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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돔 하나로 세상을 쌓아 올린 브루넬레스키 1.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성당 2. 산조반니의 금세공사 3. 보물사냥꾼 4. 마이동풍 5. 맞수 6. 성도 이름도 없는 사람들 7. 듣도 보도 못한 기계 8. 돌 사슬 9. 뚱보 목수 이야기 10. 오등분 첨두 11. 벽돌과 모르타르 12. 동그라미에 동그라미를 얹어 13. 아르노 강의 괴물 14. 루카 대참사 15. 설상가상 16. 헌당식 17. 첨탑 18. 위대한 천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19. 희열의 밀실 주(註) |
Ross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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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주 (ducia@yes24.com)
어느 낭만적인 고고학 탐사에 대한 이야기 중에 바다에 관해 언급한 대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늘날 수많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청동상과 그 시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유물의 상당수가 바다 속에서 건져진 것이며, 그 당시 황제와 개선장군들의 저택을 꾸미기 위해 바다를 건너가던 이런 예술품들이 폭풍우를 만나 가라앉은 덕택에, 우리가 그 시대를 더 풍부하게 복원하고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당시의 '재난'이 오늘날 '축복'이 되었다는 그 모순된 어감 때문이었는지, 그 이후 '바다'는, 해저에 가라앉은 난파선과 유물로 인해 내게 더욱 신비로운 것이 되었다.
고고학이나, 미시사, 혹은 역사 소설을 접하며 느끼는 희열이라면,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지식 이면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어떤 '사실'과 만나는 일. 한 유명한 일본의 작가가 쓴 이스탄불 기행서를 읽으면서도 내가 사로잡혔던 부분은 몇대를 치리했던 악명높은 술탄의 이야기나 그 당시 지리적 역사적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보스포루스 해협에 자신의 궁전을 지으려고, 궁전에 필요한 자재를 마련하기 위해 해협 주변의 수도원 몇 채를 부수었다는, 그런 단편적이지만 눈에 와닿는 지식, 그런 지식이 주는 생생함이었다. 이 책 <브루넬레스키의 돔>은 그런 의미에서 내 구미에 꼭 맞는 역사소설이자 예술 일반서이다. 지금까지도 그 높이나 규모로 볼 때 세계 최고로 꼽히는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과, 뛰어난 건축학적 지식으로 이 돔의 난제를 풀어낸 르네상스의 괴팍한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이야기는 어느 미시사보다도 재미있게, 15세기 피렌체의 황금기와 그 시대를 살던 여러 장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물론 나는 이때도 커다란 역사적 줄기보다 아주 미세하지만 자잘한 사실들 - 가령 그 당시 장인들에게 경쟁을 붙여 수주를 주던 방식이라든지, 청동으로 만들어진 많은 예술 작품들은 전쟁 중에 녹여서 무기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청동을 얇게 입힌 작품들이 많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 얇은 벽과 높은 창을 지탱하기 위해 부벽을 달았던 고딕 건축 양식이 '독일 같은 야만족'이 창안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들에게는 박대를 받았다는 사실 등에 매료된다. 작가의 상상력 보다는 기둥, 아치, 벽, 지붕 들보 등에 미치는 압축력과 인장력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작가의 건축학적 지식에 흥분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적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사료를 찾아 도서관을 누비며 다녔을 작가를 상상했던 독자라면, 역시 재미있게 볼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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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하나로 세상을 쌓아 올린 위대한 천재 브루넬레스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다. 그는 중세 시대에 사라져버린 고대의 원근법을 기하학적인 원근법으로 새롭게 재창조한 인물로, 건축뿐 아니라 회화의 역사에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오늘날의 원근법이 바로 브루넬레스키의 업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회화의 마사치오, 프라 안젤리코, 보티첼리, 조각의 도나텔로와 함께 15세기 르네상스 미술의 황금시대를 구축했다. 1420년부터 시작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공사는 브루넬레스키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힌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설계안에 질렸던 당시 피렌체인들은 브루넬레스키의 도전이 무모하기 짝이 없다고 외면했지만, 모든 걱정과 우려를 무릅쓰고 지금까지도 가장 큰 석조 돔으로 남아 있는 그 건축물을 1436년에 완성했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1446년 5월 15일, 자신의 땀과 손으로 완성한 산타마리아 대성당에 안장되었다. 당시의 건축가나 화가로서는 이례적이게 성대한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의 비문에는 “피렌체의 위대한 천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여기 잠들다.”라고 새겨져 있다. 브루넬레스키 이전에는 건축가는 물론 조각가와 화가를 천재라고 불러주는 법이 없었다. 브루넬레스키의 동료 화가이자, 그의 전기를 쓴 조르조 바사리는 “필리포는 빈사 상태에 빠진 건축술을 혁신하라는 하늘의 명을 받고 이 세상의 온 사람”이라고 했다. '브루넬레스키의 돔'으로 되살아난 브루넬레스키와 그의 돔 이 책이 다루는 것은 한 건축가가 어떻게 거대한 돔을 올렸는가라는,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협소하다고도 볼 수 있는 주제다. 