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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007

나 이 땅에 우연히 013
태어나서 025
삶을 시작하고 042
성장하고 054
그림에 빠져들기도 하는 중에 077
여러 낮이 지나갔고 084
여러 밤이 지나갔고 104
나는 또한 모든 놀이를 즐기고 120
사랑하고 132
행복해하고 161
모든 언어로 말하였으니 177
수화도 183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195
혹은 당돌한 질문도 일삼으며 200
지옥과 다름없는 곳에서 207
아이를 낳고 237
침묵을 깨고자 하고 260
모든 진실을 전하고자 하며 269
무한한 의식의 세계를 살다 283
도주하고 327
이윽고 늙어서 334
죽었고 357
매장되었다 389

에필로그 397

옮긴이의 말: 시간과 공간의 드라마, 혹은 삶의 소용돌이 403
J. M. G. 르 클레지오 연보 411

저자 소개2

J. M. G. 르 클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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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arie-Gustave Le Clezio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일컬어지는 르 클레지오는 1940년 남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지만,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을 영국이 점령한 것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다. 영국 브리스틀 대학과 프랑스 니스 대학에서 수학했고, 니스의 문학전문학교 (Institut d’etudes Litteraires)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사로 일하였다. 1964년에는 액상프로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일컬어지는 르 클레지오는 1940년 남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지만,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을 영국이 점령한 것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다. 영국 브리스틀 대학과 프랑스 니스 대학에서 수학했고, 니스의 문학전문학교 (Institut d’etudes Litteraires)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사로 일하였다. 1964년에는 액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3년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멕시코 초기 역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3년 스물셋의 나이에 첫 작품 『조서』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1980년 『사막』을 위시한 그의 전 작품으로 「폴 모랑 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이후 『열병』, 『홍수』, 『물질적 법열』 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천혜의 작가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994년에는 잡지『Lire』에서 행한 설문조사에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67년부터 멕시코와 파나마 등지에 체류하면서 서구적 사유의 틀을 버리고 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존재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상적 변모는 시적 산문의 정수인 『성스러운 세 도시』를 비롯, 모로코인 아내와 함께한 사막 기행문 『하늘빛 사람들』, 『황금 물고기』 등에 순도 높게 담겨 있다. 1980년에는 사막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웅숭깊고 아름답게 그린 소설 『사막』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여전히 산과 바다, 태양과 대지 사이에서 자발적 유배자의 삶을 살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문단과 교류해온 작가로도 알려져 있으며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프랑스 문화에 대해서도 "일부 사람들이 프랑스 문화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프랑스 문화는 결코 죽지 않았으며 매우 다양하고 풍성할 뿐 아니라 쇠퇴의 위험에 놓여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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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맹점」이 당선되면서 등단했으며, 이외에도 1998년에 윤동주 문학상을, 1993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수철은 답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할 때 좋은 소설을 쓴다, 그는 분명한 행동 대신 모호한 의식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씨의 말처럼 해답불가능한 문제, 일탈적인 주제를 드물게 촘촘한 문체로 엮어내는 그의 소설은 일반적으로 읽기가 힘들다. 데뷔 때부터 작가는 글을 너무 어렵게 쓴다는,
1958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맹점」이 당선되면서 등단했으며, 이외에도 1998년에 윤동주 문학상을, 1993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수철은 답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할 때 좋은 소설을 쓴다, 그는 분명한 행동 대신 모호한 의식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씨의 말처럼 해답불가능한 문제, 일탈적인 주제를 드물게 촘촘한 문체로 엮어내는 그의 소설은 일반적으로 읽기가 힘들다. 데뷔 때부터 작가는 글을 너무 어렵게 쓴다는, 그야말로 비판 아닌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작가도 이런 저런 시도를 했었다고 한다. 독자가 읽어주어야지, 하는 쪽으로 애써 의미를 맞춰보려고도 하고,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를 위해 어지간한 노력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이질적이고 독자적인 소설 형식은 한국문단에서 최수철을 중요한 작가이자 예외적인 작가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집으로 『공중누각』(1985), 『화두, 기록, 화석』(1987), 『내 정신의 그믐』(1995), 『분신들』, 『모든 신포도 밑에는 여우가 있다』, 『몽타주』, 『갓길에서의 짧은 잠』, 『포로들의 춤』, 장편소설로 『고래 뱃속에서』(1989),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4부작, 1991), 『벽화 그리는 남자』(1992), 『불멸과 소멸』(1995), 『매미』(2000), 『페스트』(2005), 『침대』,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 『독의 꽃』, 장편동화 『물음표가 느낌표에게』 등이 있다. 윤동주문학상(1988), 이상문학상(1993),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르 클레지오의 작품 『사랑의 대지』, 『매혹』, 『우연』, 『타오르는 마음』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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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14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12g | 128*188*30mm
ISBN13
9788954655460

