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오로라의 집
세상 밖으로 또는 오를라몽드 부록ㆍ당신이 꿈꿔 온 집은 옮긴이의 말 |
Jean-Marie-Gustave Le Clezio
J. M. G. 르 클레지오의 다른 상품
|
유년 시절의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감미롭고 순수했던 시절의 신비로운 비밀과 놀이 티티새가 기다리는 진주 빛 궁전으로의 초대 ▣ 맑은 문체로 아름답게 그려낸 순수의 세계, 르 클레지오의 반짝이는 작품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오로라의 집』(원제: Villa Aurore suivi de Orlamonde)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오로라의 집』에 담긴 두 작품 「오로라의 집」과 「세상 밖으로 또는 오를라몽드」는 현대 물질문명을 성찰하면서 자연과 순수함으로 충만했던 산업화 이전 사회와 문화를 향한 향수를 그려냈던 작가의 문학 행로를 집약한 글로서, “시적인 투명한 언어”,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르 클레지오”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라는 언론과 독자들의 찬사를, 작품을 읽는 내내 확인시켜 줄 만큼 그의 맑은 정서와 아름다운 문체가 작품 곳곳에서 반짝거린다. 우뚝 솟은 종려나무 밑동과 우거진 수풀에 반쯤 가려져 있긴 하지만 분명히 보였다. 나뭇잎이 드리우는 그림자와 함께 찰랑거리는 하얀 구름 빛 궁전, 오로라.(p.9) 밤은 빠르고 무겁게 비밀을 담고 매운 연기 맛을 내며 찾아왔고, 축축한 어둠은 나뭇잎과 살갗을 연못의 한숨처럼 떨게 만들었다.(p.25) ▣ 오로라의 집,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초록빛 순수함 새들과 들고양이들로 가득 찬 정원 속에 숨어 있는 오로라의 집, 빌라 오로라는 아이들이 감히 들어갈 수 없어 낡은 벽 틈으로 들여다보기만 했던 곳이다. 먼지 쌓인 월계수의 그윽한 향 속에, 섬엄나무와 오렌지 나무 덤불 속에, 어두운 실편백 사이에서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던 아주 포근하고 아련한 어떤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빌라 오로라를 이제는 어른이 된 한 아이(제라르 에스테브)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며 시작하는 「오로라의 집」. 잿빛 시멘트와 거대한 기중기, 시도 때도 없이 매연을 내뿜는 트럭들 사이에 바다와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 절벽에 매달린 한 마리 바닷새의 놀이터 같은 곳, 아무도 올 수 없는 어린 여자아이 아나의 집 「세상 밖으로 또는 오를라몽드」. 그러나 어른이 된 제라르가 찾아간 빌라 오로라는, 새벽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산뜻한 진주 빛, 바로 구름 빛을 띤 집이었던 ‘빌라 오로라’가 더 이상 아니었다. 빌라 오로라는 더 이상 오로라 색이 아니었다. 이제 빌라 오로라는 병과 죽음의 색, 지하실의 나무 색인 음산한 회백색이었고, 어슴푸레한 황혼의 빛도 빌라 오로라를 밝히지 못했다.(p.43) 도시 개발과 재개발 등으로 예전의 빌라들은 없어졌거나 증축되어 새 단장을 하였기 때문이다. 새들이 쉬다 가고, 나무들이 그들을 드리웠던 정원이 있던 장소에 지금은 엔진오일로 얼룩진 주차장 위로 거대한 흰 건물들이 솟아올라 있을 뿐이다. 하늘에는 더 이상 새가 없었고, 늙은 들고양이들이 살 장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을 하면서 숨었던 벽과 기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갖가지 싱그러운 향기와 열매를 뿜어내 주면서 그 시절의 풍경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오렌지 나무와 유칼립투스, 레몬 나무, 장미 나무 들은 모두 아스팔트와 콘트리트의 바다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나무와 새들과 들고양이뿐만 아니다. 제라르의 추억, 제라르의 유년기, 제라르를 성장시켰던 어린 시절의 모든 것들까지 함께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변화된 공간, 전혀 다른 낯선 공간 안에서, 제라르 자신 또한 불 켜진 창문들을 지닌 거대한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웠던 것은 이제 나의 추억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오늘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단번에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전부 지워버렸고, 예전의 느낌과 현재의 느낌이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어떤 공백, 훼손, 갈 곳 잃은 답답한 거북함과 같은 고통스러운 느낌만을 남겨 놓았다. 