그러나 작가는 돔이 들어서던 피렌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주변 국가들의 역학 관계, 격동기를 살아가던 노동자, 기술자, 상인, 정치인, 성직자의 다양한 생활상, 나아가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모를 놀랄 만큼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탁월한 소설가의 필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건축과 공학, 그리고 이제는 잊혀져 가는 역사 속의 인물인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라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은 자칫 진부하고 딱딱하게 읽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재미만을 위해 허황된 허구를 날조하지 않으면서도, 치밀한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일화를 새롭게 구성하여 결코 지루한 전기나 역사서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 이야기책을 탄생시켰다. 이를테면 ?뚱보 목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일화는 괴팍하고 엉뚱한 브루넬레스키의 성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으며 거장의 명성 이면에 가려진 인간적인 면모까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그 위대한 돔을 건축한 브루넬레스키의 업적은 이 책에서 화석화된 역사에 머물지도 않으며, 몇몇 관심 있는 전공자들만의 몫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설령 브루넬레스키라는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듣는 독자라 할지라도 그의 예술혼과 열정의 현현인 위대한 돔에 얽힌 이야기는 문화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2000년에 발간과 동시에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인문서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초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기도 했다. 아직도 피렌체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우대한 위용을 잘아하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과, 그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삶은 세기를 넘어, 국적을 초월하여 기억될 만한, 주목할 만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에 얽힌 이야기 오늘날에도 피렌체의 하늘을 가르며 가장 높고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은 142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435년에야 완공되었다. 당시로서는 건축학적인 수수께끼였으며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자, 석조 돔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하던 피렌체 공화국은 국력 과시를 위해 1296년 산타마리아 대성당을 짓기 시작한다. 그러나 흑사병, 전쟁, 자금난이 겹치면서 공사는 자꾸만 지연되었다. 그러나 대성당의 완공을 어렵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거대한 돔을 애초의 설계안대로 올릴 수 있을 만한 기술이 없다는 데 있었다. 난관에 부딪친 교회 건축 사업단은 돔 공사 방안을 공모한다. 쟁쟁한 건축가와 기술자의 응모작을 물리치고 당선된 사람은 무명의 금세공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였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행하던 고딕 교회의 높은 벽을 지탱해 주는 공중 부벽 없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을 쌓기 위해 벽돌을 이용한 새로운 공법을 창안해야 했으며, 각종 기중기와 권양기 같은 중장비까지 발명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석공과 목공들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돔 위에서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기중기와 권양기를 발명한다. 또 브루넬레스키는 명성을 시기하는 동업자들의 계략과 모함에도 맞서 싸워야 했다. 브루넬레스키 자신도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고 남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므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의 영원한 맞수인 로렌초 기베르티는 사교적인 성격을 앞세워 세력을 키웠고 평생 브루넬레스키를 압박하고 괴롭혔다. 그러나 공학자 브루넬레스키는 예술가 기베르티를 실력으로 눌렀다.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은 오백여 년 전과 똑같이 지금도 피렌체 한복판에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 비좁은 피렌체 거리를 걷다 보면 길모퉁이를 돌거나 광장으로 나설 때 돔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화창한 날에는 25킬로미터나 떨어진 피스토이아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저자 로스 킹은 “전란과 암투의 와중에 자연의 법칙이나 과학적인 건축술이 채 확립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 거대한 돔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경이로울 뿐이다.”라고 끝맺고 있다. 다리는 어떻게 지어지나, 대성당의 육중한 돔은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오랜 세월 굳세게 버텨온 것일까, 웅장한 건축물을 볼 때면 누구나, 한번쯤 던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라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괴팍한 고집불통 건축가를 통해 이런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