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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의 거북이

책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안느 페르셍 Anne percin
1970년 에피날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스트라스부르로 이사하기로 결정, 고집이 센 아이였기 때문에 부모님도 그녀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그리고 이제 교단 앞에 서 있다. 여러 해 동안 도시와 교외를 헤매다가 시골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부르고뉴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옆에 없다』는 그녀의 첫 번째 소설로 열여덟에 시작해서 15년 동안 세 번을 고쳐 썼다. 그녀는 쓰고 또 쓰고 있다.
역자 : 김동찬
1973년에 태어났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프랑스의 언어와 문학 그리고 현대 연극을 배웠다.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바다로 간 스쿨버스』『나만 빼고 뽀뽀해』『식물의 힘』『어느 행복한 광대 이야기 』『버스 놓친 날』『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겨울의 노래』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260g | 140*205*20mm
ISBN13
9788925114972

책 속으로

달리기를 멈추고 나서 공원 안쪽에 흐르는 개천으로 뛰어들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고압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뒷목이 찌릿했다. 머리통 안쪽에서 누군가가 초인종 줄을 잡아당기듯이 신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죽지 않았다. 나의 육체는 정신보다 훨씬 더 튼튼했다. 젊으니까 살려고 기를 쓰는 거겠지. 육체와 달리 정신은 늙고 주름지고 삶에 지쳐 있다. 나는 백살이 넘었고 동시에 열여섯 살이다.
때로 내 안의 노인네가 잠들면 몸을 감당할 수가 없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난 내 몸을 부드럽게 위로한다. 내가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애정으로.
--- pp.17~18

똑같은 모습으로 한날한시에 태어나는 것만큼 무시무시한 일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언제든 둘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타 인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현기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우리 숙모가 본보기다. 우리 숙모에게 그 사고로 죽은 조카는 에릭이 아니라 바로 나다.
바로 내가
숙모가 함께
죽었다.
에릭이 아니라.

……삼촌 말로는 에릭이 앞 유리창을 뚫고 날아갈 때 숙모가 “피에르!”하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숙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다. 숙모 역시…… 숨을 거두셨다.
--- pp.35~36

안타깝지만 방학 동안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쥬느비에브는 나의 외로움을 잠시 덮을 뿐이다. 그녀와의 시간은 내게 진통제일 뿐이다.
어제저녁 라파엘에게 전화가 왔다.
내 이름을 부르는 쥬느비에브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는 않아도 신뢰에 가득 차 있다. 누군가 들을 것이라 확신하고 길거리를 향해 “야”하고 한마디를 던져 놓은 것처럼.
하지만 어제, 라파엘의 목소리는 여태껏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세상에 피에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 하나뿐인 것처럼 내 이름을 불렀다. 그가 “피에르”하고 부르면 내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흘려보내기 시작한다.
--- p.128

나는 옷을 벗었다. 기관차를 기어오르고, 철제 난간에 기대고, 텅 빈 컨테이너 입구에 앉았다가 철길 위에 누웠다. 그가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떨고 있었다. 내 몸을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지금 내 몸이 무엇이 되어 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옆구리에 차가운 쇠기둥이 닿는 것을 느낀다. 내 여윈 다리에 녹슨 비늘처럼 일어난 열차의 살결이 닿는다. 내 육체에 닿는 그의 시선은 연민에 가득 차 있다. 나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 pp.131~132

출판사 리뷰

몸의 고통과 환희를 통해 건져 올린 용기 있는 '나의 발견'

쌍둥이 형을 사고로 잃고 난 후, 깊은 상처와 무력감에 시달린 피에르가 정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소설, 『옆에 없다 』는 사거리의 거북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몸의 변화와 정신적 성숙, 자아에 대한 상실감과 혼란을 일기를 통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죽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시작된 일기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함께 육체와 정신의 변화를 담아낸다.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혼자만의 갈등을 피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는 과정은 어른들의 논리나 이성을 따르는 게 아니라 육체와 정신을 지닌 온전한 한 개인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피에르가 고민한 대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이고 그것은 논리나 이성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체험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열아홉, 나는 이 세계의 어느 곳에 있는 누구인 걸까

청소년기는 지독하게 온다, 누구의 삶에서든. 피에르는 이 세계와 자신의 삶이 무엇으로 어떻게 엮여 있는지 느끼지 못한다. 자신을 의미 없는 존재로 느끼며 더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불확신과 의심, 세계와의 불화는 몸에 대한 학대와, 정신적 자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끊임없이 참된 자신을 찾고 싶어 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랑을 바란다.
피에르의 진심은 그가 내갈긴 거친 말이나 건조한 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기 전까지 겪어야 하는 혼란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무력감을 통과하는 동안 보여 주는 용기야말로 진정으로 그가 온몸으로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이 넓고 복잡한 세계에서 자칫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 나약하고 사소한 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상처와 무의미함이 가져오는 고통을 경험하며 그로부터 다른 지평에 이를 수 있는지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옆에 없다 』는 혼란과 상실을 경험한 누구에게든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설이다.

사랑, 받고 싶고 주고 싶은 존재의 바람

정체감에 대한 고민은 어디서 시작되어서 어디서 끝나는 걸까. 피에르에게 있어서 자기를 찾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육체를 인정하는 것이고 육체적 욕망과 사랑을 이해하는 일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누구를 사랑할 것인지, 누구에게 사랑받고 싶은지 깨닫는 것은 자신의 심연을 건드리는 일이고 존재를 완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그것이 정체감의 끝도 아니고 존재감이 한번 완성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평생을 유지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피에르가 달려가 안긴 사랑의 품은 지금 여기에서 마주쳐야 할 표지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청소년소설이 지닌 완곡어법을 비트는 솔직한 화법과 십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육체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개성이 빛난다. 더불어 육체적 욕망이 성장하는 시기이자 신체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더 나아가 피에르가 주변과 맺는 관계들을 통해 사랑의 문제가 자아의 정체감과 주고받는 영향을 보여 준다.
작가가 열여덟 살에 시작해서 십오 년 동안 고쳐 썼다는 소설 『옆에 없다 』는 프랑스 아마존에서 청소년 독자들로부터 "최고의 청소년소설"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와 음악, 철학, 육체와 정신, 사랑과 상실에 대한 생생한 감수성 또한 『옆에 없다 』의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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