빼앗기고, 쫓겨나고, 배반당한, 아니 차라리 소외된 것이었고, 그래서 내게는 죽음의 맛, 무(無)의 맛이 느껴졌다. (p.35) 내 안에서 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나는 몇 년 동안 기억상실에 사로잡혀 영원히 다른 세계로 던져졌고, 내 안에서 사라진 내 반쪽은 그 같은 단절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pp.28~29) 세월이 흘러 새롭게 지어진 건물과 도로 때문에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빌라 오로라에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거슬러 한 걸음씩 다가가는 제라르와, 철거반 사람들과 노란 기계들에 의해 곧 부서지고 사라질 운명에 속한 자신의 집 오를라몽드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기중기의 위협 앞에 꼼짝 않고 맞서는 아나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문명이 파괴하는, 우리가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 무언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 인위적인 것과 물질문명에 대항하는 친자연적 휴머니즘의 세계 빌라 오로라의 정원과 오를라몽드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상징만이 아니다. 현재는 더 이상 없는, 또는 한순간의 편리를 위해서 무심히 파괴되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유년기 그 자체이고 우리가 훼손한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빌라 오로라와 오를라몽드의 파괴는 주인공들의 추억을, 그리고 우리들의 유년기, 어린 시절의 놀이와 비밀들, 나무 향이 그득하고, 새들이 노래하며, 고양이들이 한가하게 낮잠을 자곤 했던 세계를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다. 도시가 가진 파괴적인 힘, 자동차들, 버스, 트럭, 콘크리트 차, 기중기, 압축 공기해머, 분무 차, 이 모든 것들이 조만간 바로 이곳으로 올 것이다. 잠든 정원으로, 다음에는 빌라의 벽을 부수고 들어올 것이며, 유리창을 깨뜨리고, 회반죽으로 된 천장에 구멍을 뚫고, 울타리를 쓰러뜨리고, 노란 벽과 바닥과 문틀을 뒤엎을 것이다.(p.72) 밑에서는 길가 홈에서 모터들이 모두 함께 위협과 증오로 가득 찬 소음을 그르렁대고 있었다. ……그을음에 더럽혀진 얼굴로 칼과 쇠사슬을 갖고 한참 잠들어 있는 정원으로 침입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빌라 오로라를 지날 때 낮은 지붕 위로 빈 코카콜라 병을 던졌을 것이고, 아마도 병 하나에는 불이 붙은 휘발유가 들어 있을 것이다.(pp.75~76) 『오로라의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위적인 것, 물질문명이 초래하는 비극에 대해 고요하게 외치고 있다. 우리의 유년기, 우리를 지탱해 주었던 순수했던 꿈들과 맑은 바람과 시원한 그늘을 선물처럼 안겨 주었던 자연은 어디에 있는가. 따뜻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을, 그 장소를, 그 기억을, 당신은 어느새 잃어버리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르 클레지오는 우리 스스로가 그 세계를 잊어버림으로써, 기억 저편으로 제쳐두고 눈을 돌림으로써, 우리에게 소중했던 것들이 사라지게 만든 것이고 앞으로도 그것들을 지키지 않는 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고 성찰한다. 왜 나는 어느 순간 벽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는 일도, 새 울음소리를 듣고 들고양이들이 달아나는 모양새를 살피면서 가시덤불 사이를 빠져나가는 일도 관두게 되었을까?(p.28) 죽음은 사방에서 동시에 찾아왔다. 땅으로부터 솟아올랐고, 지나치게 넓은 길을 따라서, 텅 빈 교차로에서, 헐벗은 정원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늙은 종려나무의 퇴색한 잎 안에 매달려 있었다.(p.34) 이처럼 르 클레지오는 현대 도시가 가져온 병폐-죽음, 침략, 폭력, 삶의 예속화 등-를 가져오는 모든 것들에 대항해 인간과 사물, 자연과 우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세계를 찾아서 기나긴 여정 길에 오른 진정한 휴머니즘 작가이다. 기억 속에 묻혀 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해온 파괴가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그래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곧 철거될 오를라몽드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아나가 묻는다. ‘왜 그 사람들은 전부 부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는 비로소 납득했다. 내 세계에서 멀어지고 눈을 돌림으로써 내 세계가 변하도록 내버려 둔 이는 바로 나였던 것이다. 나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았고, 다른 세상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이 세계는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로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p.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