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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이야기
하나 둘 셋 에필로그 바르사, 아니면 죽음을 야마 나무 L. E. L., 마지막 날들 우리 거미들의 삶 비밀스러운 사랑 행복 요 아무도 아닌 조금은 교훈적인 이야기 옮긴이의 말: 열린 세계를 향한 르 클레지오의 앎과 삶과 글쓰기 |
Jean-Marie-Gustave Le Clezio
J. M. G. 르 클레지오의 다른 상품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일종의 회오리바람이었다. 그녀는 이처럼 흔들리는 감정이 너무 좋아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더이상 느끼지 못했다. 명예도 자존심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 곁에 있는 것은 오직 허영심뿐이었다. --- p.30
그건 사소한 일이야, 존재의 표면에 진 주름 하나 같은 거라고, 이야기할 가치도 없어, 나머지 모든 것을 함께한다면, 지나가는 순간순간 인생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아름다운지를 안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냐.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모든 것을 나눈다면, 혼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면 권태도 없고 타성에 젖는 일도 없을 거야. 그건 인생의 한 순간이야, 무한한 순간…… --- p.39 기다림은 탐욕스럽고 잔인한 괴물이다. 그것은 기회를 노리면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 공허함 속에는 독재자, 거대한 배후 조종자의 얼굴이 숨어 있다. 그것을 없애기, 파괴하기. 열렬히 사랑했던 것을 증오하는 법 배우기. --- p.56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쩌다 덫에 걸려들었는지 따져보려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거슬러오르려 한다. 그렇게 하면 상처를 지우고 흔적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똑똑히 들여다보기, 그리고 지우기. 이 모든 시험과 비열한 행동. 자신이 놀잇감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일종의 게임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 --- p.58 “너희 남자들은 말뿐이지,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다니까.” --- p.93 여기와 저기, 하얀 낮과 검은 밤에 동시에 존재할 방법은 없으며, 우리가 존재하기도 전에 시작된 꿈, 우리가 꾸어버리면 끝나게 되어 있는 그 꿈을 이어서 꾸고 있는지도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 p.248 전쟁은 세상의 껍데기를 바꿔놓고 도시들은 깨진 거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사이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설령 세상 어디엔가 아직 존재한다 해도 그건 금지된 말이고, 이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달아나는 삶처럼 의미가 빠져나갔다. 아마도 그 말은 모든 사람들, 부동산업자, 보험설계사, 자동차 판매원 그리고 정치인들이 써버린 나머지 모두 닳아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 p.281~282 그리고 옛 시절의 노인들, 동족상잔의 전쟁, 숙청, 문화혁명과 세뇌, 화형과 자아비판에서 살아남은 노인들이 있다. 그들은 밝은 날의 햇빛, 밀밭에서 이삭 줍던 시절, 볏단을 길가에 널어 말리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사라지고 잊힌 시절에 대해 누구에게 길게 헛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 p.283 하지만 그 사람, 비람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어떤 것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가? (…) 우리가 행복이라는 단어의 존재를 더이상 믿지 않았더니 그것이 사라져버렸다. --- p.292 글쓰기는 지하철과 같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지만 목적지를 무한정 고를 수는 없고 지켜야 할 운행 시간표가 있고 어두컴컴한 구역이 있으며, 게다가 항상 유쾌하지도 않다. 하지만 당신이 예상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있어, 당신을 이동시키고(말장난이 아니라), 당신을 노출시키고, 순간적으로건 지속적으로건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흔들림, 리듬, 우연한 만남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 p.395 나는 철학자와는 반대로 모험적인 사냥꾼에게 공감이 간다.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우연에 떠밀려 엄청나게 놀라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 그들은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며 사냥을 세속적이고 권태로운 오락거리가 아니라 인간에게서 동물적인 면을 복원하는 즐겁고도 필요한 유희로 만든다. 그것이내가 글 읽기와 글쓰기에서 발견했으면 하는 것이다. 모험 말이다. --- p.397~398 |
어리석고 잔인한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보통의 여성들
가장 낮은 곳에서 고요하게 울리는 생을 향한 강렬한 목소리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그의 소명 의식에 기인하듯, 『황금 물고기』의 라일라, 『사막』의 랄라, 『허기의 간주곡』의 에텔 등 르 클레지오의 작품 속에는 그동안 여성 화자들이 자주 등장했다. 지금까지 권력이 남성의 것이었으며 그 권력이 여성의 삶을 위협해왔음을 인지하고,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왔다. 작가는 신작 소설집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의 많은 수록작을 통해서도 약자의 목소리를, 주로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의 소설 속 여성들은 어리석고 잔인한 세상 속으로 내던져지고, 가난 혹은 결핍 속에서 태어나 불행과 추방의 드라마를 겪는 등 불안하고 비극적인 환경에 놓이지만, 닥쳐온 역경에 불굴의 의지로 의연히 맞서나간다. 르 클레지오는 2011년 [르 푸앵]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인물들을 작품의 중심에 설정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문학 인생은 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동부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그의 할머니는 사업에 재주가 없었던 모리셔스 출신 할아버지를 만나고, 여성은 재산권을 가질 수 없는 시절, 전쟁중 재산을 모두 잃는다. 