책 속으로

책을 읽을 때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 하나의 가능한 기호 속에서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이 글줄들을 읽고 있는 시간과 장소가 어떠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당신이 어떤 이유로 책을 읽고 있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 이유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에 깃든 우연이 항상 미약하나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어떤 사람이 있고, 그것을 읽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무슨 중요성을 가지겠는가? 근본적으로, 지극히 근본적으로 그들은 하나이며, 또한 그들은 언제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 p.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것은 기이한, 이를테면 감격적이고도 기이한 일이며, 감정과 언어와 의식이 소용돌이치는 하나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험일 뿐만 아니라, 기억의 저 한구석에서는 침묵과 고요함에 대한 일종의 향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모험, 독특한 모험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에 눈감고 있고, 마음속으로도 그러한 사실을 깨달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이 대지 위에 인간이 살아 존재하게 되었다. 인간은 걷고, 말하고, 먹고,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그는 처음으로 미소 짓게 되었다. 그는 사랑을 하거나 증오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구름과 태양과 노란 꽃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의미 있는 몸짓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는 두려움도 가졌다. --- p.42~43

인간은 놀이란 놀이는 모두 해보는 데에 결코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 어디로 가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인간은 그 모든 특별하고 놀라운 모험들을 겪으며 매일매일 살아갔다. 한낱 졸, 인간은 거대한 장기판 위에 놓인 한낱 졸, 보이지 않는 노련한 손이 인간으로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하여 이리저리 옮겨놓는 일개 단추 같은 것에 불과했다. --- p.120

저마다 자기들만의 보금자리와 식량과 알과 익숙한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자기들만의 왕국을 설계하고 있었고, 그 왕국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이었다. 조가비 안에서도, 그 안을 조금만 살펴보면 인간들에게 주어진 것과 똑같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지구를 닮은 행성, 포도주병, 맥주잔, 금발이나 흑발의 여인, 자동차, 냉장고, 철사로 울타리를 친 정원, 길, 영화관, 신문 두세 부, 필터가 있거나 없는 담배들이 든 담뱃갑이 그러했다.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한 것이었다. 그저 그곳에 존재하여, 숨을 쉬고 두 눈의 시선을 어떤 것인가에 막연하게 고정시키고서 지상에 서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그후의 일이었다. --- p.121

그들은 인간들 속에서 자기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호시탐탐 죽음의 순간을 노렸다. 그들은 자기들의 행동을 깨닫지 못한 채 늙은이라는 부조리한 다른 무리들을 천천히 살해하고, 그들의 말라비틀어지고 불구가 된 몸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넣었다.
도망치거나 망각하려 해도 소용없었다. 그 전쟁은 전면전이었고 무자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새로운 몸이 지구 어딘가에서 태어나 늙은 몸을 심연 속으로 던져넣고 있었다. --- p.240

살아 있는 소설, 사지와 겨드랑이, 털로 덮인 치골과 활기찬 얼굴을 한 인간 서사시. 어느 날 시詩가 한 여인의 배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여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어 현실이라는 더욱 넓고 큰 시 속으로 들어선다. 아마도 바로 그래야 할 것이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대신 살아 있는 인간의 육체에서 삶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 그것 외에 다른 예술은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 구체적이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문자 외에 다른 언어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 p.339~340

하지만 샹슬라드만은 아무것도 망각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사람 중에서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 대지 위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 p.351

책이라는 흰색과 검은색의 평행육면체 속에는, 그러한 폐쇄되고 은폐된 세계, 이를테면 언어가 지배하는 낙원이 있을 것이며, 이 점은 이 우주 속에서 최소한 한 번쯤은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 별개의 세계는 어쩌면 지긋지긋하고 무시무시한 공간이다. 하나의 삶에서의 몇 시간, 혹은 하나의 문명에서의 몇 번의 경련에 대한 비망록. 대지 위 이곳저곳에서 다른 많은 책들이 펼쳐졌다가 닫혔다. 그 책들 속에 기록된 삶의 동요와 흥분은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사유와 행위는 남는다. 떠나가버리는 것은, 잠시 당신과 책을 연결지어주는 소통로일 뿐이다. --- p.398

숨막힐 정도로 뜨거운 공기 속에서, 혹은 부르릉거리며 진동하는 비행기의 동체 속에서 생각이 피어오르고, 땅이 천천히 흔들리다가 수천 미터 멀리까지 무너져내린다. 그것이 곧 단어요, 문장이요, 개념을 갖춘 사유이다. 희뿌연 먼지가 날리는 길거리에서, 개 한 마리가 햇볕 아래 입을 벌리고서 사람들의 다리가 이루는 숲 앞에 앉아 졸고 있다. 그것이 곧 시다. 빗방울이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며 소리를 내고, 자동차의 와이퍼가 삐걱거리면서 펴졌다 접혔다 한다. 휘어져서 땅 위에 괴어 있는 시, 살아 있는 생물의 뱃속에 들어 있는 시.

