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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ste 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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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1977년 5월 3일 오전 6시 30분에 그들이 아는 것은 조금도 사악하지 않은 사실-리디아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사실-뿐이었다. 언제나처럼, 리디아의 시리얼 그릇 옆에는 엄마가 놓아둔 잘 깎은 연필과 여섯 문제에 작게 표시를 해둔 물리 숙제가 놓여 있었다. --- p.9 언니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한나는 잠시 생각했다. 언니가 없다면 한나는, 식탁에서 가장 좋은 의자에 앉을 수 있을 거다. 마당의 라일락 덤불이 보이는 창문도 한나 차지가 될 테고, 누구의 방이든 쉽게 갈 수 있는 아래층 큰 방도 한나 것이 될 거다. 저녁밥을 먹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접시에서 감자를 덜어낼 수 있겠지. 아빠의 농담도, 오빠의 비밀도, 엄마의 미소도 모두 한나 차지가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실루엣은 찻길에 도달했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한나는 조금 전에 자기가 무얼 봤다는 사실조차 의심스러워졌다. --- p.39 집에서 메릴린이 한 일은, 분노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르는 채로 리디아의 방에 간 것이다. 경찰들이 내비친 암시들을 종합해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리디아와 함께 배를 탄 사람은 없습니다. 리디아는 외로운 아이였습니까? 제임스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 리디아는, 언제나 웃었고, 늘 뭔가를 하겠다고 했는걸. 당연하지, 엄마. 나는 좋아, 엄마. 리디아가 스스로도 할 수 있는 걸 메릴린이 말해준 이유는, 리디아가 그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p.168 너희 잘못이 아냐, 아빠는 그렇게 말했지만, 리디아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우리가, 리디아와 네스가 잘못한 게 분명했다. 두 아이가 엄마를 화나게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두 아이는 엄마가 원했던 아이가 아니었던 거다. 눈에 맺힌 눈물 때문에 요리책의 씨들이 뿌옇게 보였다. 리디아는 맹세했다. 엄마가 집에 돌아와서 우유를 다 먹으라고 말하면, 다 먹을 거야. 리디아는 양치질도 아무 소리 없이 잘할 거고,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놓을 때도 울지 않을 거야. 엄마가 불을 끄면 곧바로 잘 거고, 다시는 아프지 않을 거야. 엄마가 하라는 건 모두 할 거야. 엄마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거야. --- p.192 그리고-마지못해 그들 우주의 중심이 된-리디아 자신은, 매일같이 세상을 한데 뭉치고 있었다. 리디아는 부모의 꿈을 흡수한 채 내부에서 솟아나오려는 거부반응을 조용히 억눌렀다. 수년이 흘렀고, 존슨이, 닉슨이, 포드가 대통령이 됐다가 그만뒀다. 리디아는 가냘픈 아가씨로 자랐고 네스는 키가 커졌다. 엄마의 눈가에는 주름살이 잡혔고 아빠의 관자놀이에는 흰머리가 자랐다. 리디아는 부모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심지어 부모가 요구하지 않을 때도 알았다. 매번 그 일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교환해야 하는 작은 거래 같았다. 그래서 여름마다 대수를 공부했고, 드레스를 입고 신입생 댄스파티에 갔고, 대학에서 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여름 내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모두 말이다.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 p.224 전화기가 덜컥거릴 정도로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 네스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경찰들은 네스가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네스는 알고 있었다. 뭔가가 있다고, 잭은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잭이야말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라고, 네스는 믿었다. 하지만 경찰이 네스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부모님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 더구나 아빠는 요즘엔 거의 집에서 볼 수 없었고, 엄마는 다시 리디아의 방에 갇혀버렸다. 벽 너머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처럼 걸어다니는 엄마의 발소리가 들렸고, 방문에서는 한나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스는 음악을 틀었다. 엄마의 발소리가, 한나의 노크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소리를 더 크게, 더 크게 높였다. 훗날 그들 가운데 누구도 이 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흐릿한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 이 날의 일들은 그 다음날 일어날 일에 가려 희미해져버렸다. --- p.291 리디아는 손가락으로 벨벳 상자의 주름을 문질렀다. 아빠는 누구나 하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우리 딸이 댄스파티에 가다니, 정말 기쁘다. 