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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婉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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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억누르는 온갖 드러난 힘과 드러나지 않은 음모와의 싸움은 문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싸움을 걸 상대의 힘이 터무니없이 커졌을 때라던가 종잡을 수 없이 간교해졌을 때도 그런 싸움을 중단하거나 후퇴시켰던 적은 없고, 그럼으로써 문학한다는 게 본인에게만 보이는 훈장처럼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는 이런 억압의 관계만은 별로 문학의 도전을 안받으면서 보호 조장돼왔던 것같다. 도전은커녕 그런 관계를 비호하고 미화하는 것들 편에 섰다는 혐의조차 짙다. 그렇다고 그 까닭을 문학하는 사람이 남자가 여자보다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것들은 자기가 두둔하고 있는 쪽뿐 아니라 억누르고 있는 쪽한테까지 자기 편이란 착각을 일으키게할만큼 아름답고 낯익은 미풍양속이란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러나 내가 감히 그런 것들에게 싸움을 걸어보려했던 것은 내가 여자라는 것과 무관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고 꼭 써보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이것으로 끝난 얘기는 아니다. 집요하게 되풀이 시도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회성을 무시할 수 없는 신문소설에 담기에는 너무 줄기찬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하는 동안 내가 접할 수 있는 독자의 반응이란 목청 높은 비난 아니면 냉랭한 무관심이었다. 고독한 작업이었다. 고독에 못이겨 주제를 흐지부지하거나 적당히 가당하지 않고 내가 담고싶은 메시지에 끝까지 충실했음을 내 나름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자위하고 있다. (작가 후기)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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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경우처럼 희생이 일방적이었나 상호적이었나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오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실상을 볼 기회가 그 여자에게 왔다는 건 그 여자의 피할 수 없는 불행이었다. 껍질속의 허구를 본 이상 안 본 것이 될 순 없었다. 다시 껍질을 입힐 수 있을진 몰라도 다시 그걸 소중하게 떠받들 수는 없으리라는 게 뻔했다. 그러느니 차라리 나 자신의 껍질도 벗으리라고 그 여자는 문득 생각했다'
--- p.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