--- p.400~401

출판사 리뷰

“어느 날 시詩가
한 여인의 배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여
현실이라는 더욱 넓고 큰
시 속으로 들어선다.”


샹슬라드라는 소년이 지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앞서,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화자 ‘나’는 대지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쪽엔 높은 산과 구릉, 다른 쪽엔 광막한 모래언덕이 펼쳐진 “말라붙은 흙과 자갈로 이루어진 벌판”. 이내 그 땅에는 수많은 생명이 스쳐지나간다.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태어났다가 죽고, 도마뱀들이 구멍 속에서 잠들고, 벌레들이 붕붕거리고, 잎이 두꺼운 식물들과 먼지를 뒤집어쓴 작은 관목들이 땅에 뿌리를 박는 일이 끊임없이, 조금도 변함없이, 반복”된다. 대지는 “늙은 여인의 주름진 피부” 같은 모습으로, 수 세기에 걸쳐 “비에 씻기고 바람에 마모되”고, “혹한에 갈라져 터지고, 바다에 조금씩 침식되”며 다양한 자연현상에 수없이 모습을 바꾼다. 흡사 르 클레지오 버전의 「창세기」를 보는 듯한 대목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자연현상에 관여하고, 생명을 꿈틀대게 만드는 태양에 대한 묘사도 이어진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지표면 위로 태양은 하늘에 박힌 괴상한 심연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 그 태양은 흡사 노려보는 듯한 타오르는 눈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것은 단지 하늘에 굳건하게 못박혀 있을 뿐이고, 땅으로 끊임없이 동심同心의 고리들을 보내오며, 그리하여 붉은색 수은주가 30도 정도를 가리키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가 태양에서부터 방출되어 하늘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서, 그 에너지가 모래비처럼 모든 것을 가득 채운다. 혹독한, 이루 말할 수 없이 혹독한 태양의 에너지가 지상의 모든 벌어진 동공洞空 속에 자신의 입자들을 박아넣고, 모든 것을 마멸시키고 갉아내고 벗겨내는 것이다. (14쪽)

그는 태양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생명에 이름을 부여하며 모래알 하나, 벌레 한 마리, 풀잎 하나하나까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경탄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에게 생명을 품은 이 땅의 모든 존재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물들과 동물들, 식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난 뒤에는, 인간은 더이상 혼자가 아닐” 터이다. 또한 그는 모든 전투와 학살과 집단 탈출 등에 대한, 이 지구상에 벌어진 모든 역사를 기록해보려 노력하고, 마침내 한 인간, 삐뚤삐뚤한 글자로 서툴게 쓰여 있는 ‘샹슬라드’라는 이름 하나에 주목한다.

산다는 것은 감격적이고도 기이한 일
감정과 언어와 의식이 소용돌이치는
하나의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험


어린 소년 상슬라드에게 세상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무한한 가능성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곳이다. 소년은 어느 날 시멘트 보도 위를 우글거리는 감자벌레들을 관찰한다. 때로는 그것들의 움직임 전체를 조망하고, 때로는 그중 한 마리를 잡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지리멸렬하게 흩어져 오락가락하면서 각자 어떤 귀한 것을 찾아다니고, (…) 서로 부딪치고 몸을 비벼대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감자벌레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시간은 몇 시간이고 흘렀다. 그것은 그의 왕국이었다. 감자벌레들을 쇠격자와 성냥갑 안에 가두어놓으며 샹슬라드는 문득 자신이 감자벌레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폭군 혹은 절대군주처럼 군림하기도 한다. 어린 소년은 아직 어리석고 미성숙하기에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며 그저 자신의 유희를 위해 다른 존재를 짓밟고 폭력을 휘두른다.

샹슬라드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감옥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쇠격자의 각 네모꼴 칸 속에서는 붉은색과 검은색 줄이 그어진 감자벌레의 등과 가는 다리들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시, 시멘트와 쇠로 이루어지고, 한결같은 창문들이 아파트의 밀폐된 작은 공간들로 나 있는 진짜 도시와도 같았다. (32쪽)

