 통해서가 아닐까? 물론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 홀로 신 앞에 서야 하는 길임을,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길임을 잘 알아. 나는 그 길을 피하려 하지도 않아.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내가 만난 그리움과 나를 부르는 그 외침을 외면할 수가 없어.” --- p.119

그는 고통에 가득 찬 얼굴로 눈을 뜨고 있었다. 군복 위에 검은 수단을 입고 누운 가슴께에는 그의 심장에서 솟구쳐 나온 피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 바람에 그는 검붉은 장미꽃 다발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녀가 그를 지켜줄 것이라고 했던 검은 수단을 입고 그는 자신의 심장을 쏘았던 것이다. --- p.175~176

“그러나 위험 없는 열정이 어디 있겠나. 세이렌이 그러더군. 열정(passion)의 어원은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고난, 즉 파시오니스(Passionis)에서 비롯되었다고. 따라서 열정은 고난을 품고 있다고. 내게는 그 열정이 망명의 길이지.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도 떠나고 싶을 뿐이네. 그것이 나의 파시오니스, 바로 나를 구성하는 개념이며 본질이겠지. 내 존재의 망명이라고 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겠나.”

--- p.195

출판사 리뷰

“소멸에 저항하는 가장 결정적인 태도가 바로 관능이지요.”

금융전문가인 나는 보스의 지시에 따라 네덜란드 현지 지사의 경영 상태를 감사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그리고 감사를 마치고 귀국을 하루 앞둔 날, 지사장의 손에 이끌려 ‘아마레’라는 카페에 가게 된다. 그곳은 평범한 카페가 아니다. 손님들은 벌거벗고 있고, 마리화나와 섹스가 난무한다.
뉴욕 월 스트리트 근무 시절부터 알았던 지사장 역시 평소의 단정하고 빈틈없는 모습과는 다르게, 그 안에서는 민망한 부위만 아인슈타인 가면으로 가리고 거의 나체의 모습으로 등장해 관능과 퇴폐의 끝을 즐긴다. 그리고 나에게도 즐기라고 부추긴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다만 이렇게만 말하면서.
“걱정하지 말아.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아. 나 자신도 나를 기억하지 않네. 여기 우리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서로 관심이 없어. 막막한 자유만 있어. 저 창밖의 내일을 견디기 위해서 나는 아마레를 찾아오곤 했지. 나를 견디기 위해서. 여기서는 아무도 상대에 대해서 묻지 않아. 스스로 말할 뿐이지. 우린 언제나 우아하지 않았나? 고귀했지. 여기에는 또 다른 현실과 또 다른 방식의 우아함과 절망적일 정도의 자유와 아름다움이 있지. 내일의 안락함, 평화, 희망 이런 것 따위에 더 이상 혹사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네.”
홀린 듯 그 카페의 여주인 세이렌의 관능에 취한 나는, 얼마 전 네덜란드까지 오는 길에 들른 파리에서 만난 보스의 딸 미레가 들려준 말도 떠올리게 된다.
“소멸에 저항하는 가장 결정적인 태도가 바로 관능이지요. 사랑은 늙어가도 관능은 늙지 않아요!”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나는, 어제 간 카페의 이름인 ‘아마레’라는 단어의 뜻을 예전에 누군가 설명해준 적이 있음을 떠올린다.

“아마레, 사랑한다는 뜻의 이 라틴어는 비통하다, 쓰디쓰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

이렇게 말해준 사람은 십 년 전에 죽은 옛 친구 한수명이다. 서인애라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과 신부가 되고자 하는 신심 사이에서 갈등했던 순수한 인물.
관능의 극치를 경험했던 카페의 이름 ‘아마레’의 뜻을 자신에게 들려준 사람이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추구했던 한수명임을 기억해내며, 나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 후 기억 저편에 묻어둔 한수명과 서인애의 사연을 떠올린다.
나의 고향 친구이자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한수명은 사춘기 시절 성당 교리반에서 서인애를 알게 되자마자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한수명은 대학을 영문학과로 진학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이던 서인애에게 악성골수종양이 발병하자 학교를 관두고 다시 신학대학에 들어간다. 그것은 신부가 되어 신에게 자신을 바치면 신이 서인애의 병을 낫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희망에 신은 응답하지 않겠다는 듯 서인애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가고, 그럴수록 한수명은 신에게보다 서인애에게 더 기우는 자신을 깨달으며 스스로를 환멸하기도 하고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나는 이런 한수명과 서인애의 사연을 추억하며 한수명으로 대표되는 사랑의 순수성을 떠올리는 한편, 미레가 말한 존재의 한계성에 저항하는 사랑의 관능성을 동시에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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