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말콤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천천히 옮겨 다녔다. 그의 두 눈은 모든 걸 봤지만, 그의 마음은 눈이 목격한 것을 담지 않았다. 한때 타마사의 육신이었던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발견했을 때, 현실에 대한 인식이 그를 강타했다. 그는 몸을 떨며 몇 분을 지켜봤다. 공포가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생각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1층까지 한걸음에 내달렸을 때, 갑자기 정신이 든 그는 도주를 멈췄다.--- p.43
“얼마나 심각합니까?” “최악입니다. 전원 다 당했습니다. 저만 유일하게…….” 미첼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알겠습니다. 그 지역의 민간인 중에 그걸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찌 된 건지 모르지만, 공격은 조용하게 이뤄졌습니다.” “당신은 부상당했습니까?” “아닙니다.” “무장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지역에 다른 적대 세력이 있습니까?” 말콤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날 아침이 얼마나 평범해 보였는지가 기억났다.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 p.46 파웰은 문을 열기 직전에 미소 짓는 노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사건 전체와 관련해서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르신. 말콤은 현장 요원 훈련을 받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 분석관에 불과한 그가 지금 포위망을 얼마나 잘 피해 다니고 있는지 보십시오.” “그래, 그것도 상당히 이상하지.” 노인은 대답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있잖나, 우리 애송이 말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지는군. 나를 위해서라도 그 친구를 찾아내게, 케빈. 나를 위해 신속하게 찾아내란 말일세.” --- p.103 말콤은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의 눈꺼풀은 콘택트렌즈에 낮게 걸렸을 뿐,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소리는 스테레오 에코박스를 통해 들려왔다. 그의 정신은 소리를 의미 있는 대화로 연결해내지는 못했지만 기록할 수는 있었다. -지금 해치울까요?―저음의 목소리― -아냐. 현장에서 해야지. -누가 하죠? -찰스가 하게 놔둘 거야. 피를 좋아하는 놈이니까. 놈에게 자네 칼을 주게. -여기 있습니다. 놈에게 직접 주십시오. 저는 이걸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멀어지는 발소리. 문이 열리고 닫힌다. 두 손이 그의 몸을 훑는다. 무언가가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 p.191 “굿바이, 콘돌.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 하지. 책상에 앉아 조사 업무만 하도록 하게. 자네는 자네 몫의 행운을 다 써버렸으니까. 요점만 얘기하면, 자네는 썩 훌륭한 현장 요원은 아냐.” 그는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몇 분간의 침묵이 흐른 뒤, 말콤은 차에 시동을 걸고 멀리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꿈틀거리며 칼을 향해 나아갔다. --- p.200 |
|
첩보 스릴러계의 대부급 캐릭터 ‘콘돌’의 탄생
CIA에 소속되어 있지만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고, 아침마다 자기 방에서 길 가는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콘돌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놓이자 점점 영웅으로 변신해간다. ‘제임스 본드’가 타국의 정보기관이나 악당 조직에 맞서 싸우는 타고난 슈퍼 히어로라면, ‘콘돌’은 살아남기 위해 책과 영화에서 얻은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현실에 응용하며 안간힘을 쓰는 현실적 히어로다. 바로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가 되지 않도록 그려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CIA나 KGB 요원이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지만 제임스 그레이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는 CIA를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작가는 오로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주인공을 몰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창조해낸 스파이는 위험한 상황에 내동댕이쳐져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콘돌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스파이’는 이렇게 탄생했고, 이후 첩보 스릴러계의 대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첫 출간 이후 ‘콘돌’ 캐릭터는 『사인필드』, 『심슨 가족』, 『프레이저』, 『킹 오브 더 힐』 같은 TV 시리즈의 패러디물에 영감을 줬고, 『NCIS』와 『브레이킹 배드』 같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수다에서 문화적 코드로 등장하곤 했다. 제임스 그레이디의 또 다른 소설 『미친개들』에도 ‘콘돌’ 캐릭터가 카메오로 등장했고, 2015년 『콘돌의 다음 날』, 『콘돌의 마지막 날들』을 발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만큼 ‘콘돌’은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독보적인 캐릭터라 할 만하다. 잠시 샌드위치를 사러 간 사이 몰살당한 CIA 동료들 살아남기 위해 콘돌이 펼치는 6일 동안의 대장정 어느 날 암살자들이 CIA의 지부인 미국문학사협회를 습격한다. 이 협회에서 말콤과 동료들은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 말콤의 동료가 우연히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CIA에 침투한 사악한 음모 세력은 그것을 은폐하려 한다. 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말콤은 샌드위치를 사러 외출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 그는 안전한 피난처를 희망하며 CIA 본부에 전화를 걸지만 오히려 그의 목숨을 노리는 또 다른 음모에 휘말린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 표적이 된 연인마저 살해당하자,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한 ‘코드네임 콘돌’은 인생 최대의 고비인 6일 동안의 위험 속으로 질주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