그러나 그는 생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을 관찰하고 온몸으로 부딪히며 조금씩 성장한다. 그는 “자신을 감싸고서 힘껏 죄어들어오는 태양”의 열기를 느끼며 “몽환의 절벽 꼭대기”에서 자기 자신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붉은색과 검은색 바둑판무늬 수영복”을 걸친 그의 몸은 그가 어릴 적 관찰하던 감자벌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어린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다. 죽음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소년의 눈에 “손수건을 코밑에 갖다대면서” 아버지가 누운 “침대 위로 몸을 굽히고는, 소곤거리면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의 동작은 우스꽝스럽다. 그는 아버지가 사람들을 속이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마침내 떠날 시간이 되자 그는 남들 몰래 아버지의 팔을 꼬집어본다. 아무런 신음소리도 내지 않는 “침대 위 남자”의 반응에 샹슬라드는 놀란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삶이 유한함을 인식하게 된다.
여러 낮과 여러 밤을 지나며 샹슬라드의 의식 세계는 더욱 깊어지고 확장된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모든 놀이와 유희를 즐기며, 사랑하고 행복해하며, 아이를 낳고, 때때로 삶의 현존과 끔찍한 허무를 마주하고, 인간이 저지르는 전쟁과 살육에 대해 자각하고, 때때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마침내 자신을 겹겹이 둘러싼 거대한 세상을 깨닫는다.

“내 말 들어봐. 어느 날 우리 할머니가 어떤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은 정말 내게 고통스러웠어. 할머니는 여든이셨고, 나는 열두 살이던가 열세 살이던가 그랬는데,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지만, 삶이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단다.’ 그 말이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어. 뭐랄까,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146쪽)

결국 확실한 것이라곤, 각각의 것들을 담아내는 끝없는 상자들의 연속뿐이었다. 즉, 침대는 방 속에, 방은 호텔 속에, 호텔은 마을 속에, 마을은 산천경개 속에, 산천경개는 지구 속에, 지구는 태양계 속에, 태양계는 은하성운 속에, 은하성운은 은하계 속에, 은하계는 우주 속에, 우주는 우주 속에, 우주는 우주 속에, 그리고 다시 우주는 우주 속에 담겨 있는 것이었다. (160쪽)

언어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와
소설 형식상의 미학적 모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전지적인 시점은 샹슬라드의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며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소설 중반에 이르러 샹슬라드는 인간이 가진 모든 언어를 말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언어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르 클레지오의 작가적 욕망을 대변하는 듯하다. 식물 잎사귀에 새겨넣은 글자, 자음과 모음을 바꾼 자신만의 암호문, 누트카 인디언의 몸짓 등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바람소리, 어슴푸레한 달무리, 잔잔한 바다 위에서도 자연의 언어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언덕 위로 올라간 샹슬라드는 회중전등을 깜빡이며 침묵 속에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말들은 두 페이지에 걸쳐 모스부호처럼 그려지는가 하면, 또다른 장에는 수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손짓 묘사를 다섯 페이지에 걸쳐 대화문처럼 구성해놓기도 하고, 소설의 한 장 전체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어휘와 문장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 독자들은 이 언어들을 해석할 수는 없으나, 형식상의 실험을 통해 언어에 대한 새롭고 낯선 감각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일상적인 현실과 의식의 세계를 날과 올로 삼아
인간성에 대한 새롭고도 섬뜩한 진실을 재구성하는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면서도 혁신적인 감수성.” _옮긴이의 말


샹슬라드라는 한 인간의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해내면서도 인간 존재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나아가 인간의 언어와 인간이 속한 대지, 그 대지가 속한 우주까지 르 클레지오의 사유는 뻗어나간다. 그리고 샹슬라드의 삶을 그린 스물세 개의 장을 담아내는 상자처럼 소설 앞뒤에 배치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작가의 전지적인 시점이 더욱 빛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손에 쥔 독자의 행동을 꿰뚫어보듯 묘사하고, 소설을 읽는 행위와 의미, 책이라는 물질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그리고 책 한 권에 인간과 우주를 모두 담아내려는 자신의 노력을 무화해버리듯, 그는 진정한 이야기는 책 밖 세상에 있다고 전한다.

옮긴이 최수철은 작가의 또다른 대표작 『황금 물고기』의 옮긴이의 말에서 “르 클레지오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은 삶의 매 순간 잠재해 있는 아름다움과 진실을 찾아나서는 예술가적 모험”이라고 이야기했다. 르 클레지오는 『사랑의 대지』를 통해 우주 속의 대지, 그 대지 안의 작은 방, 방 안의 책 한 권에 갇히기보다 거대한 우주 속 인간의 유한한 속성을 깨닫고, 삶 속에서 진정한 시와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진리를 망각하지 않도록 온 생을 다해 애써야 한다고, 그리하여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르 클레지오는 작품을 통해 말하는 듯하다.

덮인 책, 아마도 거의 덮인 책 위에서 세상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부서지고 닳아간다. 따지고 보면, 책 속의 것들은 바깥의 것들보다 덜 중요하다. 한평생에서 하루의 독서가 무슨 의미겠는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그 무수한, 괴발개발 쓰인 글귀들 속에서 한 줄의 글이 무슨 의미겠는가? 하나의 단어, 하나의 태양, 하나의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도처에 수백만의 사물들이 있다. 어느 곳에든, 이를테면 당신의 시선의 닿는 곳에도 시가 있지 않은가? (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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