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시
김경주(대한매일) - 꽃 피는 공중전화 김병호(문화일보) - 징검돌이 별자리처럼 빛날 때 김옥숙(매일신문) - 낙타 김일영(한국일보) -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마경덕(세계일보) - 신발論 문성해(경향신문) - 귀로 듣는 눈 신정민(부산일보) - 돌 속의 길이 환하다 장승리(중앙일보) - 알리움 천수호(조선일보) -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자 찾기 2. 시조 강정숙(중앙일보) - 흔들의자 선안영(경향신문) - 꿈꾸는 문 유종인(동아일보) - 촉지도를 읽다 이송희(조선일보) - 봄의 계단 이안빈(대한매일) - 산에 들다 |
김경주의 다른 상품
|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를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중인 가발 공장 여공둘운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히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 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 대한매일 시 당선작 |
|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게 하고 싶은 말 길바닥에 하고 싶은 말들이 흥건하다 행인 하나 쿵, 하고 미끄러진다 일어선 그가 다시 귀 기울이는 자세로 걸어간다 소나무 위에 얹혀 있던 커다란 말씀 하나가 철퍼덕, 길바닥에 떨어진다 뒤돌아보는 개의 눈빛이 무언가 읽었다는 듯 한참 깊어 있다 개털 위에도 나무에도 지붕에도 하얀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까만 머리통의 사람들만 그것을 털어내느라 분주하다 길바닥에 흥건하게 버려진 말들이 시커멓게 뭉개져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다시 오기까지 우리는 얼마를 더 그리워해야 하나 --- 경향신문 시 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