댄스파티는 누구나 가는 거잖아. 그렇게 하니까 정말 예쁘다, 리디. 요즘은 누구나 그렇게 머리를 기르잖아, 안 그러니? 심지어 리디아가 웃을 때도 아빠는 넌 더 웃어야 해. 누구나 너처럼 활짝 웃는 여자애를 좋아한단다, 라고 말했다.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기르고 웃기만 하면 리디아에게 있는 모든 다른 점이 감춰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엄마가 리디아도 다른 아이들처럼 나가서 놀게 허락해준다면 다르게 생긴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재키 하퍼는 한쪽 눈은 파랗고 한쪽 눈은 녹색이지만, 작년에 인기투표에서 1위를 했다. 어쩌면 리디아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겼다면, 어쩌면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숙제를 다 끝내기 전엔 주말에 외출할 수 없는 것도, 남자 애들하곤 절대로 외출할 수 없는 것도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몰랐다. 둘 중에 한쪽을 택할 수 있다면 분명히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양쪽에서 동시에 끌어당기면 드레스도, 책도, 목걸이도 리디아를 도울 수 없다. --- p.319~320 |
세계적인 문학상을 휩쓴 놀라운 스타 작가의 탄생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1970년대 오하이오 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가정. 리디아는 부모인 메릴린 리와 제임스 리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다. 둘째인 리디아는 엄마의 아름다운 파란 눈과 아빠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물려받았다. 리디아의 부모는 자신들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리디아를 통해 실현하려 한다. 메릴린은 딸을 가정주부가 아닌 의사로 만들려 하고, 제임스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로, 언제나 바쁘게 사교생활을 하고 파티에서 주목받는 여자로 자라게 하려고 한다. 마을에 있는 호수에서 리디아의 시체가 발견된 뒤,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리 가족은 한꺼번에 무너졌고, 가족의 삶은 혼돈에 빠진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제임스는 결혼생활을 파괴할 무모한 길로 달려가고, 황폐해진 채 복수심에 불타는 메릴린은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범인을 잡겠다고 결심한다. 리디아의 오빠 네이선은 이웃집 소년 잭이 동생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일어난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깨닫지는 못했지만, 모든 일들을 숨죽이며 관찰하고 있는 막내, 한나뿐.... 불행한 가정에 불어닥친 비극은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모두를 구원할 것인가?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탁월한 소설은, 기술적으로는 10대 소녀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싸고 ‘리디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는 추리 소설적 성격을 띤다. 엄마가 바라는 대로 의대에 진학해 의사로서 당당한 사회적 여성의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던 열여섯 살 소녀 리디아. 그러나 리디아는 남모르는 수수께끼를 품은 채 실종되고, 끝내 마을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는 이 죽음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리디아의 어린 시절로 그리고 리디아 아빠와 엄마의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펼쳐진다. 이민자 출신으로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을 체화하며 성장한 혼혈인 아빠 제임스. 의과대에 진학해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멋진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성공을 꿈꿨던 엄마 메릴린. 아빠는 백인 여성인 엄마와의 결혼을 통해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동화되고자 했고, 엄마는 꿈보다는 사랑을 그리고 머잖아 하버드대 교수로 채용될 남편을 통한 꿈의 대리 성취를 선택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열망과 정체성에 시달리며,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성취를 다음 세대로. 특히 세 자녀 중 큰딸인 리디아를 통해서 이루려고 한다. 이 소설은 한 가정의 비극을 다루되, 결혼제도를 삶의 덫으로 보는 가정 미스터리물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그렇다고 가족 간의 사랑이나 희생을 말하는 소설도 아니다. 그보다는 딸이 사라진 후 그 소녀가 살아온 삶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가족이 주는 억압과 무게 그리고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영원히 소통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매혹적인 심리 소설에 가깝다. 