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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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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에요.”
“뭐가 아니라는 거지?” 그는 물었다.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게 바로 문제가 있다는 증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그는 버스에 올라탔다. 북서쪽 국경마을이 종점인 버스. 규칙은 규칙이니까. 그 규칙은 반드시 지켜졌을 것이다. 만일 두 번째로 멈춰 선 휴게소에서 그가 산책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 산책길에서 전당포 앞을 지나치지 않았다면. 그 전당포 진열창에 놓여 있는 반지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 p.6 리처가 주먹을 풀었다. 그 손바닥 위에 놓인 반지, 웨스트포인트 2005. 정교한 금세공, 검은 돌, 아주 작은 사이즈. 지미 랫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지가 처음 보는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의 두 눈이 말해주고 있었다. 리처가 말했다. “‘미합중국 군사학교’. 웨스트포인트의 또 다른 이름이지. 바로 그 이름 속에 단서가 있어. 처음 두 단어, 미합중국. 따라서 이건 연방 차원의 사건이라는 얘기야.” “경찰이신가?” “아니, 하지만 저 공중전화에 먹여줄 25센트짜리 동전은 있지.” 그때 의자 주인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그가 리처 뒤에 멈춰 섰다. 그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그 과장된 몸짓이 묻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자는 누구야?’ 리처의 두 눈이 각기 다른 피사체에 꽂혔다. 오른쪽 눈은 지미 랫의 얼굴, 왼쪽 눈은 정면의 창문. 머리 뒤에 눈이 달려 있어야만 뒤쪽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미 랫이 말했다. “그 의자는 주인이 있어.” “알아, 나야.” 리처가 말했다. “5초 주지.” “난 대답을 듣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오늘 밤에는 뭔 짓을 해도 행운이 따라줄 것 같나?” “내게 행운 따위는 필요 없어.” --- p.21 나카무라는 그 테이블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녀가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녀의 테이블에는 이미 다른 손님이 앉아 있었다. 남자였다. 다 먹지 않은 베이컨과 계란프라이 접시가 반쯤 찬 커피잔에 자리를 양보한 채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단정한 용모의 사내였다. 고급 소재의 짙은 색 정장, 와이셔츠와 넥타이, 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50을 넘긴 나이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얼마나 넘겼는지는 어림할 수 없었다. 서리가 내리지 않은 갈색 머리. 주름살 없이 매끈한 얼굴. 어쩌면 60대일 수도 있다. 아니, 70대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창문을 통해 빨래방을 지켜보고 있었다. --- p.53 리처가 물었다. “저 건너편 건물의 빨래방에 관해서 뭐든 아는 게 있습니까?” 점원이 뒤돌아섰다. 그의 등 뒤에서 절단기가 저만 아는 곡조의 휘파람을 나직하게 불어댔다. 점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세 차례나 변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멍 때리는 표정이었다. 그다음에는 날 갖고 노느냐는 듯 빈정 상한 표정이었다. 마지막에는 어려운 산수 문제를 풀어내려는 듯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아무튼 답을 얻기는 얻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없는 듯 그가 어눌하게 중얼거렸다. “방금 나간 손님도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 --- p.70 “위스콘신의 작은 마을 전당포에서 이걸 발견했어요. 이건 쉽게 던져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이 반지를 얻기 위해 이 여자는 4년에 걸친 시련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 4년 동안 그들은 그녀의 의지를 꺾고 단념시키기 위해 매일같이 닦달했을 테고. 웨스트포인트의 훈련방식이 원래 그러니까요. 게다가 9·11사태까지 겹쳤던 시기였습니다. 그녀가 재학했던 4년은 다른 어떤 때보다 끔찍했을 겁니다. 하지만 졸업한 뒤에 겪었을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이라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이 반지의 주인은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낸 사람입니다. 혹시 타고 다니던 차는 팔아 치웠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고모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시계를 처분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 반지는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걸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 p.80 |