하지만 르 클레지오 가족이 프랑스 남부에서 전쟁을 견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할머니의 기지 덕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어려운 시기를 평온하고 침착하게 견디는 도구가 되었으며, 장차 그에게는 문학의 모태가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여성 영웅주의와 여성에 대한 찬미를 자주 엿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글쓰기는 존재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나 자신에게서 불완전한 여성성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찾아보려는 경향이 있다.” _르 클레지오 특히 르 클레지오는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출간 후 인터뷰에서 “저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르 누벨 옵세르바퇴르], 2011년 11월 2일).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등장시켜온 그간의 작품들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세상을 갓 마주하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기울였다. 남성들의 야망, 노예화, 교만이 세를 떨치는 세상을 마주하고 폭력에 희생당하지만,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위태로운 모험을 완수하는, 연약함과 결함을 간직한 보통의 여성들의 강인한 힘과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국가나 민족의 한계를 넘어서는 여성들의 섬세한 우정과 능동적 연대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작품은 여성들의 사회적, 역사적 위상을 증언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여성의 내밀한 감각과 정서까지 파고들고, 자연과 인간, 특히 자연과 여성의 관계를 신성시하는 아프리카의 전통적 시각을 보여준다. 발과 함께 변모해가는 여성의 삶부터 땅속 거미, 뱃속 태아의 목소리까지 현실 위에 단단히 발 디딘 상상과 환상의 열 개의 단편 이 단편집을 통해 르 클레지오는 ‘저항’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표제작 「발 이야기」에서 주인공 유진의 발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실을 딛는 인생의 거죽이자, “실존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는 의인화된 그녀 자신이다. 때로는 중력을 거슬러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고 춤추고 날아오른다. 삶에 모욕당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그래서 유진의 몸이 벼랑 끝에 선 순간에도 발은 허공으로 떨어지기를 거부하고 바닥에 단단히 붙어 있다. 그리고 몸 한가운데까지 전율을 퍼뜨리고 두 다리를 쇠기둥처럼 단단히 지탱시키며 냉혹한 삶에 저항한다. 르 클레지오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기울이고, 그곳에 뿌리를 두고 상상의 나무를 피워올린다. 「바르사, 아니면 죽음을」의 배경 고레 섬은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가 현재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다. 이곳에서 가이드로 일하다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유럽 대륙으로 밀항을 결심하고 찬란한 여정을 완성한 왓슨과 파투가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 속 아프리카 난민들 가운데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0년에는 유명 모델 나오미 캠벨이 라이베리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로부터 다이아몬드 원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바로 그 피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벌어진 내전의 폭력과 참화를 피해 「야마 나무」의 마리와 에스메는 신비한 힘을 지닌 나무 속에 몸을 숨기고 야생의 동물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남는다. 또한 「아무도 아닌」에서 르 클레지오는 이제 전 세계 어디선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테러를 배경으로, 그 테러에 희생된 여인의 뱃속 태아의 눈으로 황막한 사막 도시들을 묘사하고, 존재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거미들의 삶」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거미가 그물을 치듯 온 세상에 상상의 거미줄을 치고 거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연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다층적 삶을 섬세하게 그려 보여준다. 서울의 지하철 2호선을 떠올리게도 하는 「행복」 「조금은 교훈적인 이야기」 속 지하철 순환선 안에서 르 클레지오는 행복의 존재를 믿는 비람이라는 소년을 찾는 모험을 상상해내거나, 전동차에 앉은 승객들 외피 속에 숨겨진 기억을 헤아리며 인간의 복잡한 본질에 대해 성찰하기도 한다. 언론평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인 한 편의 악곡. 음계와 조성을 폭넓게 오가며 문학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다. _르몽드 르 클레지오의 재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신비롭고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단편들. _렉스프레스 서울과 런던, 파리를 한데 잇는 지하철 승객들의 모습 속에 나타난 복잡한 인간 본질의 정수. 작가는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강렬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의 모습에 깊은 애정을 보인다. _뤼마니테 독자는 르 클레지오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면 된다. 물살을 가르는 카누처럼 이야기 위로 쭉 미끄러져가는 유려한 문체에 찬사를 보낸다. _마가진 리테레르 책 속 ‘상상’들은 독자들을 파리, 아프리카, 고레 섬, 모리셔스 등으로, 그리고 때때로 미지의 먼 장소로 데려간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이거나 평범한 현실과 어둡고 험난한 꿈 사이 어딘가로. _텔레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