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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처음 본 태극기 똥지게를 진 아이 어두운 그림자 떠나가는 사람들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신의주에서 보내는 나날들 대들보가 무너지듯 상하이로 가는 길 충칭의 독립지사 뜻밖의 만남 다시 햇살을 보다 |
李圭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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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태극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태극무늬를 중심으로 네 귀퉁이마다 검은 막대가 그려진 모습이었다.
‘태극기, 우리나라 국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극기를 본 해주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함께 가슴이 떨려 왔다. 태극기를 자랑스레 드러내면 안 된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 p.25 주인어른은 성냥 한 개비를 꺼내 칙 불을 켜고는 손에 들고 있던 누런 서류 뭉치에 불을 붙였다. 낡은 서류는 불길이 닿자마자 하르르 타들어 갔다. “잘 보게. 이건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자네들의 노비 문서네. 자네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지녀 오던 서류지. 하지만 이제 다 태워 버렸으니 자네들은 더는 노비가 아니라 자유의 몸이라네!” --- p.61 스즈키에 이어서 여러 경찰이 돌아가며 해주를 고문하였다. 일본 경찰은 해주를 거꾸로 매달아 놓고 매질을 하고, 물이 담긴 양동이에 머리를 처넣었다. 해주는 반항할 기운은커녕 비명 지를 기운도 없었다. 온몸이 찢어지고 멍들고 마비가 되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고문이 끝난 뒤 일본군은 해주를 감옥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 p.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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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태극기도 몰랐던 해주는
어쩌다 독립군 소녀가 되었을까요? 이 대감댁 머슴의 딸로 태어난 해주는 분희 언니랑 장에 가는 게 유일한 낙인 열두 살 소녀입니다. 어느 날, 해주는 분희 언니와 함께 건어물을 사러 나왔다가 경성역에서 일장기를 들고 팔락이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젊은 군인들도 잔뜩 있었지요. 그 무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 끌려가는 조선인 청년들의 출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해주는 그저 많은 사람과 경쾌한 노래에 신이 났지요. 일장기를 팔락이며 집으로 돌아온 해주는 문지방을 넘자마자 주인어른의 불호령을 듣습니다. 일장기를 든 게 왜 나쁜 일인지 모르는 해주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지요. 주인어른은 해주를 달래며 조심스럽게 분희와 해주에게 태극기를 보여주셨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태극기는 해주의 가슴을 떨리게 했지요. 그리고 태극기를 자랑스레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펐습니다. 해주에게 이렇게 태극기를 보여 준 주인어른은 독립운동을 뒤에서 열심히 돕는 이시창 어른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감시가 심해져 도움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요. 그때 해주가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일본의 감시가 소홀하다는 틈을 타 해주가 편지를 전해 주게 되었지요. 해주의 첫 번째 독립운동이었어요. 벌벌 떨리는 가슴을 안고, 무사히 편지를 전달한 해주는 가슴 깊이 올라오는 분노에 두근거렸습니다. 왜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이렇게 고통 받아야하지? 조선말을 쓰고 조선 노래를 부르는 조선인으로는 편히 살 수는 없는 걸까? 라면서요. 해주는 처음으로 조선인으로 독립을 간절히 소망하였습니다. 과연 독립군 소녀 해주는 앞으로 또 어떻게 독립운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