가족이라고 하면 세상 그 누구보다 친밀한 관계로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 관계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오히려 가정은 구성원 각자의 욕망이 교차하는 혼돈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심리적 전쟁터에 가깝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한 일탈로,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터져버리는 장소가 바로 이 가정이다. 사랑의 역기능과 슬픔을 아름답고 정교하게 그려낸 수작 “리디아는 부모의 꿈을 흡수한 채 내부에서 솟아나오려는 거부반응을 조용히 억눌렀다. … 리디아는 부모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심지어 부모가 요구하지 않을 때도 알았다. 매번 그 일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교환해야 하는 작은 거래 같았다. 그래서 여름마다 대수를 공부했고, 드레스를 입고 신입생 댄스파티에 갔고, 대학교에서 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여름 내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모두 말이다.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이 소설은 리디아가 ‘절대로 하지 않은 말들’을 추적해가면서, 리디아가 어떤 삶의 짐을 껴안고 어떤 내면의 실패를 맛봤는지를 통렬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녀의 죽음’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또한 이 소설은 특정 인물을 축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고 응징을 테마로 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다. 셀레스트 응은 전지적 관점으로 아빠 제임스와 엄마 메릴린 그리고 오빠 네이선과 동생 한나, 이웃집 소년 잭 등의 모든 인물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그들이 남몰래 껴안은 여러 아픈 삶의 짐들?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 제도에 갇혀 펼쳐보지도 못한 꿈 그리고 왜곡된 방식의 사랑과 소통하지 못한 진심 등-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풀어냈다. 세계적인 소설가 루 프리먼은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등장인물 모두에게 슬픔을 느끼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등장인물 모두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로 그들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며, 이 경이로운 책의 첫 구절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가족은 위안인가, 상처인가? 꿈인가, 현실인가?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인가, 희망인가? 작가 셀레스트 응은 이 뛰어난 소설을 “가족을 위하여” 썼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한 가정이 감추고 있던 비밀들을 드러내고, 마침내 갈가리 찢어버리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족들이 서로에게 밝히지 않은, 적어도 네 가지는 되는 작고 다루기 힘든 비밀들을 멋지게 풀어나갔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사랑의 역기능과 슬픔을 아름답고도 정교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보스턴 글로브] 첫 페이지부터 독자들이 리디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고 싶게 만들며, 끝까지 그 마음을 잃지 않게 한다. [허핑턴 포스트] 정말 강렬한 소설이다. 이야기 서두에서 던진 ‘리디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질문으로 독자들을 끝까지 이끌어간다. 응은 능수능란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두 세대에 걸쳐 가족들에게 있었던 일과 각 개인이 겪은 내면의 갈등과 실패를 제대로 그려냈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잘 짜인 줄거리, 정확한 감정 묘사?. 응은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성별과 인종에 관한 문제를 세심하게 각색해냈다. [오프라 매거진] 박진감 넘치는 미스터리와 심오한 해석?. 가족이 겪는 고통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작가의 첫 작품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결코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던 가족 간의 소통 문제를 솜씨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이 경이로운 책은 첫 구절부터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복종하지 않는 소녀(A Disobedient Girl)》의 작가 루 프리먼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형제이자 딸인 리디아를 죽인 범인을 찾아가며 가정의 문제를 파헤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한편이라고 말해(Say You’re One of Them)》의 작가 우웸 아크판 인물들은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배신하며, 애정에 굶주려 있고, 서로를 비난하고 용서한다.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을 응은 연민을 가지고, 하지만 가차 없이 서술해나간다. 《바람의 잔해를 줍다(Salvage the bones)》의 저자이자 내셔널 북어워드 수상자 제스민 워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